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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는 원래 무명의 록 밴드였습니다. 그런데 브라이언 엡스타인이라는 사람이 그들의 진가를 알아보고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브라이언은 우선 비틀즈의 복장을 양복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비틀즈의 음반을 내기 위해 많은 음반사를 찾아다녔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간신히 음반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음반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 후 비틀즈는 계속 성공 가두를 달렸습니다. 브라이언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미국 공연을 계획했습니다. 비틀즈는 미국 공연에서도 큰 성공을 이루며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 무렵 브라이언에게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비틀즈가 다음번에 자기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래서 비틀즈의 공연 성공을 위해 더욱 고군분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많은 약을 먹었습니다. 결국 1967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브라이언이 사망했습니다. 흔히 브라이언이 없었다면 비틀즈도 존재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비틀즈는 브라이언의 사망으로 큰 충격에 빠졌고, 결국 1970년에 비틀즈는 해체되었습니다.
사실 비틀즈가 브라이언과 재계약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브라이언은 두려움을 가졌던 것입니다. 그 두려움이 원인이 되어 과도한 약물 복용으로 사망하였습니다. 브라이언의 터무니없는 두려움, 그것이 자신에게도 불행의 원인이었고 비틀즈에게도 해체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두려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사안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두려워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갖고 두려워하는데, 그 두려움이 오히려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겁니다. 오늘 본문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왕에게 술잔을 올리는 시종장이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꿈의 내용을 알 수 없어 답답했습니다. 더 나아가 혹시 불길한 꿈은 아닐까 하여 근심하였습니다. 요셉은 그에게서 꿈 이야기를 듣고 해몽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사흘 후에 석방되어 다시 왕에게 술잔을 올리게 될 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종장께서 잘되시는 날에 나를 기억하여 주시고, 나를 따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바로에게 나의 사정을 말씀드려서, 나도 이 감옥에서 풀려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히브리 사람이 사는 땅에서 강제로 끌려온 사람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내가 이런 구덩이 감옥에 들어올 만한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요셉의 부탁을 받은 시종장은 성경에는 기록이 없지만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물론이지. 자네 말대로 내가 석방만 된다면, 반드시 왕에게 잘 말씀드려서 자네가 석방되도록 도와주겠네.” 그리고 사흘 후 그는 석방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요셉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완전히 잊어버렸습니다.
아니, 어떻게 요셉을 잊을 수가 있습니까? 요셉의 부탁을 받고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불과 사흘 전입니다. 석방되는 날 아침에도 요셉의 시중을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요셉을 잊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치매 환자라면 몰라도 말입니다. 물론 요셉 때문에 석방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기가 꾼 꿈이 혹시 불길한 꿈은 아닐까 하여 근심하였는데, 요셉의 해몽으로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요셉의 은혜를 입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요셉을 잊은 것은 은혜를 저버린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요셉을 잊게 되었을까요? 그가 석방되어 본래의 직책이 회복되었을 때 참으로 기뻤을 겁니다. 그런데 동료인 빵 굽는 시종장이 처형되는 모습을 보고는 두려움을 느꼈을 겁니다. 이럴 때 직책이 회복된 기쁨은 두려움에게 밀리게 되는 법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사소한 실수로 언제 다시 감옥에 갈지 모르고, 또한 잘못되면 빵 굽는 시종장처럼 처형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해야 하겠다고 다짐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가 처한 상황은 기뻐하기보다는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되면 사람은 대개 자기중심적으로 됩니다. 자기 안전을 최우선 순위로 두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타인에게 관심을 둘 여유가 사라집니다. 시종장은 아마도 이런 이유로 요셉에 대해 까맣게 잊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세 주 전에 요셉이 감옥에 갇혀서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요셉이 감옥에 갇힘으로 말미암아 경호 대장의 집에서 살 때보다 훨씬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고 암담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하나님께 내맡겼습니다. 그렇게 하자 자기 자신에 빠져 살지 않고 타인에게 관심과 애정을 표하면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두 시종장의 근심 어린 표정을 알아차리고 그들에게 안부를 물어 주었습니다.
요셉의 그런 모습과 오늘 살펴보는 시종장의 모습이 대비됩니다. 요셉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시종장에게 관심과 애정을 표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시종장은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긴 해도 요셉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었는데도, 자기 안에 빠져 고마운 요셉을 완전히 잊는 삶을 살았습니다.
시종장의 자기중심적인 모습의 원인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소한 실수로 언제 다시 감옥에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또한 잘못되면 빵 굽는 시종장처럼 처형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입니다. 곧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금 자기중심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미래는 예측 불가하니까요. 그래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는 있습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겁니다. 그런데 조심하는 것과 미래를 두려워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조심하면서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힘만으로는 그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도움을 받는 겁니다.
다시 요셉을 생각해 보십시오. 요셉이 처한 상황은 시종장이 처한 상황보다 훨씬 미래를 두려워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요셉은 미래를 하나님께 내맡겼습니다. 그러자 두려움에서 벗어나 현재를 사랑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셉처럼 주님에 대한 깊은 신뢰로 미래를 주님께 내맡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릅니다. 물론 미래를 주님께 내맡겼다고 해서 완전히 두려움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두려움에서 제법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만큼 현재를 온전히 살게 됩니다. 또한 현재를 온전히 사는 만큼 형제에게 관심과 사랑을 표하면서 살게 됩니다. 반대로 미래를 주님께 내맡기지 못해 두려움이 깊은 만큼 자기중심성이 깊어집니다.
주변에서 자기중심성이 깊은 사람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매우 이기적이고, 타인의 희생을 대가로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의 내면에 두려움이 많은 거로 보면 정확합니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이 많은 사람입니다. 두려움과 사랑은 공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지금 건강해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지닙니다. 게다가 돈도 별로 없고, 건강도 시원치 않다면 당연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질 때마다 주님께 내맡기는 일을 반복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질 때마다 이렇게 기도하는 겁니다. “주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지는데 이 두려움을 가져가 주십시오. 대신 고요하고 평화롭고 온유한 마음을 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고 나서 잠시 주님의 사랑의 품 안에 안식하는 시간을 갖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기도하는 겁니다. “주님, 내 안에 사랑이 샘솟게 도와주십시오. 모든 형제에게서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도와주십시오.” 이런 기도는 응답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한결 가벼워지고, 또한 형제에게 사랑과 축복을 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상태이기에 시종장처럼 형제한테 입은 은혜를 잊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올해 마지막 날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였다고 말합니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은 다사와 다난이 합쳐진 말입니다. 다사 - 많은 일이 있었는데, 다난 - 어려운 일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사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혹시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반영되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요? 곧 컵에 물이 반쯤 차 있을 때,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고 보는 시각 말입니다. 그렇다면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보려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다사다사(多事多謝)입니다. 다사 - 많은 일이 있었는데, 다사 - 감사한 일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똑같은 한 해를 보내고 어떤 사람은 다사다난했다고 보고, 또 어떤 사람은 다사다사했다고 보는 겁니다.
다사다난으로 보는 사람은 감사한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감사한 일은 잊는 겁니다. 대신 어려웠던 일만 골라서 기억합니다. 그러나 다사다사로 보는 사람은 감사한 일을 잘 기억합니다.
여러분에게 올해가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아니라 다사다사했던 한 해였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감사했던 일, 감사했던 순간을 잘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은혜를 받은 일을 모두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여러분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고마운 사람을 모두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요즘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런 장면이 나왔습니다. 감방 안에서 여섯 명이 함께 생활합니다. 감방에는 그 방의 대표인 방장이 있습니다. 방장은 젊은 시절에 조폭 생활을 하다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입니다. 그러다 25년으로 감형 받고 현재 22년을 복역했습니다. 한편 장발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절도범이 있습니다. 장발장은 방장을 아버지라고 부르면 따릅니다. 그러다가 출소를 일주일 남기고 가지고 있던 시계를 방 검사에서 적발당합니다. 잘못하면 출소가 늦춰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자 장발장은 그 시계가 자기 게 아니라 방장의 거라고 말합니다. 결국 방장이 징벌방에 가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방장이 징벌방에서 나와 방으로 돌아가서 장발장을 만나게 됩니다. 방장은 장발장을 용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방장은 장발장이 출소하기 전날 밤에 장발장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가면 죄짓지 말고, 남의 물건 훔치지 말고, 착하게 살아라. 다시는 이런 데 오지 말아라.” 장발장은 방장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버지, 꼭 다시 만나러 올게. 돈 많이 벌어 우리 아버지 좋아하는 라면 한 박스 사서 꼭 다시 올게.” 다음 날 새벽 출소하는 장발장을 보며 교도관이 방장에게 말합니다. “저 새끼는 한 번은 찾아오겠지? 당신이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러자 방장은 말합니다. “안 옵니다. 도둑놈 새끼들 의리가 어디 있습니까? 20년 동안 나한테 큰절하고 나간 놈이 여기서 부산까지 될 겁니다. 근데 한 놈도 안 옵니다. 그래도 한 개도 안 섭섭합니다. 내가 좋아서, 내 마음 편하자고 잘해준 건데 섭섭할 게 뭐 있습니까?”
몇 달 후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가족이나 지인이 접견 와서 나갔는데, 방장만 혼자 남아 있습니다. 그는 가족이 없어 지난 긴 세월 동안 접견 온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방장에게 누가 접견 왔다는 것입니다. 방장은 믿지 못하는 얼굴로 접견장으로 나갔습니다. 접견 온 사람은 바로 장발장이었습니다. 절대로 오지 않을 거로 믿었던 장발장을 보면서, 방장은 놀랍기도 하고 벅찬 마음이었을 겁니다. 은혜를 잊지 않고 찾아온 장발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본문의 시종장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고마운 요셉을 잊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주님께 내맡기는 삶을 살 것입니다. 또한 지난 한 해를 다사다난했던 해가 아니라 다사다사했던 해로 지각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님의 모든 은혜를 기억하고 또한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모든 고마웠던 사람을 기억하며 감사할 것입니다. 이어서 그렇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새해 역시 다사다사한 해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주님,
두려움이 깊다는 것은 그 마음 안에 주님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자기중심적으로 됩니다.
그 결과 형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 여유는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두려움이 깊은 마음에는 감사함이 자리 잡을 수 없습니다.
감사함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모습은 겉사람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두려움이 느껴질 때마다 주님께 내맡기는 일을 반복하려 합니다.
더 나아가 두려움 대신 사랑으로 살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누구는 두려워하는데
나는 형제를 사랑하고 축복하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또한 사랑과 동전의 양면 관계인 감사한 삶을 살려고 합니다.
이런 모습은 속사람의 모습입니다.
그런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옵소서.
올 한 해 내가 지각하든 지각하지 못하든 늘 나와 동행하시며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주님 사랑의 통로가 되어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다사다사했던 한 해를 보내고
이제 가슴 벅찬 소망으로 다사다사할 새해를 맞이하게 인도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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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전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