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의 유명한 화가이자 조각가인 미켈란젤로의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그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 5미터가 넘는 큰 대리석과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한 소녀가 지나가다가 바위를 열심히 쪼고 있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아저씨, 왜 바위를 깨고 있으세요?” 미켈란젤로는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소녀 앞에 무릎을 구부리며 앉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꼬마야. 저 바위는 그냥 돌덩이가 아니란다. 저 바위 안에는 천사가 들어 있어.” 소녀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습니다. “천사가요?” “그래. 아저씬 지금 잠자는 천사를 깨우는 중이야.” 소녀가 신기한 듯 대리석을 쳐다보며 물었습니다. “왜죠?” 미켈란젤로가 대답했습니다. “천사를 자유롭게 해 주고 싶거든.”
미켈란젤로가 이 때 만든 작품이 <다비드 상>입니다. 그 높이가 4미터가 넘고 받침대까지 합치면 5미터가 넘습니다. 당시 26세였고 3년에 걸친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이 돌팔매 끈을 왼편 어깨에 메고 골리앗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조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돌을 깨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손에서는 결코 이런 걸작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저 돌 안에는 천사가 잠들어 있고, 그 천사를 자유롭게 해 주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의 손에서만 이런 위대한 작품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은 단순히 그의 재능만이 아니라 이런 마음이 합쳐진 결과가 아닐까요?
게다가 미켈란젤로가 사용한 대리석은, 그 전에 다른 두 명이 조각가들이 작품을 만들기엔 부적합하다고 버린 돌이었다고 합니다. 남들은 버린 돌이었는데 그 속에서 천사를 찾아내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입니다.
우리는 제각기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직업은 우리의 생계수단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과 미켈란젤로와 같은 마음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직업을 통한 성취도가 아주 다를 것입니다. 아니, 두 사람의 삶의 질이 사뭇 다를 것입니다.
어떤 봉사를 한다 하여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의무감으로 봉사를 하는 경우와 미켈란젤로와 같은 마음으로 봉사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직업이든 봉사든 그밖에 무슨 일이든 미켈란젤로와 같은 마음으로 임한다면 그 결과는 멋진 모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삶도 매우 윤택하게 될 것입니다. 설령 하는 일의 여건이 좋지 않다 하더라도, 남들이 버린 돌을 갖고 그것의 재질을 탓하지 않고 위대한 예술품을 만든 미켈란젤로의 자세를 가진다면, 좋지 않은 여건은 그리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미켈란젤로와 같은 마음으로 임하는 것, 이를 인생의 화두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미켈란젤로의 경우처럼 꼭 잠자는 천사를 깨우겠다고 할 필요는 없겠지요. 각자의 형편에 따라 다양한 내용을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게 된다면, 무기력이나 불안과 같은 것들은 끼어들기 어려울 겁니다. 설령 끼어들었다 하더라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사라지게 될 터입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아이리스>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북한의 한 과학자가 망명을 요청하였습니다. 그가 남한의 정보국 요원인 이병헌에게 묻습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냐고 말이죠. 이병헌이 없다고 대답하자 그가 말합니다. “북에서 온 나는 신을 믿고, 남쪽의 요원은 믿지 않는다니 아이러니하군요.” 이어서 그는 이런 말을 인용합니다. “신이 있다는 것을 믿는 것처럼 살아라. 만약 신이 있다고 하면 얻는 것은 무한하다. 만약 없다고 해도 잃는 건 하나도 없다.”
한 달 전에 <세상이 나를 보살펴 준다> 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였습니다. 하나님이 세상과 분리된 상태에서 나를 보살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세상과 하나가 되어 나를 보살펴 주신다는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세상이 나를 보살펴 준다고 생각하고, 틈틈이 “세상이 나를 보살펴 준다.” 라고 미소 지으며 큰소리로 외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동안 틈틈이 그리 하신 분도 있을 것이고, 혹 그리 하지 않은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안 하신 분은 왜 안 했을까를 헤아려 봅니다. 사실 “세상이 나를 보살펴 준다.”는 말은 수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험한 곳인데, 세상은 그동안 나에게 기쁨보다는 고통을 더 많이 안겨 주었는데, 그런 세상이 나를 보살펴 준다니 말이지요. 그러나 제가 그 말씀을 드릴 때는 하나님과 분리되어 세상이 나를 보살펴 준다는 게 아니라, 하나님과 하나 되어 나를 보살펴 준다는 뜻이었습니다. 곧 세상이 나를 보살펴 준다는 말과 하나님이 나를 보살펴 준다는 말이 같은 뜻인 것입니다. 하나님이 나를 보살펴 주신다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를 할 겁니다. 그런데 굳이 세상이 나를 보살펴 준다고 말하는 것은, 세상을 내게 고통을 안겨 주는 적으로 여기면서 하나님이 나를 보살펴 준다고 할 때, 그 믿음은 세상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릴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북한의 과학자가 인용한 말을 좀 바꿔서 표현해 보겠습니다. “세상이 나를 보살펴 준다고 믿고 살아라. 만약 세상이 나를 보살펴 줄 수 있다면 얻는 것은 무한하다. 만약 세상이 나를 보살펴 줄 수 없다 하여도 잃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아니, 삶은 자신이 믿는 대로 경험하게끔 진행됩니다. 세상이 나를 보살펴 준다고 믿으면 그 믿음대로 인생이 전개되는 것입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미켈란젤로가 거인 골리앗과 싸우기 직전의 다윗의 모습을 조각하였다 하였습니다. 바로 그 때의 다윗이 골리앗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는 칼이나 창 따위를 쓰셔서 구원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기에 모인 이 온 무리가 알게 하겠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주님께 달린 것이다.” 당시에는 칼과 창을 갖고 전쟁을 하였습니다. 칼과 창으로 상대방을 많이 죽이면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칼과 창의 역할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라는 겁니다. 이런 걸 믿음이라고 말합니다. 믿음은 상식과 합리성 너머의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상식과 합리성이 중요합니다만, 어떤 때나 어떤 영역에서는 믿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다윗은 이 장면 직전에 사울왕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자의 발톱이나 곰의 발톱에서 저를 살려 주신 주님께서 저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도 틀림없이 저를 살려 주실 것입니다.” 다윗에게 이런 굳건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안에서 잠자고 있는 천사를 깨워 그를 자유롭게 해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태어난 것이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충천한 다윗의 모습이었습니다. 하늘을 찌를 믿음을 가진 사람이 바로 자유를 얻은 천사의 모습일까요?
다윗의 이런 믿음을 본받아 세상이 나를 보살펴 준다는 믿음으로 살아가십시오. 또한 무슨 일을 하든 미켈란젤로와 같은 자세로 임하십시오. 여러분이 자유를 얻은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살게 될 것이고, 또한 다른 사람들을 자유를 얻은 천사로 만들 것입니다. 다윗의 믿음과 미켈란젤로의 자세, 이 둘이 하나로 통합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무기력이나 불안은 끼어들기 어렵습니다. 그의 삶은 천사처럼 자유롭고 또한 아름다울 것입니다. ◈
|
772, 
7/39 
노희담
김지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