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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어느 마을에 편지를 배달하는 집배원이 있었습니다. 그는 편지를 배달하기 위해 걸어서 또는 차를 타고 매일 80km의 길을 이동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무뚝뚝하였습니다. 집 앞에서 집배원과 마주쳐도 쳐다보지도 않는 겁니다. 또한 다니는 길에는 풀 한 포기도 없었습니다. 그래 집배원의 가슴은 늘 허전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자기 돈으로 꽃씨를 샀습니다. 그리고는 편지를 편지함에 넣을 때마다, 주머니에서 꽃씨 한 줌을 집어 그 집 앞 길가에 뿌렸습니다. 싹이 나고 안 나는 것은 하늘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내내 꽃씨를 뿌리며 다녔습니다. 몇 달이 지나 씨앗들 중의 일부가 싹이 나서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영문을 모른 채 갖가지 꽃이 만발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드디어 마을이 꽃밭이 된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부터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 꽃을 심고 사랑으로 가꾸었습니다. 마침내 삭막했던 그 마을이 아름다운 꽃마을이 되었습니다. 또한 마을 사람들은 그 집배원이 지나갈 때마다 늘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집배원은 참 행복했습니다.
집배원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꽃씨를 샀지만 그것이 그리 큰돈은 아니었을 겁니다. 또한 그가 꽃씨를 뿌리는 수고를 하였지만 그것이 그리 큰 힘이 드는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풍성하였습니다. 삭막했던 마을이 아름다운 꽃마을로 다시 태어났고, 또한 무뚝뚝했던 마음 사람들의 입가에 화사한 미소가 생겨났으니까요. 집배원의 작은 정성과 작은 수고가 그토록 풍성한 열매를 맺은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 마을이 집배원의 고향 마을도 아니고, 또한 마을 사람들로부터 집배원은 냉대를 받았습니다. 상대방이 무뚝뚝하게 나오면 나도 무뚝뚝하게 대하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러니 굳이 자기 돈으로 꽃씨를 사서 뿌리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호의로 대한다면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런 마음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조건에서 그런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그가 원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기 때문일 겁니다. 바로 그 따뜻한 마음이 작은 정성과 작은 수고로 그토록 풍성한 열매를 맺은 원인이 아닐까요? 또한 중요한 것은 집배원 자신도 행복해졌다는 사실입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나 더 해 드리겠습니다. 어떤 사람의 고백입니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의 일이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 며칠 전 날, 나는 아버지와 함께 서커스를 구경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 줄 서 있었다. 표를 산 사람들이 차례로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가고, 마침내 매표소와 우리 사이에는 한 가족만이 남았다. 그 가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열두 살 이하의 아이들이 무려 여덟 명이나 되는 대식구였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허름하지만 깨끗했다. 아이들은 둘씩 짝을 지어 부모 뒤에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아이들은 그 날 밤 구경하게 될 어릿광대와 코끼리, 그리고 온갖 곡예들에 대해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전에는 한 번도 서커스를 구경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날 밤은 그들의 어린 시절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아이들의 아빠와 엄마는 자랑스런 얼굴로 맨 앞줄에 서 있었다. 매표소의 여직원이 남자에게 몇 장의 표를 원하냐고 물었다. “어린이표 여덟 장과 어른표 두 장을 주시오.” 여직원이 입장료를 말했다. 그 순간 아이들의 엄마는 잡고 있던 남편의 손을 놓고 고개를 떨궜다. 남자의 얼굴에도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만큼의 돈을 갖고 있지 않은 게 분명했다. 남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을 다시 한 번 세어 보고는, 매표소 창구에 몸을 숙이고 다시 물었다. “얼마라고 했소?” 매표소 직원이 다시 금액을 말했다. 남자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하며 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이제 와서 뭐라고 아이들에게 말할 것인가? 한껏 기대에 부푼 아이들에게 이제 와서 서커스를 구경할 돈이 모자란다고 말할 것인가?
이 때였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의 아버지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런 다음 아버지는 몸을 굽혀 그것을 다시 주워 들더니,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여보시오. 방금 당신의 호주머니에서 이것이 떨어졌소.” 남자는 돈과 나의 아버지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무슨 영문인지 알아차렸다. 남자는 만 원짜리 지폐를 꼭 움켜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소. 이것은 우리 가족에게 정말로 큰 선물이 될 것이오.” 남자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당시에 만 원은 제법 큰 돈이었다. 그들은 곧 표를 사서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나와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 당시 우리집 역시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아버지도 큰맘 먹고 내게 서커스 구경을 시켜주려 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나를 믿었을까? 아버지가 미소 띤 얼굴로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서커스는 다음에 봐야겠다. 그래도 되겠지?” 나는 아버지가 준비한 돈 전부를 그 집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아버지의 따뜻한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가 자랑스러웠고, 신나게 서커스를 보고 있을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흐뭇해하는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이 아버지 역시 마음이 아주 따뜻한 사람입니다. 당시에 만 원이 큰돈이었다 하더라도 아주 큰돈은 아니었을 겁니다. 적은 돈으로 10명의 가난한 가족에게 큰 기쁨을 안겨 주었습니다. 게다가 자신도 넉넉지 않은 형편인데 말이죠. 또한 자신의 아들에게도 훌륭한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아들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 아마도 아버지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하나님에게는 입술이 없습니다. 그래 다른 사람의 입술을 통해 나의 입을 맞추십니다. 하나님에게는 팔이 없습니다. 그래 다른 사람의 팔을 통해 나를 껴안아 주십니다. 하나님에게는 눈이 없습니다. 그래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나를 바라보십니다. 곧 하나님은 다른 사람 속에 임재해 계십니다. 그러므로 이웃을 부정으로 대하면 하나님이 상처를 입게 됩니다. 반대로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을 만나면 하나님이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기쁨에 겨워 이웃과 나에게 풍성한 열매와 행복을 선물로 주십니다.
많은 돈, 큰 수고가 아니어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면 작은 정성과 작은 수고로 주변을 환한 빛으로 채울 수 있고 또한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 관건입니다.
하여 우리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내 안에 상처가 많이 있지만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내 형편이 매우 안 좋지만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종종 남몰래 엉엉 울 때가 있지만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내 안에 욕심이 많으니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내 안에 미움이 많으니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내 안에 분노가 많으니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인생을 자신 있게 살아갈 힘이 없지만 그러나 따뜻한 마음은 갖게 해 달라고. 내 안에 근심과 두려움이 많이 있지만 그러나 따뜻한 마음은 갖게 해 달라고. 외로움과 무기력감에 시달리지만 그러나 따뜻한 마음은 갖게 해 달라고 우리 주님께 간구합니다.
오늘 본문을 다시 한 번 함께 읽겠습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주님께서 예언자를 시켜서 이르시기를,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할 것이다’ 하신 말씀을 이루려고 하신 것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이다.”
하나님이 늘 우리와 함께 계셔서 우리의 마음이 늘 따뜻하기를 바랍니다. 임마누엘 예수님은 우리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도록 돕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우리의 영혼 깊은 곳에 태어나셔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우리가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도우십니다. 따뜻한 존재로 나날이 성장하도록 이끌어주십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덩어리와 같이 따뜻한 예수님을 늘 마음에 품고 살아, 이 추운 겨울 인생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름답고 행복한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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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7/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