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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자기에게 불의를 저지른 친구에게 화가 나서 할아버지에게 왔습니다. 할아버지가 말하였습니다.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나도 나를 아프게 하거나, 자기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느낀 적이 많단다. 그런데 분노는 상대방을 다치게 하기 전에 우선 자기 자신을 상하게 하지. 그것은 마치 자신이 독약을 먹고 적이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아. 달리 말하자면 내 안에 두 마리의 늑대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 한 마리는 착해서 해롭지 않아. 그 늑대는 주변의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며, 누구도 무례함을 의도하지 않았다면 기분 나빠하지 않는단다. 꼭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싸우며 또 공정하게 싸우지. 그러나 다른 한 마리는 분노로 가득 차 있단다. 아주 작은 일에도 격분하곤 하지. 분노가 너무 커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그 늑대의 분노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단다. 내 안에 있는 두 마리의 늑대가 서로 내 영혼을 지배하려고 애를 쓰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가 힘이 들었지.” 소년이 할아버지의 눈을 쳐다보면서 물었습니다. “어느 늑대가 이겨요?” 할아버지가 부드럽게 웃으시며 말하였습니다. “내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기더구나.”
누구나 사람 안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착한 늑대와 분노하는 늑대입니다. 내 안에 있는 분노하는 늑대가 힘을 발휘하면 우선 자신이 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황을 해결하기는커녕 더 어렵게 만든다고 합니다. 우리는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진실임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인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모두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사래의 분노하는 늑대가 힘을 발휘하는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사래는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10년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기다림에 지친 사래는 하나님의 뜻을 잘못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남편 아브람에게 자신의 여종인 하갈과 동침하여 자식을 가지라고 하였습니다. 아브람은 아내의 말을 따랐고, 곧 하갈은 임신하였습니다. 그런데 하갈은 자신이 임신한 것을 알고서 자기의 여주인을 깔보았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사래는 아브람에게 말합니다. “내가 받는 이 고통은 당신이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나의 종을 당신 품에 안겨 주었더니, 그 종이 자기가 임신한 것을 알고서 나를 멸시합니다.”
사래는 하갈이 자신을 멸시함으로 받는 고통이 아브람의 책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브람의 책임인 경우는 아브람이 사래 몰래 하갈과 동침하여 임신했을 때입니다. 그런데 그런 게 아니지 않습니까? 아브람이 사래 몰래 하갈과 동침한 것이 아니라 사래가 그렇게 하라고 권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갈로 말미암은 고통의 책임은 사래 자신에게 있는 겁니다. 자신이 그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사래는 그 책임을 아브람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거의 적반하장의 모습입니다.
사래는 또 이런 말도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당신과 나 사이를 판단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는 무슨 뜻입니까? 당신 때문에 내가 지금 이런 고통을 겪게 되었으니, 하나님이 개입하셔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시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곧 하나님께서 당신을 꾸짖고, 하갈에게 벌을 주고, 그리고 나의 고통은 위로해 주시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지금의 상황이 자신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되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아주 당당합니다. 그렇다면 사래는 왜 이런 모습을 보일까요? 사래가 원래 뻔뻔한 사람이어서 그럴까요? 그렇다기보다는 지금 합리적인 판단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사래가 왜 합리적 판단을 못 하고 있을까요? 사래가 원래 합리적 인식을 못 하는 사람이기 때문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런 아내와 사는 아브람은 인생이 좀 고단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지금 사래가 너무나 화가 나 있기 때문입니다. 앞의 할아버지 이야기에서 말한 분노하는 늑대가 사래 안에서 한껏 힘을 발휘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합리적 판단을 못 하게 되었을 겁니다.
사래가 몹시 화가 난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래의 마음 상태를 생각해 보십시오. 자신의 여종인 하갈을 통해 아이를 가지려고 결정했을 때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습니까? 그리고 아브람과 하갈이 동침하는 그 밤에 사래의 마음이 얼마나 쓰라렸겠습니까? 이 생각 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밤새 잠을 설쳤을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하갈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냥 기쁘기만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하갈이 자신을 업신여기는 겁니다. 멸시하는 겁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고,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사래는 하갈이 자신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 주기를 바랐을 겁니다. 그래 이전보다 자신에게 더 공손하게 대하기를 바랐을 겁니다. 그런데 하갈은 반대로 행동한 것입니다. 그때 터져 나오는 사래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을 겁니다. 누구라도 그런 순간에는 분노로 치를 떨게 될 겁니다. 그래서 사래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 상황의 책임을 아브람에게 전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몹시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사래처럼 합리적 판단을 못 하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화가 몹시 난 상태에서는 어떤 행동을 취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때는 합리적 판단을 하기 어렵고, 그래서 그런 상태에서 취하는 행동이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가 몹시 났을 때는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을 멈추고, 화가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곧 분노하는 늑대에게 먹이를 주지 않고 기다리는 겁니다. 그렇게 하여 화가 사그라져서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행동을 취하는 습관을 지녀야 하겠습니다.
어쨌든 사래는 이런 상황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는 무엇입니까? 사래는 지금 분노로 말미암아 상황에 저항하고 있는 겁니다. 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저항과 반발의 반대 되는 모습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받아들임입니다. 곧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는 상황에 대해 저항하거나 반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렇다면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일까요? 사래의 경우 하갈이 멸시하는 것을 꾹 참고 견디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하갈이 사래를 멸시하는 것 역시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하갈의 행동은 안철수씨가 노원병구의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에 출마함으로 말미암아 유명한 말이 된 ‘안하무인’의 모습입니다. 배은망덕한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행동은 수정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사래는 남편의 재가를 얻어 하갈의 행동을 수정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래는 수정시킨 것이 아니라 학대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상황에 책임지는 것은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첫째는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둘째는 필요하다면 상황을 개선하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무조건 상황을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작년 9월 23일에 “적응하여 해결하기”라는 제목으로 설교하였습니다. 자신이 볼 때 불합리해 보이는 상황을 만났을 때, 그것이 하나님의 뜻인 줄 알아 불평하지 않고 그 상황을 선선히 받아들이는 겁니다. 곧 적응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상황을 바꿔야 하겠다는 판단이 들면 문제 제기를 하여 고치는 겁니다. 곧 해결하는 겁니다. 상황을 바꿀 수 없을 때는 적응하고, 바꿀 수 있을 때는 해결하는 겁니다. 그래서 ‘적응하거나 해결하거나’입니다. 그런데 ‘적응하거나 해결하거나’가 ‘적응하여 해결하기’가 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적응과 해결 중 하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를 하는 겁니다. 적응은 적응대로 하면서 또한 해결하는 겁니다.
‘적응하여 해결하기’, 이는 오늘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내용입니다. 불합리해 보이는 상황을 만났을 때 적응하여 해결하는 것인데,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곧 상황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개선하는 겁니다.
개선의 행동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상황에 반발하는 마음에서 하는 행동이고, 다른 하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하는 행동입니다. 이 둘은 아주 다르게 나타납니다. 사래는 반발하는 마음에서 했기 때문에 하갈을 학대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사래가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했다면 하갈을 수정시켰을 겁니다. 그랬다면 하갈이 임신한 몸으로 도망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사래와 하갈 두 사람이 주인과 종으로서 좋은 관계를 회복했을 겁니다.
두 사람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A가 약간 찡그린 표정으로 말합니다. “해가 났는데도 춥네.” 그러자 B가 환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춥지만 해가 났네.”
이 이야기의 상황에는 두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하나는 맑은 날이어서 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춥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조합하는 방식이 A와 B가 아주 다릅니다. A는 두 가지 사실을 부정적으로 조합합니다. 그래서 “해가 났는데도 춥네.” 라는 그의 표현에 약간 불평이 섞여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약간 짜증이 묻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반면에 B는 두 가지 사실을 긍정적으로 조합합니다. 그래서 “춥지만 해가 났네.” 라는 그의 표현에 넉넉함이 배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감사가 서려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A는 상황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고, B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감사는 B의 마음을 가진 사람의 몫입니다.
상황을 받아들임, 긍정, 감사가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운 열매들입니다. 이제 남은 건 상황을 개선하는 일입니다. 개선을 위해서는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 힘을 구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 힘을 구비한 존재가 되도록 여러 경로를 통해 도와주실 겁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운명을 긍정하며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힘차게 개척해나갈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복된 운명입니다. 그것이 바로 저와 여러분의 멋진 운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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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6/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