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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미국 텍사스에 있는 한 군사시설에서 마약과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상담자 세미나를 인도하게 되었습니다. 인원은 75명쯤 되었습니다. 그 그룹에는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 군속들도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잘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사는 뒤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을 주목했습니다. 그는 민간인이었고 수업에 도무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강사를 강하게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분명히 강사의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교재를 펴지도 않았고, 그룹의 연습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강사는 기분이 나빴습니다. 아마도 그는 전직 군인이었던 것 같은데, 군인 시절에 상관의 명령을 듣지 않고 군기를 문란하게 하여 상관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사람일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어딜 가든지 늘 문제를 일으키는 마음이 삐딱한 사람일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휴식시간이 되어 부대를 책임지는 소령이 강사에게 프로그램이 어땠는지 물어왔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딱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벙어리처럼 앉아서 책조차도 펼치지 않았습니다.” “그가 누구지요?” 강사가 그를 지적하자 소령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로버트군요. 그는 우리 부대 최고의 상담자 중 한 명이지요. 그는 장님입니다. 책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책을 펼치지 않았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강사는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강사는 그와 대화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자 강사가 그의 얼굴에서 읽었던 메시지와는 정반대의 말을 그가 하였습니다. “이 세미나는 제가 그 동안 참여했던 세미나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부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세미나를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도 이와 같이 잘못된 판단을 할 때가 있습니다. 판단에는 긍정적 판단과 부정적인 판단이 있습니다. 긍정적 판단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것입니다. 상황판단을 잘 하여야 인생을 제대로 풀어갈 수 있습니다. 한편 부정적 판단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선입견이나 감정에 의해 왜곡되게 지각하는 것입니다. 흔히 소설을 쓴다고 말합니다.
신약성경에서 사용되고 있는 판단이라는 말은 헬라어 원문으로 보면 ‘크리노’라는 단어입니다. ‘크리노’는 긍정적으로는 잘 구분한다, 제대로 판단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부정적으로는 심판한다, 비판한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크리노’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 경우를 보겠습니다. “너희가 심판을 받지 않으려면 남을 심판하지 말아라.”(마7:1) “남을 심판하는 것은 바로 자기 스스로를 정죄하는 것입니다.”(롬2:1)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서로 남을 판단하지 마십시다.”(롬14:13) “도대체 당신이 누구이기에 이웃을 심판합니까?”(약4:12) 여기서 사용되고 있는 심판이나 판단은 모두 ‘크리노’라는 단어입니다. 심판이라고 번역했지만 판단이라고 번역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니까 성경은 남을 판단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정말 그를 판단하지 않았어. 난 그를 평가했을 뿐이야.” 이 말은 ‘크리노’를 부정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사용했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인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온전하고 객관적인 판단인지, 비판적이고 심판적인 판단인지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의견이 얼마나 중립적인지를 보는 것입니다. 자신의 의견이 중립적이라면 온전한 판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중립적인지를 헤아리는 것도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 때 중립적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감정 상태를 헤아리는 것입니다. 곧 마음이 담담하면 객관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고, 부정적 감정이 일어난다면 심판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부정적 감정에는 언짢음, 불편함, 경멸감, 미움, 분노 등이 있겠습니다. 부득이 상대방에 대해 객관적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있지만, 가급적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은 객관적 판단을 한다고 했지만, 심판적 판단이 될 가능성이 언제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모든 면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의 성격 또는 동기나 양상을 완전하게 알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신의 많은 에너지를 판단하는데 소모할까요? 그것은 판단이 마치 우리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방법인 것처럼 여겨지고, 거기서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자신에게 큰 손해가 됩니다.
우리가 남을 판단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많습니다. 그 중 하나는 그것이 자신의 건강을 상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남에 대한 비판적 판단을 하는 순간, 바로 몸의 조화가 깨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은 상관없습니다. 그 판단이 설령 옳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 순간 자기 몸에 스트레스가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비판적 판단을 한다는 것은 곧 부정적 감정상태가 된다는 것이고, 부정적 감정 상태는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스트레스는 감지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스트레스를 받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난 여름휴양회 때 말씀드렸다시피 코티솔이라는 아주 나쁜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결국 자신이 손해를 입게 됩니다.
더욱 해로운 것은 자신을 판단하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가혹하게 대합니다. 우리는 대체로 문제가 있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이런 성장기에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가졌던 의견들은 몇 십 년 동안 우리를 지배합니다. 만약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를 돌보았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불공평하거나 가혹한 판단을 하였다면, 우리는 그런 부정적인 판단을 아무 분별없이 계속 받아들이게 됩니다. 우리는 항상 자신을 기쁘게 하는 방식으로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 실수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넘어뜨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타인을 판단하고 자신도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그런 경향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나는 판단하는 것이 아니야. 그저 관찰하고 평가하는 것일 뿐이야.” 라고 고집을 부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입니다. 자신의 판단적 사고를 알아차리고는 중립상태로 들어가려고 해야 합니다. 판단의 늪에서 빠져 나와야 합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너희는 사람이 정한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그러나 나는 결코 아무도 판단하지 않는다. 혹시 내가 무슨 판단을 한다 하더라도 나의 판단은 참되다. 그것은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하시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는 사람이 정한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하십니다. 사람이 정한 기준이란 자신이 교육받은 기준을 의미합니다.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가족 안에서도 남편과 아내가 다르고, 부모와 자식이 다릅니다. 또한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젊은이와 노인이 다르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다르고, 동양인과 서양인이 다릅니다. 그러니 백 사람이 있다면 백 개의 기준이 있는 겁니다. 그런 불확실한 기준에 따라 판단하니, 그 판단은 온전한 가치를 지니기 어렵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예수님은 자신은 결코 아무도 판단하지 않는다 하십니다.
그런데 만약 예수님이 판단을 하게 되면 그것은 참되다 하십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이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있기 때문이라 하십니다. 다시 말해서 세상적 기준으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기준으로 판단하기에 그 판단은 참되다는 뜻입니다. 제각기 모두가 다른 세상적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그것은 비판적, 심판적, 감정적 판단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 결과 부정적 감정이 됩니다. 그래 예수님은 그런 판단은 결코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신 하나님의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그것은 중립적이고 온전한 판단이 됩니다. 담담한 마음 상태로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이어지는 판단이 됩니다. 그리하여 상대방의 성장을 위한 길을 모색하게 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남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자기수양을 통해 남을 판단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게 잘 되던가요? 특히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습관적으로 판단하며 살아갑니다. 그 습관을 바꾸기는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고도의 자기수양을 통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자기수양이 아닌 하나님과 함께 함의 길을 걷는 존재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 하십니다. 혼자서 자기수양을 통해 판단하기에 참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 하심으로 말미암은 판단이기에 참된 것이라 하십니다.
그것은 마음의 눈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영의 눈으로 판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안은 지식의 눈이요, 머리의 눈이요, 정죄의 눈입니다. 그러나 영안은 지혜의 눈이요, 가슴의 눈이요, 사랑의 눈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사랑의 알파요 오메가이시기 때문입니다. 자신 안에 하나님으로 충만한 사람은 영의 눈을 구비하게 됩니다. 그 눈으로 상대방을 보게 되면 비판적, 심판적 판단이 아니라, 이해와 허용과 배려의 판단이 됩니다.
예수님은 남을 판단하지 말라 하십니다. 자신의 에고로 남을 판단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대신 하나님으로 충만하여 하나님의 눈으로 사물을 보라 하십니다.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잠시 멈추십시오. 지난 여름휴양회 설교 때 멈춤에 대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멈춤은 사랑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수많은 멈춤이 있지만 판단 앞에서 멈추는 일은 정말 소중한 일입니다.
따라서 판단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반드시 멈추어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하고 있음을 알아차리십시오. 그리고 자신 안에 임재해 계신 하나님을 깊이 호흡하십시오. 이제 하나님의 마음이 되어 하나님의 눈으로 문제를 다시 보십시오. 이해와 허용과 배려로 보게 될 것입니다. 매번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남을 부정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새로운 습관을 갖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차츰 너그럽고 향기로운 존재로 자라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우리를 하나님의 귀한 도구로 사용하실 것입니다. 그런 자신에 대한 행복한 꿈을 일구어가지 않으시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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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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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