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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유명한 수도자가 살았습니다. 그 수도자에게 똑똑한 제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제자에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육신의 욕구를 참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부끄러운 일을 당하기도 하고, 죄스런 일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는 항상 자신이 나약하고 허약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스승 수도자는 제자가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제자가 몹시 기뻐하며 스승 수도자를 부르며 달려와서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스승님, 제가 마침내 스스로 육신의 욕구를 참아내었습니다.” 제자는 “참 잘했구나. 장하다. 더 열심히 해라.”라는 말을 듣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스승의 얼굴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찡그리고 일그러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자는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스승 수도자가 제자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다시 육신의 욕구에 빠져라.”
이 이야기는 어떤 분의 말씀에 소개된 예화입니다. 스승은 어떤 이유로 그렇게 말했을까요? 이 이야기를 예화로 소개한 분은 스승이 그렇게 말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왜냐하면 육신의 욕구에 빠지는 자리가 제자가 있어야 할 삶의 자리이고 복음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자리, 나약해지고 허약해지는 자리, 낮추어지고 바보스러운 죄인의 자리가 복음의 자리입니다. 그 복음의 자리는 내가 하는 자리가 아니라 하느님이 하시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제자는 “하느님이 하시는 것을 내가 하겠다.”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스승은 제자에게 “육신의 욕구에 다시 빠져라.”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도 자신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라는 말씀입니다. 즉, 부끄러운 자리, 나약하고 허약한 자리, 바보 같지만 자신을 낮추는 자리, 하지만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바로 그 자리 말입니다.>
여러분, 그분의 설명이 이해되고 받아들여지십니까? 그분의 이런 설명은 진실을 반영한 것일까요? 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분은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자리, 나약해지고 허약해지는 자리, 바보스러운 죄인의 자리가 복음의 자리라고 말합니다. 그래야만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일하시게 된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육신의 욕구를 참지 못하는 제자가 많은 노력 끝에 그것을 극복했는데 이는 잘못이라는 겁니다. 제자가 있어야 할 자리는 계속 육신의 욕구를 참지 못하는 자리라는 겁니다. 그렇게 부끄러운 자리, 나약하고 허약한 자리, 죄인의 자리에 있어야 하나님이 일하실 수 있다 곧 도와주실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도움은 누구를 위한 일이 될까요? 제 생각으로는 하나님을 위한 일이 될 거 같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하나님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성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부끄러움이 점점 줄어들고, 나약함과 허약함이 점점 줄어들고, 바보스러움이 점점 줄어들고, 죄를 점점 덜 범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러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성장하면 하나님의 역할이 축소되고, 결국은 하나님이 하실 일이 없어지니 그러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일하실 수 있도록 우리는 성장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만약 그것이 진실이라면 하나님의 도움은 우리를 위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한 일이 됩니다. 곧 하나님을 위해서 우리는 영원히 부끄러운 자리, 나약하고 허약한 자리, 죄인의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겁니다. 달리 말하자면 하나님은 우리의 성장만큼은 안 도와주신다는 겁니다. 저는 그런 하나님은 모릅니다. 제가 믿는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이를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부모는 어린 자녀를 돌보고 도와줍니다. 그러다 자녀가 어른이 되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되면, 부모는 더는 자식을 돌보거나 도와주지 않게 됩니다. 그것이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정상적인 부모는 자녀가 잘 성장하여 부모의 돌봄과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습니까? 그런데 앞의 이야기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바라는 것은 영원히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자녀가 되라는 것이고, 이 이야기를 설명한 그분은 그런 스승의 생각을 지지하는 겁니다. 아니, 그것을 말하기 위해 그런 예화를 사용했을 겁니다.
자녀에게는 부모의 돌봄과 도움이 필요한 시기가 있고, 부모의 돌봄과 도움이 필요 없는 시기가 있습니다. 편의상 앞의 시기를 1차 시기라고 하고, 뒤의 시기를 2차 시기라고 하겠습니다. 어떤 부모는 자녀가 2차 시기가 되었는데도 계속 도와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부모는 병적인 부모입니다. 2차 시기에 자녀를 도와주려는 것은, 자녀를 위한 일이 아니라 부모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부모의 자기만족을 위해서 말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부모는 자녀에게 영원히 2차 시기가 오지 않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런데 자녀 중에도 2차 시기가 되었는데 계속 부모의 돌봄과 도움을 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역시 병적인 모습입니다. 마마보이와 그의 엄마의 관계가 이와 비슷합니다.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도 이와 비슷합니다. 우리 대부분은 지금 1차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하나님의 돌봄과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연약하고 부족한 모습으로 살아가기에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영원히 하나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님의 도움 없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때도 여전히 하나님 안에 존재합니다.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것이 하나님을 떠나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아니, 하나님과 완전히 하나 되어 살아갑니다. 다만 태초에 우리를 창조하셨을 때 주셨던 기쁨과 평화와 권능을 우리가 하나님의 도움을 받아 모두 회복하여, 더는 하나님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겁니다. 어쨌든 2차 시기가 우리의 목표입니다.
1차 시기와 2차 시기를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던 개념으로 표현하자면, 자신을 몸의 나로 생각하는 시기와 자신을 영의 나로 생각하는 시기입니다. 자신을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시기와 자신을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사랑하시는 그분의 귀하고 소중한 자녀로 생각하는 시기입니다. 1차 시기는 마음이 그다지 평화롭지 못한 시기이고, 2차 시기는 마음이 아주 평화로운 시기입니다. 1차 시기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시기이고, 2차 시기는 지복의 시기입니다.
연약함과 부족함은 그저 1차 시기를 사는 현재의 모습일 뿐입니다. 연약함과 부족함이 우리의 참 정체성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연약함과 부족함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생각하면 평생 마마보이로 살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독교인이 연약함과 부족함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차 시기에 대한 목표 없이 살아갑니다. 그것은 아마도 하나님의 뜻을 잘 몰라서 나타나는 현상일 겁니다. 2차 시기 개념을 교회에서 배워본 바가 없기 때문에 말입니다. 처음에 소개한 스승 이야기가 그 한 예입니다. 스승이 제자에게 다시 육신의 욕구에 빠지라고 말한 것은, 제자의 성장을 시샘하기 때문이 아닐 겁니다. 아마도 스승은 제자를 사랑할 겁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무지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제자가 욕구에 빠져 있을 때는 흐뭇해하고 욕구를 극복했을 때는 찡그린 얼굴을 한 것입니다.
오늘 드리는 말씀을 누가복음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의 비유를 통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탕자는 인자하신 아버지의 집을 떠났습니다. 그는 하찮은 것을 하찮은 줄 모르고 거기에 모든 것을 탕진했습니다. 그는 아버지를 상심시켰다고 생각했기에 아버지께 돌아갈 면목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아버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기쁘게 아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아버지의 보물은 아들이었던 겁니다. 아버지는 아들 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아버지의 집을 떠나 살 때는 1차 시기를 상징합니다. 자신을 몸으로 생각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러다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와서 아버지와 함께 풍족하게 살 때는 2차 시기를 상징합니다. 자신을 영으로 생각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한편 아버지는 아들이 집을 나갔을 때는 기뻐하지 않고 측은한 마음을 가졌을 겁니다. 여전히 사랑했지만 기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돌아왔을 때 기뻐했습니다. 곧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을 영으로 생각하며 2차 시기를 살 때 기뻐하십니다. 그 아들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십니다. 왜냐하면 아버지에게 아들은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아들 외에는 원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신을 몸으로 생각할 때 그것은 영이신 하나님과 다른 삶을 살겠다는 뜻입니다. 탕자가 그랬듯이 하나님을 떠나 사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부족한 모습으로 고통스럽게 1차 시기를 살 때 하나님에게 기쁨은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영으로 생각할 때 그것은 영이신 하나님과 똑같은 삶을 살겠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 돌아와서 하나님의 집에서 사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2차 시기를 살 때 하나님은 기뻐하시며 당신의 보물인 나를 귀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겁니다.
그러므로 2차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1차 시기에 갇혀서 한계를 지닌 행복을 추구하는 것보다, 2차 시기를 앞당겨 궁극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바른 길입니다. 2차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자신을 몸으로 생각하는 대신 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또한 형제도 나와 똑같이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사랑하시는 그분의 귀하고 소중한 자녀라고 반복해서 축복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이런 비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단히 큰 목욕탕 욕조에 까만 잉크물이 완전히 가득합니다. 거기다 맑은 물 한 컵을 붓습니다. 그러면 한 컵에 해당하는 물만큼 흘러나올 겁니다. 하지만 물의 색깔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일 겁니다. 계속해서 맑은 물을 붓습니다. 수 십 컵을 부으면 물의 색깔이 조금 달라진 것을 지각할 수 있을까요? 수 백 컵을 부으면 어떻게 될까요? 분명 물의 색깔이 달라진 것을 지각할 겁니다. 그렇게 계속 부으면 언젠가 욕조가 맑은 물로 가득한 상태가 될 겁니다.
까만 잉크물로 가득한 상태는 몸의 나로 사는 상태를 상징하고, 맑은 물로 가득한 상태는 영의 나로 사는 상태를 상징합니다. “나는 몸이 아니라 영이다. 나는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사랑하시는 그분의 소중한 자녀다.” 이 말이 바로 맑은 물입니다. 이 말을 반복해서 속삭이는 겁니다. 혼자 걸을 때나 버스나 전철을 타고 갈 때 등 틈만 나면 이 말을 속삭이는 겁니다. 그것은 맑은 물을 붓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그렇게 속삭일 때마다 하나님이 기뻐하십니다. 또한 형제를 똑같은 말로 축복할 때 하나님은 더 기뻐하십니다. 이렇게 하나님께 기쁨을 선물로 드리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영으로서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 일은 아주 먼 훗날에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목표로 세우고 사는 살아가는 겁니다. 내면이 맑은 물로 가득한 상태, 자신과 형제가 몸이 아니라 영임을 분명히 아는 상태, 그리하여 기쁨으로 늘 충만한 상태를 목표로 하여 살아갈 때, 그 과정에서 하나님은 늘 돌보시고 앞길을 안내하십니다. 그 길을 하나님과 함께 잘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
주님,
우리는 살아가면서 목표를 세웁니다.
그 목표가 이뤄지면 또 다른 목표를 세웁니다.
그런데 새 목표가 이뤄지면 또 다른 목표를 세웁니다.
물론 목표가 안 이뤄져도 목표를 바꿔서 세웁니다.
예컨대 좋은 대학에 가는 목표, 그것이 이뤄지면 좋은 직장을 얻는 목표, 그것이 이뤄지면 승진하는 목표, 그것이 이뤄지면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려는 목표,
그 과정에서 좋은 배우자를 얻으려는 목표, 그것이 이뤄지면 예쁘고 건강한 아이를 낳으려는 목표, 그것이 이뤄지면 좋은 집을 얻으려는 목표, 그것이 이뤄지면 재산이 불어나는 목표, 어느 정도 재산이 불어나면 그 재산이 두 배 세 배 다섯 배 열 배 등으로 끝없이 불어나는 목표,
그밖에도 다양한 성격의 목표를 세우고 살아갑니다.
물론 목표가 안 이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죽을 때가 다 되어야 목표 세우기를 중단할까요?
아니, 자식에게 자기 목표를 물려주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목표가 끊임없이 세워지겠습니까?
자기가 세운 목표가 자신에게 궁극의 만족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잠깐의 만족만 주는 목표를 계속 세우며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인생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를 원합니다.
영원한 만족을 주는 목표를 세우기를 원합니다.
곧 자신이 몸이 아니라 영임을 분명히 아는 목표, 자신이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사랑하시는 그분의 소중한 자녀임을 확연히 아는 목표, 그 앎에서 비롯한 영원한 기쁨과 평화와 권능을 누리는 목표 말입니다.
물론 몸의 목표를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몸의 목표도 때로 필요합니다.
다만 몸의 목표에 쏟는 에너지는 점점 줄이고, 대신 영의 목표에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
그리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걸어가는 여정인 만큼
하나님의 보살핌과 인도가 늘 함께함을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
그리하여 신비로운 경험을 많이 하며 그 길 잘 걸어가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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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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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