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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인종 차별이 심했던 과거에는 흑인이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에서 뛸 수 없었습니다. 흑인들은 ‘니그로 리그’라는 곳에서 따로 활동해야 했는데, 이 벽을 최초로 허물었던 것은 재키 로빈슨이라는 선수였습니다. 수많은 인종 차별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그는 빼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홈경기에서 재키가 중요한 실수를 했습니다.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관중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야유를 퍼붓고 욕을 했습니다. 쓰레기를 던지는 관중도 있었습니다. 같은 팀 선수들도 흑인을 싫어했기 때문에 아무도 재키를 보살피지 않았습니다. 그때 백인 동료인 리즈가 로빈슨에게 다가가서 그를 끌어안았습니다. 일순간 관중이 조용해졌고 야유와 욕설이 수그러들었습니다. 이는 자칫하면 리즈마저도 관중에게 외면당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리즈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나중에 재키는 그때 자신을 감싸준 리즈의 팔은 자신의 인생을 구원해준 것과 다름없다고 고백했습니다. 또한 매스컴도 리즈의 행동을 두고두고 칭송했습니다.
리즈는 재키를 외면하는 것과 감싸 안는 것 중에서 감싸 안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만약 그가 외면하는 것을 선택했다면, 그의 이야기가 오늘 우리의 설교에 소개되지 못했을 겁니다. 설교에 소개될 수 있는 것은 그의 행동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도 그와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요셉은 형제들과 취하도록 마시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식사를 마치 후 요셉은 관리인에게 말했습니다. “저 사람들이 가지고 갈 수 있을 만큼 많이 자루에 곡식을 담으시오. 그들이 가지고 온 돈도 각 사람의 자루 아귀에 넣으시오. 그리고 어린아이의 자루에다가는 곡식값으로 가지고 온 돈과 내가 쓰는 은잔을 함께 넣으시오.” 관리인은 요셉이 시키는 대로 하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형제들이 길을 나섰습니다. 그들이 얼마 가지 않았을 때 요셉은 관리인에게 그들을 쫓아가서 어찌 은잔을 훔쳐 갔느냐고, 왜 선을 악으로 갚느냐고 호통을 치라고 일렀습니다. 관리인은 시키는 대로 하였습니다. 그 은잔은 총리가 사용하는 잔이고 특별히 점을 칠 때 쓰는 소중한 잔이라는 겁니다. 그러자 형제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만약 은잔이 나오면 훔친 사람은 죽여도 좋고, 나머지는 모두 종이 되겠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베냐민의 자루에서 은잔이 나왔습니다. 형제들은 슬픔이 북받쳐서 옷을 찢고 울었습니다. 결국 모두 다시 요셉에게로 돌아왔습니다. 요셉이 그들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요셉은 점을 쳐서 분실된 은잔을 훔쳐 간 사람이 그들 형제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유다가 열한 명 모두가 종이 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요셉은 그렇게까지 할 것은 없고 훔친 사람만 종이 되고 나머지는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였습니다. 이것이 오늘 본문의 내용입니다. 요셉이 형들을 마지막으로 시험하기 위해 일을 꾸민 겁니다.
관리인이 쫓아와서 은잔을 훔쳐 갔다고 말했을 때, 형들은 자기 중에 그럴 사람이 절대로 없을 거로 생각했을 겁니다. 뭔가 오해가 있을 거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만에 하나 은잔이 나오면 그 사람은 죽여도 좋고, 나머지는 모두 총리의 종이 되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베냐민의 자루에서 은잔이 나온 것입니다. 그들이 옷을 찢고 울었다고 하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을 겁니다. 관리인은 훔친 사람만 종이 되고 나머지는 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베냐민만 두고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함께 다시 요셉의 관저로 돌아온 것입니다. 요셉이 호통을 치는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베냐민뿐만 아니라 나머지 형제들도 종이 되겠다고 하였습니다. 아까 길에서는 훔친 사람은 죽여도 좋다고 했지만, 관리인이 종으로 삼겠다고 하니 굳이 죽이라고 할 건 없습니다. 대신 모두가 종이 되겠다고 한 것입니다.
형들의 입장이 참으로 난감할 겁니다. 아버지가 그렇게도 걱정했던 일이 거짓말처럼 현실로 나타난 것입니다. 베냐민을 데려갔기에 첩자라는 오해도 풀었고, 그래서 인질로 잡혀 있던 시므온도 풀려났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총리와 함께 취하도록 즐겁게 먹고 마셨습니다. 모든 게 잘 마무리된 것입니다. 아버지가 걱정하던 일이 일어날 수가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베냐민이 은잔을 훔친 것입니다.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짓을 할 아이가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도 그게 사실이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총리의 말대로 선을 악으로 갚은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보통 은잔도 아니고 총리가 점을 칠 때 사용하는 은잔을 훔쳤으니 빠져나갈 구멍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베냐민이 종이 되는 걸 막을 길은 없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형제들입니다. 총리의 대변인 격인 관리인은 훔친 사람만 종이 되고 나머지는 죄가 없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베냐민은 혼자 남아 더 고통을 당할 것입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모두가 종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베냐민이 덜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아버지 야곱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졸지에 아들 모두를 잃게 되는 거 아닙니까? 물론 그렇지만 그들은 일단 베냐민만을 생각했을 겁니다. 20여 년 전에 요셉을 이집트에 노예로 팔아넘긴 전력을 가진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베냐민만을 낯선 이집트 땅에 혼자 두고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유다의 이런 결정, 혹은 형들의 이런 결정에는 우선 요셉 사건에 대한 뉘우침이 배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도 또 하나는 모든 상황에 형제가 함께한다는 생각이 들어 있습니다. 즐거움도 함께하고 아픔도 함께한다는 겁니다. 이런 자세는 매우 훌륭합니다. 잘못은 베냐민이 했는데, 모두가 평생 종으로 살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려운 선택입니까? 맨 처음에 소개해 드린 리즈가 재키를 감싸 안은 선택을 한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이익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관계를 살아가는 데 크게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타인과 분리된 관계를 살아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과 하나로 결합한 관계를 살아가는 길입니다. 이는 물론 마음 차원의 결합을 가리킵니다. 겉의 형태로는 나와 너이지만, 마음으로는 하나로 결합한 관계를 말합니다. 그리고 분리된 관계를 살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게 됩니다. 그것을 분리된 이익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로 결합한 관계를 살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게 됩니다. 분리된 이익을 추구하면 처음에는 이익을 얻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손해를 입게 됩니다. 그것은 우주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분리된 이익을 추구하는 밑바탕에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밑바탕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이기적 행동은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욕심이라는 것도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주면 준 만큼 자기 것을 잃게 될 거고, 그렇게 부족한 상태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위험한 일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이기적으로 됩니다. 욕심은 잃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더 많이 가짐으로써 부족함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역시 그 뿌리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런데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타인에게 무언가를 주면 준 만큼 잃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받게 됨을 아는 겁니다. 그리하여 두려움 없이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고, 그것이 바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너의 이익이 곧 나의 이익이라는 생각으로 그 길을 걸어가는 겁니다.
본문에서 베냐민의 형들이 분리된 이익을 추구했다면 베냐민을 두고 집으로 갔을 겁니다. 그 선택에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죄지은 사람이 책임을 지고, 죄짓지 않은 사람은 책임을 지지 않는 겁니다. 총리도 그게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형들은 함께하는 길 곧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길을 걸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베냐민에 대한 사랑으로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는 겁니다. 만약 형들이 분리된 이익의 길을 선택했다면 요셉의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게 됩니다. 공동의 이익의 길을 걸었기에 당장은 손해를 입는 것 같았지만, 나중에 살펴보겠습니다만 시험을 통과하고 해피엔딩을 맞게 됩니다.
오래전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남자가 어느 날 저녁 가로등이 희미하게 비치는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쪽 수풀에서 비명이 들려왔습니다. 어떤 소녀가 치한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그는 망설였습니다. ‘뛰어가 도와줘야 할까? 아니, 가까운 공중전화로 달려가 경찰에 신고할까?’ 영원처럼 느껴졌지만 그가 망설였던 시간은 불과 몇 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소녀의 비명은 잦아들고 있었습니다. 빨리 직접 행동을 취하기로 선택했습니다. 일단 소녀를 돕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이상하게 용기가 치솟았습니다. 수풀로 달려간 그는 치한과 몇 분 동안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결국 치한은 도망쳤습니다. 그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소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이제 아가씨는 안전해요.” 그 순간 그는 귀에 익은 목소리에 놀라 기절할 뻔했습니다. “아빠! 아빠 맞아요?” 수풀 속의 소녀는 바로 그의 막내딸 캐서린이었습니다.
남자는 분리된 이익과 공동의 이익 중에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곧 두려움과 사랑 중에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공동의 이익을 선택했습니다. 사랑을 선택하니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두려움 없이 치한과 싸우니 치한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런데 그 아가씨가 바로 자기 막내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뒤집어졌을 겁니다. 만약 분리된 이익을 선택했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평생 후회와 자책으로 시달렸을 겁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분리된 이익의 길이 결국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고, 공동의 이익의 길이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는 큰 원칙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공동의 이익의 길을 걸어가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이기적으로 되고 더 나아가 욕심을 부리며 살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불행해지는 길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하나님에 대한 신뢰입니다. 하나님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시는데, 구체적으로 말해서 공동의 이익의 길을 걸으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것이 위험에 처하는 일이라면 그 길을 걸으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아니, 위험에 처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해지기 때문에 그 길을 걸으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오늘 본문의 형들과 야구선수 리즈, 그리고 캐서린 아빠의 이야기가 바로 그런 사실을 잘 말해줍니다. 나의 행복을 나보다 더 원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로 여러분이 공동의 이익의 길을 잘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성령께서 그 길을 걸어가는 여러분을 늘 보살피며 도와주실 것입니다. ❉
주님,
두려움은 이기심과 욕심의 원인이 되는 것만이 아닙니다.
두려움은 수시로 나타나서 우리를 괴롭힙니다.
여러 형태의 두려움으로 우리는 고통을 겪게 됩니다.
우리는 두려움이라는 무거운 짐을 평생 지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두려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두려움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은 바른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세상이 부여하는 잘못된 정체성 대신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고귀한 존재라는 바른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평생 그 정체성을 확립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때
기울인 노력에 비례하여 두려움도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만큼 공동의 이익의 길도 잘 걸어가고
또한 그만큼 두려움이 가벼워진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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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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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