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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오전 9시 28분, 배 안에서는 다음과 같은 선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학생들은 일제히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10분 뒤인 9시 38분에 선장과 일부 승무원은 탈출하였습니다. 그로부터 20여 분 뒤인 10시 1분부터 9분 사이에 한 학생이 자신의 엄마와 카톡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난 괜찮아. 우리는 방안에 있어서 구명조끼 다 입고 있어. 그런데 밖에 있는 애들이 걱정이야.” 엄마는 “친구들과 잘 대처하고 있어. 용기 잃지 말고 친구들과 잘 있다 나와.”라고 마지막 문자를 보냈습니다.
많은 학생이 탈출 시도를 못 해본 채 객실 안에 있다가 참변을 당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객실 밖에 있는 친구들을 걱정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죽을 사람이 살 사람을 걱정한 셈입니다. 그 원인은 안내 방송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잘못된 정보에 의해 상황을 틀리게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자신이 틀리게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가슴 아픈 이야기는 우리네 인생 전반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에 따라 앎을 가집니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만약 틀리게 알고 있다면 문제가 됩니다. 극단적인 경우 세월호 학생들처럼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바르게 알고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인생이 가진 큰 문제입니다.
류시화씨의 시 중에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 있습니다. 전에 알고 있던 것이 틀렸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도 진정으로 바른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 문제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시험을 내리셨습니다.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 시험을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은 이삭을 번제물로 바쳐도 결코 이삭이 죽지 않으리라는 터무니없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은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굳은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아브라함은 이삭이 죽지 않으리라고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하여 다음 날 아침 일찍 번제에 쓸 장작 등을 준비하여, 이삭과 두 종을 데리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모리아 땅의 어떤 산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사흘 만에 산 입구에 도착한 아브라함은 종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이 아이와 함께 저리로 가서 예배를 드리고 너희에게로 함께 돌아올 터이니, 그동안 너희는 나귀와 함께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러 가면서 이삭과 함께 돌아오겠다고 말합니다. 이삭이 죽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하여 아브라함은 이삭에게 장작을 지우고, 자신은 불과 칼을 챙겨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이삭이 장작을 질 정도라면 나이가 적어도 15살은 되었을 거로 추측합니다.
도중에 이삭이 물었습니다. “불과 장작은 여기에 있습니다마는, 번제로 바칠 어린 양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연한 물음입니다. 그러자 아브라함이 대답합니다. “번제로 바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손수 마련하여 주실 것이다.” 아브라함은 아직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제 9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그들이 하나님이 말씀하신 그곳에 이르러서, 아브라함은 거기에 제단을 쌓고 제단 위에 장작을 벌려 놓았다. 그런 다음에 자식 이삭을 묶어서 제단 장작 위에 올려놓았다.> 이 부분은 금방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조금 전에 아브라함은 번제에 바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손수 마련하여 주실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준비된 어린 양은 없습니다. 할 수 없이 이삭을 묶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이 이삭을 강제로 묶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삭의 나이가 15살이라면 아브라함의 나이는 115살입니다. 15살이라면 우리 식으로 하면 중학교 3학년쯤 된 것입니다. 115살 먹은 노인이 중학교 3학년 된 아이를 강제로 묶을 수 있겠습니까? 이삭이 자기가 죽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강제로 묶는다고 순순히 응하겠습니까?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이삭이 묶여서 제단 장작 위에 올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두 사람 사이의 대화가 있었을 겁니다. 그 대화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아브라함은 제단에 장작을 설치한 다음에 이삭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을 겁니다. 우선 하나님의 약속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을 겁니다. 40년 전에 자신을 처음 부르실 때 큰 민족을 이루게 해 주시겠다고 하신 말씀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설명했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이삭 너로 말미암아 하늘의 별처럼 많은 자손이 생길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을 아버지는 굳게 믿는다고 말했을 겁니다. 그런 다음에 하나님께서 너를 번제물로 바치라고 말씀하셨다는 사실을 비로소 밝혔을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믿기 때문에, 너를 번제물로 바치라고 말씀하셨지만 너는 결코 죽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말했을 겁니다. 그래서 아까 종들에게 너와 함께 돌아오겠다고 말했던 것이라는 점도 말했을 겁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하나님께서 손수 어린 양을 준비하여 주시리라고 말했던 것은, 그럴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사라졌으니, 이제 네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가능성을 믿는다고 말했을 겁니다. 그러니 아버지를 믿고 내가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겠느냐고 이삭을 설득했을 겁니다.
사실 이 설득은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40년 동안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믿을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능력이 하나님께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브라함의 일이고, 15살 된 어린 이삭은 전혀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까? 아버지가 믿는 하나님을 자신도 믿겠지만, 그 믿음이 아버지의 1/100도 안 될 겁니다. 그런데 자신이 죽었다가 살아난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에 못 살아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몹시 두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아버지 아브라함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동안 보아온 아버지의 인품과 행실이 남달랐던 겁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깊이 존경하고 신뢰했던 겁니다. 그러니 아버지의 말이라면 뭐든지 믿을 수 있는 겁니다. 심지어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말조차도 믿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가 아무리 깊다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선뜻 묶이려 한다는 것이 아주 흔쾌하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뭔가 다른 요소가 더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앞에서 바르게 아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아브라함은 정말 중요한 것 하나를 바르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은 반드시 약속을 지키시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하나님은 절대사랑이시라는 사실입니다. 아브라함은 그 사실을 확고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이삭이 결코 죽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또한 확실히 알았던 겁니다.
그러니까 아브라함이 이삭을 설득할 때 단순히 말로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을 정확히 아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어떤 기운이 그에게 서려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삭은 아버지의 말을 들을 때, 아브라함이 지닌 그 기운에 압도당한 것입니다. 매우 온화하면서도 확고한 기운 말입니다. 그 기운에 압도당한 이삭은 절로 아버지의 말이 믿어지는 겁니다. 이삭은 그 순간 아버지로부터 초월적인 힘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아버지가 믿는 하나님을 자신도 믿게 되고, 그리하여 순순히 묶였을 겁니다.
우리는 자신의 자녀가 신뢰하는 아버지입니까? 자녀가 신뢰하는 부모입니까? 우리가 아브라함의 처지에 놓였다고 가정해 봅니다. 자녀에게 나를 믿고 제물로 바쳐지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자신의 자녀가 부모인 나를 신뢰하고 순순히 묶일까요?
아니, 자녀에게 제물로 바쳐지라고 말하기는커녕, 그 전에 하나님께 그럴 수 없다고 저항하는 부모는 아닙니까? 자녀를 제물로 바치는 일은 상상도 못 할 부모는 아닙니까? 아마도 그것이 우리의 실상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리가 자녀로부터 인격적 차원에서 신뢰를 받는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 바르게 아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해주시겠다고 하신 약속을 꼭 지키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서 하나님은 절대사랑이신 분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나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요.”라고 말하는 분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그분에게 두려움이 있다면,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것입니다. 머리로는 하나님을 바르게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온전히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의식으로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있지만, 무의식 차원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무의식 차원에서도 하나님을 절대사랑으로 알게 되면, 우리에게 두려움은 없을 겁니다.
어느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났습니다. 안에는 3살과 5살짜리 아이 둘만 있었는데, 불길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 없었습니다. 마침 아이들의 아빠가 집 부근에 있다가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밑에서 아이들을 베란다 창문으로 불러냈습니다. 아빠가 다급하게 소리쳤습니다. “얘들아, 아빠가 밑에서 받아줄 테니 아빠를 믿고 뛰어내려!” 3살짜리 아이가 아빠를 믿고 몸을 던져 무사히 구출되었습니다. 하지만 6살짜리는 뛰어내리지 못하고 계속 머뭇거렸습니다. 두려워하며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빠가 정말 날 잘 받아줄 수 있을까? 날 놓치면 어쩌지?’
3살짜리 아이는 아빠를 신뢰하였습니다. 아빠가 자신을 구해줄 수 있으리라고 알고 있었던 겁니다. 6살짜리 아이에게도 전에는 아빠에 대한 그런 앎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후 다른 정보가 주어지면서 그 앎이 희미해진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에 대한 3살짜리 아이와 같은 앎입니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하나님에 대해 6살짜리 아이와 같은 앎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틀린 정보를 제공하여 하나님에 대해 틀리게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려움으로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온전히 하나님을 바르게 아는 수준에 이를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 그 수준에 이르는 길로 인도해달라고 간청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예수님은 반드시 그 간청을 들어주실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나님을 바르게 아는 것이 곧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바르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나를 구원해주시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실 분이라는 사실, 하나님은 절대사랑이시라라는 사실만큼은 온전히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최고의 지식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세월호 사건과 비슷한 일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방송에 따라 우리에게 방안에 있어야 무사할 수 있다는 앎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에 대한 최고의 지식을 구비하고 있다면, 그 순간 성령으로부터 “아니다. 밖으로 나가서 탈출 시도를 해야 한다.”는 음성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 성령의 음성이 그 상황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바른 앎입니다. 하나님은 절대사랑이시라는 사실을 분명히 아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다양한 형태로 절대사랑을 베풀어주십니다.
우리의 부모는 우리에게 그러지 못했을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자녀에게 아브라함과 같은 부모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최고의 지식을 구비하여 그 믿음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자녀에 대한 가장 값진 사랑임을 여러분이 아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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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6/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