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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영국의 신문인 데일리메일은 열일곱 살 된 소년에 대한 안타까운 기사를 실었습니다. 영국 비턴파크 스쿨에 재학 중이던 제이 체셔가 누명 때문에 자살한 겁니다. 체셔는 역사 교사나 작가가 되고 싶어 하던 소년으로, 사려 깊고 총명해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셔는 성폭행 가해자로 몰려 경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안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우울증을 앓아왔던 체셔는 경찰 조사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무진 애를 썼습니다. 다행히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이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2주 만에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체셔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성폭행범 누명을 쓰는 것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억울한 일입니다. 오죽하면 누명이 벗겨졌는데도 자살을 선택했을까요? 억울한 상황이란 이처럼 매우 깊은 고통을 안겨줍니다.
어느 기관에서 남녀 직장인 475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억울한 누명’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하였습니다. 응답자의 82.1%가 ‘직장생활 중 자신의 실수나 잘못이 아닌데 억울하게 누명을 쓴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82.1%라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그 수치는 응답자들이 현재까지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을 가리킵니다. 현재까지 억울한 누명을 쓴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누명을 쓸 가능성은 열려있습니다. 그러므로 전체적으로 보면 그 수치는 더 높을 겁니다.
그런데 억울한 일은 직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에서도 일어납니다. 예컨대 부모의 오해로 말미암아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 일은 깊은 상처로 남아 평생을 두고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 밖에도 학교에서, 자신이 속한 모임에서, 길을 가다가도 억울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교회에서도 억울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억울한 일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일어나게 됩니다.
억울한 일이 생기게 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상대방이 고의로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오해로 생기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고의로 억울한 일이 생기게 되면 무척 화가 날 것입니다.
지난 시간에 억울한 일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곧 내가 억울한 일을 만난 경우를 생각한 것입니다. 억울한 일이 일어났다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법인데, 내가 피해자가 된 경우를 살펴본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의든 오해든 내가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누군가를 종종 억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이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이 피해자가 된 것은 잘 알지만, 자신이 가해자가 된 것은 별로 알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은데,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그 숫자가 똑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가해자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을 피해자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지닌 남 탓을 하고 싶은 속성 때문입니다. 어쨌든 자신이 종종 억울한 피해자가 될 뿐만 아니라, 종종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에서 억울한 일은 고의와 오해, 두 가지를 통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고의로 혹은 오해로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중에는 고의로 타인을 억울하게 만드는 사람은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래서 오해로 말미암아 억울하게 만드는 경우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누군가를 오해하는 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남편을 잘 내조하고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매우 착한 며느리가 있었습니다. 몇 달 동안 운전학원에 다녀서 가까스로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면허 딴 지 며칠 만에 시어머님을 모시고 백화점으로 쇼핑을 갔습니다. 초보 운전인지라 서툴러 종종 실수했습니다. 그때마다 상대방 운전자에게 손을 흔들거나, 애교 어린 미소를 담아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안함을 표시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시어머니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습니다. 그날 저녁 아들이 퇴근하자 시어머니는 아들을 불러 놓고 매우 심각하게 말했습니다. “얘야, 어멈이 요즘 운전학원에 다니면서 이놈 저놈 뭇 사내들을 많이 사귄 것 같더라. 백화점에 가는데 아는 남자들이 무척 많더구나. 다 손 흔들어 주며 인사하더라. 얘야, 어멈 조심해라!”
우스갯소리 같지만 오해는 이런 식으로 일어납니다. 이 세상에 오해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해는 필연입니다. 자신이 오해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수시로 오해하며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들면, 고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됩니다. 그리하여 상대방은 내게 보복하려는 마음을 낼 수 있고, 보복하게 되면 내가 피해를 입게 됩니다. 곧 오해는 타인과 나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도구가 됩니다. 따라서 오해를 점점 줄여나가야 하겠다는 뜻을 세워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오해를 줄여나갈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추측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금방 전해드린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며느리가 사람들에게 손 흔들고 인사하는 것을 보며 남자들과 사귀는 거로 추측했습니다. 며느리의 모습이 이상하게 여겨지면 왜 손 흔드느냐고 물어봐야 합니다. 그런데 그냥 남자 사귀는 거로 추측한 것입니다. 그래서 추측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시어머니의 이야기처럼 직접 눈으로 본 것도 추측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을 추측하면 오해할 확률은 더 높아집니다. 그러므로 눈으로 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절대로 추측하지 않으려 해야 하고, 눈으로 본 것이라 하더라도 추측하지 않으려 해야 합니다. 추측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겁니다.
추측하는 것을 흔히 소설을 쓴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 말이 가리키듯 추측은 상대방에 대해 자기가 마음대로 지어내는 것입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마구 지어내는 것입니다. 자기가 지어낸 소설을 당사자에게 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당사자가 그것은 사실과 다른 소설이라고 해명할 기회를 얻게 되니까 말입니다. 해명을 통해 오해가 풀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어낸 소설을 당사자에게 전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하지 않고 제삼자와 그 내용을 공유하는 겁니다. 당사자는 빠진 채 소설을 확대재생산 하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루머가 이에 해당합니다. 나중에 당사자가 그 내용을 듣게 되면 뒤집어집니다. 개중에는 악성 루머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것이 우리 모두의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우리 중에 거의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에 대해 소설을 쓰고 루머를 만드는 일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모습이 절대 아닙니다.
따라서 추측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일입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문제의 화근은 자신이 잘 안다는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만 보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식은 자신이 제법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무의식을 온전히 아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곧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겁니다. 그러니 상대방을 마음은 더더욱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사람의 언행은 의식보다는 무의식에 의해 나타납니다. 곧 내가 알 수 없는 상대방의 무의식에 의해 그의 언행이 나타나는 겁니다. 그런데도 상대방을 안다고 생각하며 그의 언행을 판단하고 추측하니, 틀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우리가 모르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만이 아닙니다. 상대방 언행의 배경이 되는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도 모릅니다.
두 유형의 사람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입니다. 대다수 사람이 전자에 속합니다. 소크라테스가 바로 후자에 속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도 소크라테스처럼 모른다는 사실을 알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늘 나는 모른다는 자세로 현실에 임하는 겁니다. 모른다는 자세로 상대방의 언행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습관을 기르는 겁니다.
그리고 그때 나 혼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예수님과 함께 따뜻한 시선으로 모든 형제의 언행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습관을 기르는 겁니다. 그것은 형제에게 사랑을 전하는 일이 되고, 또한 나를 사랑하는 일이 됩니다. 그 결과로 관계의 평화와 더 나아가 인생의 행복이 우리에게 주어지게 됩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나는 종종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 일을 줄여나가기 위해 우선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상대방의 언행에 대해 섣부른 판단이나 추측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예수님과 함께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고 싶어 하는 값진 선물을 남김없이 받는 복된 인생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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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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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