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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이 중병에 걸려 생사를 헤매는데 아득한 곳에서 어떤 음성이 묻습니다. “너는 누구인가?” “저는 쿠퍼 부인으로 이 시의 시장 아내입니다.” “나는 너의 이름이나 남편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 “저는 사랑하는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네가 누구의 엄마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 “저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나는 네 직업을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 “저는 기독교인이며, 남편을 잘 내조했고,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네가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
아득한 곳에서 “너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음성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하나님이실까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늘 “너는 누구인가?”라고 물으실 거 같습니다. 이 물음을 하나님 대신 내가 묻는 거로 바꾸면 “나는 누구인가?”가 됩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책이 많이 나와 있고, 여기저기서 그 물음을 만나게 됩니다. 오래전에 제가 어느 심리 프로그램에 참석했는데, 그때 인도자가 참석자들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라고 한 것이 기억납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정확한 답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사실 우리는 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 답은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하나님이 지극히 사랑하시는 그분의 고귀한 자녀입니다.” 조금 부연 설명을 하면, 나는 영이신 하나님이 당신의 속성대로 창조하신 존재입니다. 그래서 나도 영입니다. 그리고 그 나는 이 세상에서 바른 마음을 선택한 속사람으로서 살아갑니다. 곧 그른 마음을 선택한 겉사람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참 나가 아닙니다. 이 사실을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른 마음을 선택한 겉사람일 때의 나는 참 나가 아니라는 사실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겉사람으로 살 때 나는 하나님의 고귀한 자녀가 아니고 하나님의 사랑도 받지 못합니다. 속사람으로 살 때만이 하나님의 고귀한 자녀이고 하나님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생각해 보아야 할 중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에 의해 내가 창조되었다고 하는데, 그때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겁니다. 창조된 내가 하나님한테서 지극한 사랑을 받았을 텐데, 사랑받은 기억이 전혀 없는 겁니다.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받은 내가 아주 기쁘고 행복했을 텐데, 그런 기쁨이나 행복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겁니다. 그밖에도 하나님과 관련된 기억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기억이 없는 겁니다. 왜 기억이 없을까요?
기억이 없는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일 겁니다. 첫째는 그런 사실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곧 하나님이 나를 창조하신 사실, 그리하여 하나님이 나를 지극히 사랑하신 사실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하나님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유로 기억상실증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무신론자는 첫째 이유가 답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원숭이가 진화하여 인간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첫째 이유가 답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둘째 이유가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존재라는 사실을 믿는 사람은, 그와 관련된 기억이 없는 문제에 대해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사실 말고는 다른 이유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기억상실은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입니다. 예컨대 이런 겁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몹시 사랑했습니다. 오랫동안 연애하다가 드디어 결혼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몹시 행복했습니다. 어느 날 남자가 지방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거기서 인적이 드문 산에 가게 되었는데, 그만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얼마 후 산 아래에 사는 사람이 그를 발견하여 자기 집으로 업어서 데리고 갔습니다. 그 집 식구들이 정성껏 간호한 결과 여러 날이 지나 남자가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습니다. 자기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서 살았는지, 부모나 가족은 누구인지 등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합니다. 남자는 그 집에서 일을 도와주며 한 식구가 되어 살았습니다. 이름도 새로 짓고 완전히 새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한편 남자의 아내는 출장 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며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일로 지방에 갔습니다. 그런데 길에서 남편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남편은 산에서 한 나무를 팔기 위해 읍내로 나왔던 것입니다. 아내는 행색이 많이 변했지만 그가 자기 남편임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래서 울면서 남편을 부둥켜안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어리둥절해 하였습니다. 결국 아내는 남편이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남편은 본래 자기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와 함께 살았습니다. 아내와 찍은 결혼사진 등을 통해 자기가 이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기억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아내는 남편이 살아서 돌아왔으니 몹시 기뻐했지만 남자는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또한 아내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자기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남자는 자기 눈앞에 있는 여자가 분명 자기 아내라는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아내와 가졌던 사랑과 행복의 기억을 잃었기에, 아내를 대하는데 무덤덤할 뿐입니다.
만약 남자가 기억을 회복한다면 10년 만에 다시 만난 사랑하는 아내와 정말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억을 잃어버려, 아내라고 알고 있는 여자와 살면서도 그리 행복하지 않습니다.
기억이란 이런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한테서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행복을 누렸습니다. 그런데 기억을 잃어버림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생각해도 별다른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이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자신이 하나님의 귀한 자녀라는 사실을 머리로 압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런 사실조차도 모릅니다. 그것은 앞의 이야기에서 남자가 아내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자신에게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산에서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만약 우리가 기억을 회복한다면 우리는 최고의 행복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천국의 기쁨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나는 누구인가?”를 바로 아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해서 참 나가 누구인지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기억해낸다면 우리는 천국의 기쁨으로 살게 됩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을 때 그것의 목표는, “내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그분의 고귀한 자녀”라는 사실을 머리로 아는 정도가 아니라, 그 내용과 경험을 완전히 기억해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과제는 잃어버린 기억을 조금씩 회복하는 것입니다. 제가 아침마다 드리는 기도문의 두 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님과 관련된 모든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게 도와주소서.” 그 내용을 매일 기도하는 이유는, 기억 회복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과 또한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예수님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신앙이 성장한다는 것은 하나님한테서 지극한 사랑을 받았던 태초의 기억이 조금씩 생겨나는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기억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그른 마음을 선택했음을 알아차리고 바른 마음으로 선택을 바꾸는 일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혹은 바른 마음으로 선택을 바꾸고 싶으니 주님께서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화가 나거나 두려울 때 고요하고 평화롭고 온유한 마음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바른 마음에 머물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일입니다. 또한 그른 마음은 치유받아야 할 마음입니다. 그래서 그른 마음에서 비롯된 미움, 분노, 두려움 등을 치유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기억 회복을 위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른 마음과 마찬가지로 바른 마음은 무의식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바른 마음의 아주 깊은 곳에 곧 무의식 아주 깊은 곳에, 하나님과 관련된 태초의 기억이 보관되어 있는 방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대개 그른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주어지는 상황에서 오랜 습관대로 그른 마음을 선택하는 겁니다. 그런데 주어지는 상황에서 바른 마음을 선택하는 일이 늘어갈수록 기억의 방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속사람이 자라날수록 기억의 방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겁니다. 물론 기억의 방에 완전히 도달하기 전이라도, 그 방에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우리의 마음은 점점 더 고요해지고 평화로워지고 온유해집니다. 그 방에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점점 더 형제에게 친절한 마음으로 대하게 됩니다. 그 방에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점점 더 형제를 축복하게 됩니다. 그 방에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점점 더 모든 일에 감사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 방에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점점 더 행복해집니다. 그 과정에는 목표의 내용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을 보겠습니다. 바로가 이상한 꿈을 꾸고 뒤숭숭한데 아무도 해몽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때 시종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꼭 했어야 할 일을 못한 것이 오늘에야 생각납니다.” 그리고는 감옥에서 있었던 요셉과 관련된 일들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시종장은 감옥에서 요셉한테서 은혜를 입었습니다. 또한 석방되면 바로에게 잘 말해달라는 요셉의 부탁을 받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석방되었을 때 요셉을 완전히 잊었습니다. 그러다가 2년 만에 요셉을 기억해낸 것입니다. 그가 요셉을 기억해낸 일은 많은 것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선 요셉이 석방되었고 또한 이집트의 총리가 되어 완전히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바로는 이상한 꿈을 꾸고 답답했는데 요셉을 해몽을 통해 답답함이 완전히 풀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7년 동안 계속될 흉년을 미리 알고 그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나중에 살펴보겠습니다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요셉은 아버지와 형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만약 시종장이 요셉을 기억해내지 못했다면 이런 모든 좋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요셉은 계속 감옥에서 생활하거나 노예로서 평생을 살아야 했을 겁니다. 이집트는 7년 동안 이어지는 흉년에 극심한 고통을 당했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요셉과 그의 가족이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시종장이 끝내 요셉을 기억하지 못했을 때의 세계를 A세계라고 표현하고, 기억했을 때의 세계를 B세계라고 표현하겠습니다. A세계와 B세계는 전혀 다른 세계입니다. 요셉만 놓고 볼 때 A세계는 노예로서 평생을 사는 세계이고, B세계는 이집트 총리로 사는 세계입니다. 그와 같이 우리가 하나님과 관련된 기억을 잃은 삶의 세계와 기억을 회복한 삶의 세계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문자 그대로 천당과 지옥만큼의 차이가 나는 세계입니다. 그래서 기억을 회복하는 일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는 겁니다.
예수님이나 성령의 도움 없이는 기억을 회복하는 일이 불가능합니다. 예수님이나 성령은 그 기억을 완전히 지니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리스도란 그 기억을 완전히 지닌 존재를 뜻하는 말입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손을 잡고 무의식 깊은 곳에 있는 기억의 방을 향해 한 걸음씩 잘 올라가시기 바랍니다. 천국의 평화와 기쁨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 방을 향해, 느린 걸음이라도 성령의 도움을 받으며 잘 올라가시기 바랍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여러분 내면에 고요와 평화와 온유가 점점 깊어갈 것입니다. ❉
주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잃어버린 천국의 평화 기쁨에 대한 기억을 회복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그리하여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하나님한테서 지극한 사랑을 받는 기억을 선명하게 떠올리며
“나는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그분의 고귀한 자녀”라고
환희에 찬 표정으로 대답하는 그 날을 향해
우리를 사랑과 권능으로 인도하여 주십시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세상적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그와 더불어 내면에서는 잃어버린 천국의 기억을 회복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느린 걸음이지만 한 걸음씩 올라가는
아주 특별한 은총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 모든 말씀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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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7/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