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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성탄절 설교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베드로는 룻다라는 곳에서 8년 동안이나 중풍병으로 자리에 누워 있는 애니아라는 사람을 고쳐주었습니다. 병을 고쳐주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을 정돈시켜 주었습니다. 그 무렵 룻다에서 가까운 욥바라는 항구 도시에서 다비다라는 예수님의 여제자가 죽었습니다. 지난 주일에 살펴본 대로 사람들은 룻다에 있는 베드로를 욥바로 모셔왔습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놀랍게도 다비다를 다시 살려냈습니다. 베드로는 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갈채와 환호를 뒤로 하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멸시받던 무두장이 시몬의 집을 유숙지로 선택하였습니다.
한편 베드로가 머물고 있는 욥바라는 도시에서 50km쯤 떨어진 곳에 가이사랴라는 도시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고넬료라는 로마 군대의 백부장이 있었습니다. 백부장이란 100명의 부하를 거느리는 장교를 뜻합니다. 고넬료는 로마사람이었지만 하나님에 대한 경건한 신앙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가 어느 날 기도하다가 환상 가운데 하나님의 천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천사가 고넬료에게 말했습니다. “욥바로 사람을 보내어 베드로라고 하는 사람을 데려오너라. 그는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묵고 있는데 그 집은 바닷가에 있다.” 고넬료는 천사의 말을 듣고 하인 두 사람과 자기 부하 가운데 경건한 병사 하나를 불러서, 모든 일을 이야기해 주고 그들을 욥바로 보냈습니다.
다음날 그들이 욥바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베드로는 기도하려고 무두장이 시몬의 집 지붕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는 배가 고파서 무엇을 좀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몬의 집 식구들이 음식을 장만하는 동안에 베드로는 황홀경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그는 하늘이 열리고 큰 보자기 같은 그릇이 네 귀퉁이가 끈에 매달려서 땅으로 드리워져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온갖 네 발 짐승들과 땅에서 기어다니는 것들과 공중의 새들이 골고루 들어 있었습니다. 그 때에 “베드로야, 일어나서 잡아먹어라.” 하는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베드로가 대답하였습니다. “주님,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 나는 속되고 부정한 것은 한 번도 먹은 일이 없습니다.” 그랬더니 두 번째로 음성이 다시 들려왔습니다.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말아라.” 이런 일이 세 번 있은 뒤에 그 그릇은 하늘로 들려서 올라갔습니다. 베드로는 자기가 본 환상이 대체 무슨 뜻일까 하면서 속으로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마침 고넬료가 보낸 사람들이 시몬의 집을 찾아서 문 앞에 다가섰습니다. 그들은 큰 소리로 베드로가 여기에 묵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이 때 성령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보아라. 세 사람이 너를 찾고 있다. 일어나서 내려가거라. 그들은 내가 보낸 사람들이니 의심하지 말고 함께 가거라.” 이것이 오늘 본문의 내용입니다.
베드로는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이 멸시하며 결코 상종치 않는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서 묵고 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귀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죽은 다비다를 다시 살려낸 일보다 어쩌면 더 위대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이 갖고 있던, 부정한 무두장이와는 결코 상종할 수 없다고 하는 마음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베드로에게 아직 남아 있는 마음의 경계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방인에 대한 경계입니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선민의식 속에서 이방인을 짐승처럼 여겼습니다. 이방인이란 아스라엘 민족이 아닌 다른 민족의 사람을 의미합니다. 당시 이스라엘 남자들은 이렇게 기도했다고 합니다. “오 하나님, 내가 이방인도 아니고, 노예도 아니고, 여자도 아님을 감사합니다.” 이방인을 짐승처럼 여김에 있어 베드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무두장이 시몬은 이스라엘 사람, 곧 유대인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유대인인 시몬에게는 복음을 전했지만, 이방인에게는 복음을 전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것이 베드로의 한계였습니다.
로마 군인인 고넬료는 이방인입니다. 또한 그는 로마 식민지배자였습니다. 피지배자인 유대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식민지배자인 로마군의 장교에게 복음을 전하여 그를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하나님은 이방인이고 게다가 로마 식민지배자인 고넬료에게 복음이 전해지기를 원하고 계시는 겁니다. 그리하여 베드로에게 환상을 통해 가르침을 주신 것입니다. 온갖 짐승들을 잡아먹으라는 환상은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메시지인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런 속되고 부정한 것을 잡아먹을 수 없다고 거절합니다. 곧 이방인에게는 복음을 전할 수 없다고 하는 의미가 됩니다. 이런 환상 중의 대화가 세 차례나 반복되었습니다. 그만큼 베드로의 마음 속에 이방인에 대한 경계가 견고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마침내 고넬료가 보낸 사람들이 무두장이 시몬의 집으로 베드로를 찾아왔을 때, 성령께서 베드로에게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은 내가 보낸 사람들이니 의심하지 말고 함께 가거라.” 그러니까 하나님은 환상을 통해 베드로에게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해야 함을 미리 암시하시고, 이제 직접 명령을 내리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강권에 힘입어 베드로는 이방인에 대한 마음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고넬료에게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지난 주일의 이야기와 오늘 이야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인 유대인들에게는 크게 두 개의 경계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무두장이 경계이고 두 번째는 이방인 경계였습니다. 베드로는 첫 번째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그리하여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서 유숙하였습니다. 그 일은 일반 유대인들이 보기에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그것이 지난 주일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베드로에게 두 번째 경계는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에서 베드로는 두 번째 경계를 고집하다가 하나님의 강권에 힘입어 결국 두 번째 경계마저 허물게 된 것입니다.
얼마 전에 새해 예산 파동이 일어났습니다. 한나라당이 힘으로 예산을 처리한 것입니다. 그 와중에서 불교의 템플스테이 예산이 예정보다 삭감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불교계에서 화가 나서 이러저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같은 종교인의 입장에서 그런 불교계의 반응이 성숙한 영성인의 모습으로는 부족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근본 문제는 기독교계에 있습니다. 교회 목사님들이 불교 템플스테이 예산을 깎도록 정부와 한나라당에 압력을 가했다는 겁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불교를 배타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만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가 다녔던 한신대학은 수유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화계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신학대학생들은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축하하는 현수막을 절의 입구에 겁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그 현수막이 훼손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매년 그런 일이 반복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절 안에 있는 부처님 상을 훼손하기도 합니다. 그게 다 기독교인이 한 행동일 것입니다.
불교 템플스테이 예산을 깎도록 압력을 가하는 기독교인이나 현수막이나 부처님 상을 훼손하는 기독교인들은, 자신 안에 불교에 대해 견고한 경계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경계는 유대인들이 무두장이 시몬이나 이방인에 대해 가졌던 경계와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기독교인으로서 불교에 대한 경계가 없습니까? 그렇다면 매우 훌륭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불교에 대해 경계를 갖고 있는 기독교인들을 얕잡아 보지는 않습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에 대해 우월감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것은 ‘자기 의’에 빠지는 것이 됩니다. 불교에 대해 경계를 갖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자기 의’에 빠져서는 경계를 갖지 않은 가치가 훼손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선 불교에 대한 경계를 지워내야 합니다. 그리고는 여전히 경계를 갖고 있는 기독교인들을 얕잡아 보거나 비난하는 대신, 다만 경계를 갖고 있지 않는 자신에 대해 감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 안에 남아 있는 다른 경계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우리가 불교에 대한 경계를 넘어섰다 하더라도 아직 더 많은 경계들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것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찾아낸 다음에는 그 경계를 넘기 위해 애를 써야 합니다. 그 경계가 넘기 어려울 때는 그런 자신을 보며 고통스러워해야 합니다. 또한 하나님께 그 경계를 넘을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여러분에게 남아 있는 경계는 무엇입니까? 누군가 미운 사람이 있습니까? 누군가 생각하면 기분 나쁜 사람이 있습니까? 누군가 상종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까? 그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경계들입니다.
좀더 더 깊이 내려가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불교에 대해 경계를 갖고 있는 기독교인들과는 달리 불교에 대한 경계를 넘어서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불교에 대한 경계를 갖고 불교를 배타하는 기독교인들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비난한다면, 그런 기독교인들과는 상종치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그 기독교인들에 대해 다름 아닌 경계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도 경계입니다. 그 기독교인들이 불교에 대해 경계를 갖고 있는 것과 여러분이 그 기독교들에 대해 경계를 갖는 것이 무슨 차이를 지니겠습니까? 그것은 똑같은 경계입니다. 그것은 불교에 대해 경계를 갖지 않음의 가치마저도 떨어뜨리게 되는 일입니다. 자신이 무언가에 대해 경계를 안 갖고 있다고 하여, 그것에 대해 경계를 갖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우월감을 지난다면 그것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입니까? 하지만 이는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입니다. 우리 안에는 아직 다양한 종류의 많은 경계가 남아 있습니다.
어느덧 2010년의 마지막 주일을 맞았습니다. 올 한 해 눈에 보이는 일들, 외형적 일들에서 기쁜 일이 많으셨습니까? 그렇다면 축하를 드립니다. 한편 자신이 올 초에 갖고 있던 경계 중에서 지워버린 것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축하를 드립니다. 여러분이 맞은 외형적 차원의 기쁨은 여러분에게만 기쁜 일이지만, 경계를 지워버린 일은 하나님께도 기쁜 일이 됩니다. 더 나아가 새로이 찾아낸 경계가 있습니까? 만약 찾아낸 경계가 있다면 또한 깊은 축하를 드립니다. 찾아낸 경계가 없다면 올해 남은 날들 동안 깊은 자기 성찰의 시간을 통해 찾아내려고 시도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 경계도 지워내려고 노력하십시오. 물론 그 일은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힘만으로는 그 일이 불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그래 우리는 하나님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한 해가 끝나고 있다는 것은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곧 그만큼 더 늙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고백합니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집니다.”(고후4:16하) 겉사람이 낡아감은 모든 사람의 일입니다. 하지만 속사람이 새로워짐은 모든 사람의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바로 속사람이 날로 새로워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속사람이 새로워짐이란 바로 경계가 줄어감을 의미합니다. 마음 안에 있는 경계들이 인간의 모든 번뇌와 갈등의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무경계의 존재, 아무런 번뇌와 갈등이 없는 존재, 모든 이들을 다만 따스한 연민과 사랑으로 품어주는 존재, 참으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존재, 그런 존재가 되는 날에 대한 꿈을 안고 경계를 찾아내고 지워가는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베드로로 하여금 무두장이 경계를 지워내고 이어서 이방인 경계를 지워내도록 도와주신 하나님께서 반드시 그 여정을 도와주실 것입니다. 경계를 찾아내어 지우려는 강한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 하나님은 반드시 그 여정을 도와주십니다. 참 좋으신 우리 하나님의 도움과 은혜로 날로 속사람이 새로워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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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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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박성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