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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선택의 여정입니다.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 선택 중에는 큰 의미가 없는 것도 있고,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것도 있습니다. 바르지 못한 선택을 하면 인생이 몹시 힘들어지고, 바른 선택을 하면 인생에 활기가 흐르게 됩니다. 선택에 의해 인생의 질이 결정됩니다.
오늘 본문에서 바르지 못한 선택을 하여 큰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바울은 복음을 전하다가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상소를 하여 로마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로마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야 합니다. 당시의 배는 바람을 이용해 가는 범선입니다. 그러니까 절대적으로 바람에 의존하게 됩니다. 바람이 알맞게 잘 불어주면 순조롭게 가고, 그렇지 못 하면 한없이 지체됩니다. 배 안에는 바울을 비롯한 몇몇 다른 죄수들, 로마 군인들, 선원들, 그리고 일반 상인들 등 총 276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대단히 큰 배입니다. 또한 많은 화물도 실려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겨울이 오기 전에 로마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도중에 풍랑을 만나 지체되었습니다. 간신히 크레타 섬 남쪽에 있는 ‘아름다운 항구’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항구에 도착하였습니다.
9절에서 금식 기간이 지났다고 하는데, 그 말은 시기적으로 곧 겨울이 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위험하여 항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 바울은 여기서 겨울을 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지도 모른다고 충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선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65km쯤 더 가면 나타나는 뵈닉스라는 항구에서 겨울을 날 생각을 하였습니다. 곧 겨울을 ‘아름다운 항구’에서 날 것인가 뵈닉스에서 날 것인가의 선택 문제였던 것입니다.
선원들이 무리를 하면서도 뵈닉스로 가려고 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항구’라는 이름을 가진 곳은 조그만 어촌이었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풍랑을 막기 좋은 안전한 항구였지만, 큰 도시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연 조건은 좋아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한적한 어촌이었기 때문에 겨울 3개월 동안 지내기엔 답답한 곳이었습니다. 반면에 뵈닉스라는 항구는 큰 도시였습니다. 유흥가가 있고 위락시설도 풍부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겨울 동안 신나게 놀면서 지낼 생각을 한 것입니다.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만 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엔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을 그들은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들은 향락주의라는 욕심 때문에 무리한 선택을 하였습니다. 일종의 모험을 한 것입니다. 물론 모험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험에는 사적인 욕심이 없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때를 분별하는 지혜에서 비롯되는 모험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욕심에서 비롯된 모험은 참담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들은 ‘아름다운 항구’라는 어촌 대신 뵈닉스를 선택하여 출항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되어 유라굴로라는 태풍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유라굴로의 위력은 엄청났습니다. 배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그냥 떠밀려 가는 것이었습니다. 배가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들은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폭풍에 몹시 시달리던 이들은 배의 안전을 위해 둘째 날에 짐을 바다에 버려야만 했습니다. 셋째 날에는 배의 장비들마저 버려야 했습니다.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하지만 태풍은 그칠 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사람들은 살아남으리라는 희망마저 잃게 되었습니다. 삶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실로 욕심이 잉태한즉 사망으로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이들이 바르지 못한 선택을 하였는데, 그 원인은 욕심에 있었습니다. 이들의 욕심이 유라굴로라는 태풍을 끌어들인 것입니다. 스스로 죽음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스스로 죽음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 데는 이들의 욕심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율리오라는 인물의 잘못된 선택입니다.
율리오는 로마의 백부장이었습니다. 그는 바울을 비롯한 죄수들을 로마로 압송할 책임을 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죄수인 바울에게 친절을 베풀기도 하였습니다. 시돈이라는 곳에 배가 잠시 머물 때, 바울이 친구들에게로 가서 보살핌을 받는 것을 허락할 정도였습니다. 율리오는 바울이 일반 잡범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으로 말미암아 죄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바울의 됨됨이를 직접 접하면서 범접할 수 없는 어떤 기운을 느끼며, 아마도 바울에 대해 호감과 신뢰를 갖고 있었을 겁니다.
겨울을 ‘아름다운 항구’라는 곳에서 나느냐, 좀 무리가 되더라도 거기서 65km를 더 가서 뵈닉스에서 나느냐를 결정해야 될 때가 되었습니다. 배의 선장과 선주는 뵈닉스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바울은 거기까지 가는 도중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니 ‘아름다운 항구’에서 겨울을 나야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선택권이 로마의 백부장 율리오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율리오는 바울의 말보다는 선장과 선주의 말을 더 믿고 뵈닉스 행을 결정한 것입니다.
선장과 선주는 욕심에서 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하여 자신들의 경력과 전문지식을 나열하며 율리오를 설득했을 겁니다. 선장과 선주뿐만 아니라 배 안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이 욕심 때문에 뵈닉스 행을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바울은 항해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그동안 세 차례에 걸친 선교 여행 동안 배를 많이 탔습니다. 그리하여 바다의 생리에 대해 제법 익숙했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때를 분별할 수 있는 눈을 구비하고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선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었고, 바울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추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율리오는 눈에 보이는 가치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때마침 남풍이 불어와 뵈닉스로 가기가 아주 수월해 보였습니다. 마침내 그는 눈에 보이는 가치를 선택하였습니다. 바울에 대해 인간적 호감과 신뢰를 갖고 있었지만, 그는 결국 눈에 보이는 가치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 결과는 유라굴로를 끌어들여 스스로 죽음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다섯 살 된 아들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홀아비가 장사하는 일로 먼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도둑떼가 그 마을을 전부 불태우고 그 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홀아비가 돌아와 보니 마을은 폐허가 되어 있었습니다. 공포에 질린 그는 타버린 한 어린아이의 시체를 자기 아들로 여겨 머리를 쥐어뜯고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였습니다. 그는 장례를 치르고 그 재를 모아 주머니에 담았습니다. 일할 때나 잘 때, 먹을 때도 그는 항상 그 주머니를 지니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도둑들로부터 도망을 해 온 아들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밤중에 아들은 아버지의 새 초막을 찾아와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 주머니를 여전히 지니고 있던 그 아버지가 울면서 “누구요?” 하고 물었습니다. “아버지, 저예요. 문 열어 주세요.” 라고 아들이 대답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느 장난꾸러기가 자기를 놀리는 줄 알고 그 아이에게 가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울었습니다. 그 아이가 밤새 문을 두드리고 두드렸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안으로 들이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아들은 아마도 아버지가 어떤 이유로 말미암아 자신을 버린 것으로 이해하고, 슬픈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습니다. 그 후로 그 부자는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로서는 아들의 시체를 눈으로 분명 보았습니다. 그리고 장례도 치렀습니다. 재를 모아 주머니에 담고 늘 그 주머니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눈으로 본 것을 철석같이 믿은 일, 그것이 불행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경우는 물론 아버지가 잘못 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은 이 이야기와 맥을 조금 달리 하여, 모두 잘못 보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은 죄다 실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우리 눈에는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우리 눈에는 목성이 작은 별로 보이지만, 실상은 우리 지구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우리의 눈에는 우리 몸이 하나의 고체로 보이지만, 최고의 과학자인 양자역학자들은 우리 몸이 텅 빈 공간이라고 말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우리 눈으로는 이렇듯 예외 없이 허상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그러므로 우리 눈으로 보는 것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어서는 그토록 아들을 그리워하면서도, 정작 아들이 찾아왔을 때 아들을 쫓아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어서는 아들이 밤새 문을 두드려도 문을 안 열어 주게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어서는 버젓이 살아있는 아들과 생이별을 하고 불행하게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로마의 백부장 율리오는 바로 그 과오를 범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가치와 눈에 보이지 않은 가치 중에서 눈에 보이는 가치를 선택한 결과, 276명의 사람들을 죽음 속으로 몰고 가는 크나큰 오류를 범한 것입니다.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율리오는 가슴을 치며 후회하였을 겁니다.
우리들 주변에는 욕심으로 말미암아 인생에서 유라굴로와 같은 죽음의 태풍을 만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눈에 보이는 힘과 눈에 보이지 않는 힘 중에서 눈에 보이는 힘을 선택하여, 유라굴로와 같은 죽음의 태풍을 만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태풍 앞에서 하나님께 구해달라고 매달리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아니, 그것이 바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요? 우리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 내용의 상당 부분은 바로 그런 내용이 아닙니까?
인생은 선택의 여정입니다. 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선택의 동기와 기준을 헤아리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우선 선택의 동기를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선택의 동기에 욕심과 같은 종류의 것들이 배어 있지 않나를 헤아려 보는 겁니다. 만약 그런 것들이 배어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면, 그 선택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에는 선택의 기준을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그 기준은 바로 눈에 보이는 가치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입니다. 가급적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기준으로 하여 선택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쳤는데도 선택이 어려우면, 끝으로 하나님의 뜻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겁니다.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이렇게 하여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이제 뒤를 돌아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아름다운 항구’와 뵈닉스 중에서 언제나 ‘아름다운 항구’를 선택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아름다운 항구’를 선택하는 아름다운 선택으로 여러분의 인생이 전개되기를 바랍니다.
본문에서 눈에 보이는 가치를 선택한 사람들은 모두 죽을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가치를 믿는 바울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 바울로 말미암아 나머지 275명도 모두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생명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주변의 죽을 운명의 사람들마저 살려냅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의 힘과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힘 중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힘을 선택하는 사람, 진심으로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내맡기는 사람, 진정으로 자신을 하나님께 의탁하는 사람, 하나님은 그 사람의 삶을 책임져 주십니다. 그 사람에게 때로 시련도 주어지겠지만, 그 시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로 이끌어 주십니다. 그리고 그 시련이 그 사람에게 한없는 은총의 계기가 되게끔 역사해 주십니다. 또한 눈물겹도록 환희로운 사건들을 그 사람에게 선물로 주십니다. 그 사람이 바로 여러분 자신이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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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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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전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