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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였다고 말합니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은 다사와 다난이 합쳐진 말입니다. 우선 앞에 나오는 다사는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그 중에는 마음에 드는 일도 있었을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있었을 겁니다. 다음에 뒤에 나오는 다난은 어려움이나 탈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이 둘이 합쳐진 것을 이렇게 풀어서 이해해 봅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어. 그 중에는 좋은 일도 있었고 궂은일 일도 있었지. 그런데 특별히 어려운 일들이 많았어.” 그러므로 다사다난이라는 말은 힘들고 어려운 일 쪽으로 더 기우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사람들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매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좋은 일보다 더 많았다는 뜻이 됩니다. 그것은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의 반영이라는 측면은 없을까요? 사실 늘 투덜거리며 사는 사람이 있고, 대체로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늘 투덜거리며 사는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 없는 걸까요? 반대로 대체로 감사하는 사람에게는 나쁜 일이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에게 현실은 비슷한데, 다만 두 사람이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을 늘 부정적으로 보면 실제로 부정적인 일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습관적으로 사용할 게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그 다음 해도 실제로 다사다난한 한 해가 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곧 어려운 일이 더 많은 한 해가 된다는 겁니다. 내가 사용하는 말이 현실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사다난이라는 말 보다는 다사다사(多事多謝)라는 말은 어떨까요?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는데 특별히 감사한 일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혹은 다사다희(多事多喜)는 어떨까요? 즐거운 일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그리하여 매년 이맘때쯤이면 습관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올해는 참 다사다사하고 다사다희한 한 해였어.” 그런 긍정의 시각은 우리네 인생을 실제로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겁니다.
남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에게는 범죄행위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혹 그런 행위가 일어날 경우, 그들은 매우 흥미로운 의식을 갖습니다. 범죄행위를 한 사람을 마을 한가운데에 세우고, 모든 부족원들이 그 죄인을 둥그렇게 에워쌉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차례로 돌아가면서, 가운데 세워진 죄인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어 하나씩 말합니다. 그의 건설적인 속성과 능력, 선행, 친절한 행위 등이 빠짐없이 열거됩니다. 이 때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하거나, 우스갯소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불만이나 무책임하고 반사회적인 행위에 대한 비판도 하지 않습니다. 의식은 며칠을 두고 이어집니다. 그렇게 해서 부족원 전체가 잘못을 저지른 그의 칭찬거리를 다 찾아내면, 의식이 끝나고 축제가 벌어집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부족의 일원으로 환영받으며 되돌아오게 됩니다. 이러한 형태의 의식은 잘못을 저지른 부족원의 자존감을 최대로 높여 주면서, 그로 하여금 부족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살도록 만드는 효과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그 사회에서는 좀처럼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죄인의 심경을 헤아려 보십시오. 자신이 지금 심판대 위에 서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아니, 자신을 위한 축제마당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겠지요. 부족원들의 모습을 보십시오. 이들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앞에 세우고, 그가 전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듯이 그를 대합니다. 다만 긍정으로 대하는 겁니다. 그를 믿어주는 것입니다. 마침내 그가 구원을 받게 됩니다. 더 나아가 마을 사람들 자신이 그 덕을 보게 됩니다. 범죄의 피해로부터 벗어나게 되니까요. 긍정이 갖는 아름답고 위대한 힘입니다.
허물이 많은 상대방을 긍정으로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또한 힘든 일이 많은 세상을 긍정으로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또한 허물 많은 상대방을 긍정으로 바라보고, 힘든 일이 많은 세상을 긍정으로 바라보는 나는 얼마나 대견스럽습니까? 그리하여 나 자신에 대해서도 날로 긍정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다사다사하고 다사다희한 한 해였다는 말은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 많은 한 해였다는 뜻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은 한 해 동안 어려운 일도 있었음을 그 안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앞의 다사(多事)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는 뜻인데, 그 중에는 좋은 일과 더불어 궂은일도 많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겁니다. 하지만 감사하고 즐거운 일에 더 주목한다는 뜻이지요.
한 해를 긍정으로 바라보아 감사하고 즐거운 일에 더 주목하는 사람은, 한 해의 어려운 일에 대해서도 긍정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곧 시련을 은총의 기회나 도구로 여길 수 있습니다.
한 청년 개미가 건넛마을에 사는 아가씨 개미를 사랑했습니다. 어느 날 그 청년 개미는 아가씨 개미를 만나기 위해, 용기를 내어 큰길을 건너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큰길은 오래 되어 낡고 험한 아스팔트길이었기 때문에, 청년의 아버지 개미는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개미는 아주 기다란 지푸라기 두 개를 등에다 얹어 주었습니다. 아들 개미는 안 그래도 험한 길인데 이 무거운 걸 왜 지고 가라는지 모르겠다며 항의했지만, 아버지 개미는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들 개미는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투덜거리며 그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조금 가다 보니 아스팔트에 상당히 넓어 보이는 갈라진 틈새가 있었습니다. 그 틈새는 개미에게 깊은 벼랑과도 같은 난관이었습니다. 개미는 낙담하여 등에 지고 있던 지푸라기 두 개를 팽개치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지푸라기가 틈새 사이로 떨어져, 틈새를 건너갈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지푸라기 두 개가 만든 다리를 건너가면서, 아들 개미는 아버지의 지혜에 감탄하며 감사드렸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신뢰하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성하였습니다. 무거운 짐이라고만 생각했던 지푸라기가 구원의 다리가 되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때로 우리에게 감당키 어려운 시련을 주십니다. 매우 무거운 짐을 등에 얹어 주십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는 사람은 그것이 은총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압니다. 그리하여 그것조차도 긍정으로 바라봅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곧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일이 주어지더라도, 곧 시련이 찾아와도 투덜거리거나 낙망하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는 사람입니다. 그에게는 모든 일, 곧 좋은 일 궂은일 등이 서로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합니다. 그러니 하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이런 인식을 가지면 우리는 긍정으로만 모든 일을 대할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여러분에게 시련이 있었습니까? 혹 지금도 그 시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까?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며 그것을 긍정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낙망하지 않고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그 일에 임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시련 외에 감사하고 즐거운 일을 더 많이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다사다사하고 다사다희한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미소 지으며 말하십시오. 혹 몸과 마음 어딘가에 상처나 아픔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또한 새로이 다사다사하고 다사다희한 한 해를 맞이하겠다고 설렘으로 말하십시오. 여러분의 그러한 긍정적인 기운이 하나님의 위대한 은총의 귀한 자양분이 될 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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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7/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