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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부이치치는 1982년 호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양팔과 양다리가 없이 태어났습니다. 다만, 다리는 없이 작은 왼발만 있는데 거기 발가락 두 개가 있습니다.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는 지금 희망 전도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 33개 나라를 돌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수영도 하고, 골프도 치고, 축구도 하고, 낚시도 하고, 컴퓨터도 하고,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기도 합니다. 물론 피나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그는 대학도 졸업했습니다.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주일에 고 이태석 신부님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 마을에서 7년 동안 그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다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의 삶을 보며 누구나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불평과 불만으로 살아가거나 또는 절망에 빠져 신음하는 사람들이, 닉 부이치치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역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자신의 형편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닉만 하겠습니까?
여러분, 자신이 양팔과 양다리 없는 상태라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것은 혼자서는 옷을 입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세수도 할 수 없습니다. 밥은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들어올 수도 없습니다. 오줌이 마려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변은 어떻고요? 대변을 본 다음에는 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절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절망하지 않는다면 그건 기적이 아닐까요?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절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몸으로 수영도 하고, 골프도 치고, 축구도 하고, 낚시도 하고, 컴퓨터도 하고,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기도 합니다. 대학도 졸업했습니다. 심지어는 33개 나라를 돌아다니며 희망을 전합니다. 지난달에 우리나라에 와서 오늘도 어딘가에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을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듣고 새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게 기적이 아니고 무어란 말입니까?
그 감동적인 기적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누군가가 묻자 닉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라 대답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것은 요한9:1-3의 성경말씀이었다고 합니다. 그 말씀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예수께서 가시다가 날 때부터 눈먼 사람을 보셨다. 제자들이 예수께 물었다. “선생님, 이 사람이 눈먼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입니까? 이 사람의 죄입니까? 부모의 죄입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이 사람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니요, 그의 부모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들을 그에게 드러내시려는 것이다.”> 곧 자신이 날 때부터 사지가 없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자신을 통해 하나님이 역사하시기 위함이라 이해한 것입니다. 자신의 모습은 하나님의 거룩한 뜻이라고 이해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뜻이 있어 이런 몸으로 태어났고, 자신의 이런 몸을 통해 하나님께서 당신의 역사를 일구어 가실 것이니, 절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자신의 몸을 오로지 하나님의 도구요, 하나님의 성전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는 말합니다.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고난이 오더라도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게 하실 하나님이 계시기에 모든 것이 괜찮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하나님으로 말미암은 소망이 기적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는 또한 말합니다. “상황은 못 변화시켜도 마음은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어진 상황에 불만을 갖지 말고 감사로 받아들이십시오.” 자신의 뜻대로 안 된 일이 많아서 지금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닉은 힘주어 말합니다. “하나님께 감사하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사지가 없는 사람의 입에서 <감사>라는 말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주목하십시오.
크리스천은 모두 하나님을 믿습니다. 하지만 모든 크리스천이 닉 부이치치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희망보다는 절망으로, 감사보다는 결핍감으로 살아가는 크리스천이 많이 있습니다. 왜 같은 크리스천이면서 이처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까요? 그것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영안으로 늘 보면서 살아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크리스천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영안으로 보고 만나는 존재입니다. 누구나 육안과 더불어 영안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안을 떠서 보지 않으면 하나님을 볼 수 없습니다. 크리스천인데도 자신의 영안을 감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입니다. 그는 하나님을 보고 만나지 못합니다. 그는 상황이 어려워지면 절망합니다. 그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불만을 가집니다. 따라서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것과 자신의 영안을 떠서 하나님을 본다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입니다.
사실 닉 부이치치는 어려서 자살을 세 차례나 기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영안으로 하나님을 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결과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절망에서 벗어남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조건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기까지 하였습니다.
지난 시간에 눈에 보이는 사물을 그 사물로만 보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예컨대 파란 하늘을 보게 되면 파란 하늘을 보며 좋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파란 하늘 너머에 계시는 하나님을 보며 미소를 머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반가워요 하나님!” 그런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합니다. 곧 “감사해요 하나님!”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무엇에 대한 감사입니까? 지금 파란 하늘을 보며 좋아하지 않습니까? 그런 좋은 감정은 하나님이 파란 하늘을 만드셨기 때문에 비롯된 것입니다. 그래서 감사하는 겁니다. 역시 길에 핀 코스모스의 예쁜 꽃을 보게 되면 꽃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울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그 꽃 안에 계신 하나님을 보며 미소를 머금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반가워요 하나님!” 또한 이어서 말합니다. “감사해요 하나님!” 코스모스 꽃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셨으니 감사하는 겁니다.
지난 1월 31일 설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3단계로 구분하여 설명 드렸습니다. 곧 <전(前)합리주의-합리주의-초(超)합리주의>입니다. 첫째 단계인 전합리주의는 마술적이고 신화적인 의식 수준입니다. 아이들은 이 의식 수준에 있습니다. 그러다 고등교육을 받게 되면 둘째 단계인 합리주의 수준이 됩니다. 이성적이고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의식 수준입니다. 육안으로 보이는 세계만 인정합니다. 셋째 단계인 초합리주의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정합니다. 초합리주의는 달리 표현하자면 신비주의입니다.
국어사전을 <신비>라는 말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일이나 현상 따위가 사람의 힘이나 지혜 또는 보통의 이론이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신기하고 묘함>. 달리 말하자면 신비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비롯되어 보이는 세계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크리스천은 신비주의자입니다. 그는 자주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고 만나기 때문입니다. 합리주의는 파란 하늘을 보고 좋아합니다. 코스모스의 예쁜 꽃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탄성을 울립니다. 거기까지입니다. 그러나 초합리주의 곧 신비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속에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고 만납니다. 그리하여 “반가워요 하나님, 감사해요 하나님!”이라고 말합니다. 파란 하늘이나 코스모스를 본 반응에서 둘은 아주 큰 차이를 지닙니다. 크리스천이라 하더라도 합리주의의 단계에서 그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신비주의 단계에서는 단순히 좋아함을 넘어 깊은 신비감을 느끼게 됩니다. 눈물이 맺히거나 절정체험을 하게 됩니다.
갑돌이는 갑순이를 몹시 미워합니다. 그런데 밉살스런 짓을 하는 이웃 안에서 하나님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지난주 신명교회 설교를 들었습니다. 다음날 갑돌이는 갑순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말 하나님이 갑순이 안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이지 뭡니까? 깜짝 놀란 갑돌이가 외쳤습니다. “하나님, 왜 그 안에 앉아 계세요? 거기서 빨리 나오세요!”
우스갯소리로 드린 말씀입니다. 정말 갑돌이가 갑순이 안에서 하나님을 온전히 보았다면 빨리 나오라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반갑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은 못하더라도 경외감에 사로잡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는 더 이상 갑순이를 미워하는 일이 어려워질 겁니다. 그런데 크리스천이라 하면서 누군가를 몹시 미워한다면, 그는 영안을 떠서 하나님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가 파란 하늘이나 코스모스를 볼 때 그 안에서 하나님을 보고 만나는데 그런데 몹시 미운 사람이 있다면, 하나님을 보는 훈련을 더 하여야 합니다. 또한 고통당하는 이웃을 만났는데 그를 외면한다면, 그는 하나님을 보는 훈련을 더 하여야 합니다. 진정한 크리스천은 고통당하는 이웃 안에서 하나님을 보고, 하나님을 섬기듯 그를 하인처럼 섬깁니다.
진정한 크리스천은 자신 안에서도 하나님을 봅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를 영의 눈으로 봅니다. 앞에서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신비라 하였습니다. 곧 영안으로만 볼 수 있는 하나님의 섭리는 모두 신비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크리스천은 마침내 자신의 삶이 신비임을 알게 됩니다. 닉 부이치치는 바로 사지가 없이 살아가는 자신의 삶이 신비임을 깨달은 사람입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주님의 생각이 어찌 그리도 심오한지요? 그 수가 어찌 그렇게도 많은지요? 내가 세려고 하면 모래보다 더 많습니다.” 이는 닉 부이치치가 가장 좋아하는 말씀이라 합니다. 고수와 바둑을 둔 후에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어휴, 그 사람 수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 수가 무궁무진해.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 그런 식으로 주님의 수가 너무나 신비스럽고 또한 무궁무진할 정도로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판단으로 주님의 뜻을 온전히 헤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곧 자신이 몸통만 갖고 태어난 것에는 자신은 결코 알 수 없는 참으로 신비스럽고 다양한 주님의 뜻이 배어 있다, 그런 깨달음에서 이 말씀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종종 신비를 체험하게 됩니다. 예컨대 투박한 씨앗 하나에서 영롱한 코스모스 꽃이 피어나는 현상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이런 예는 정말로 끝도 없이 열거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영안이 뜨인 천재 과학자들도 입을 모아 신비를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영안으로 보는 만큼 신비를 체험하게 됩니다. 영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비례하여 신비를 체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자신의 삶 자체가 신비임을 헤아릴 수 있으시겠습니까? 여러분이 지금 어떤 문제로 말미암아 고통당하고 있습니까? 인생은 거칠고 험하기만 한 것으로 인식됩니까? 아니, 그런 여러분의 삶이 신비임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레미야서의 말씀을 읽어드리겠습니다. <“너희를 두고 계획하고 있는 일들은 오직 나만이 알고 있다. 내가 너희를 두고 계획하고 있는 일들은 재앙이 아니라 번영이다. 너희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려는 것이다. 나 주의 말이다.”>(렘29:11) 이 말씀을 믿는 사람, 그래서 자신의 삶이 하나님의 신비임을 깨달은 사람이 진정한 크리스천입니다. 그는 기도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암담한 상황에서도 어렴풋이 신비의 기운을 느낍니다. 그는 퍼내도 퍼내도 결코 마르지 않는 신비의 샘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는 다만 소망과 감사와 사랑으로만 살아가게 됩니다. 닉 부이치치가 그러하듯 말입니다.
오늘은 추수감사절 예배로 드리고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은 원래 1년 동안 땀 흘려 농사를 지어 추수한 결실에 대해 감사를 드리는 날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그런 눈에 보이는 결실에 대한 감사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의 세계에 대한 감사를 드립니다. 비록 육안으로 보는 자신의 삶은 보잘 것 없고 초라할지라도, 영안으로 볼 때 자신의 삶은 하나님의 오묘하고도 깊은 경륜이 배어 있는 신비임을 깨달아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주 삼라만상에서 신비를 체험하는 일이 나날이 늘어납니다. 자신의 삶이 신비임을 압니다. 밉살스런 짓을 하는 이웃도 신비임을 압니다. 고통당하는 이웃도 신비임을 압니다. 무소부재하신 하나님이 신비로 말 걸어오는 세미한 소리를 듣습니다. 거기에 소망으로 화답하고, 감사로 화답하고, 사랑으로 화답합니다. 여러분이 그런 신비주의자로서 복된 크리스천의 인생길을 걸어가시기를 축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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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6/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