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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 선(Maginot line)’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나 사안에 대하여 받아들이거나 인정할 수 있는 마지막 한계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이는 과거 프랑스의 육군장관 앙드레 마지노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공격으로 가장 타격을 많이 입은 나라는 이웃 국가인 프랑스였습니다. 그 후 프랑스는 방어 요새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육군장관 마지노는 독일군의 전차 공격을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따라서 긴 요새를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하였습니다. 이에 북서부 벨기에 국경에서 남동부 스위스 국경에 이르는 총연장 약 750km의 요새를 만들었습니다. 1927년에 착수하여 10년 뒤인 1936년에 완성하였는데 총공사비는 160억 프랑이나 들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축성 기술이 총동원되었으며, 주거지역ㆍ보급품 창고ㆍ방어선을 연결하는 지하 도로망까지 연결되어 있었을 정도로 매우 뛰어난 요새였습니다. 그 마지노 요새를 보며 프랑스 국민은 이제 독일의 공격에서 안전해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1940년 5월, 독일 기갑병단이 마지노 선을 우회해 벨기에를 침공하여 프랑스로 진격함으로써, 결국 엄청난 기술과 인력, 그리고 자금으로 만들어진 프랑스 최고의 요새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안전은 모든 사람이 신경 쓰는 문제입니다. 아브라함 매슬로우라는 심리학자는 안전을 욕구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안전의 욕구가 의식주의 욕구 다음으로 중요한 욕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전의 욕구는 제대로 충족되지 않습니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안전에 신경을 쓰지만 번번이 안전이 무너지곤 합니다. 프랑스의 마지노 선 이야기도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주님께서 곧 소돔을 멸하실 것이라는 말을 듣고도 롯은 계속 꾸물거렸습니다. 그래서 천사들은 할 수 없이 롯을 강제로 잡아끌어서 성 바깥으로 대피시켰습니다. 그리고는 멀리 보이는 어느 산을 가리키며 그 산으로 도피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롯은 그 산 말고 다른 곳으로 피신처를 바꿔달라고 말했습니다. 20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보십시오. 저기 작은 성이 하나 있습니다. 저 성이면 가까워서 피할 만합니다. 그러니 그리로 피하게 하여 주십시오. 아주 작은 성이 아닙니까? 거기로 가면 제 목숨이 안전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롯은 천사들이 말한 산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 도중에 주님의 심판이 시작되어 죽게 될까 봐 두려우니, 그 산보다 가까운 어느 성을 가리키며 그 성으로 피난처를 바꿔달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 성은 가까워서 피할 만하고, 그리로 도피하면 목숨이 안전하겠다는 겁니다.
롯이 그 성으로 가면 안전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과연 그 판단은 옳았을까요? 함께 30절을 읽겠습니다. <롯은 소알에서 사는 것이 두려워서, 두 딸을 데리고 소알을 떠나 산으로 들어가서 숨어서 살았다. 롯은 두 딸들과 함께 같은 굴에서 살았다.> 롯이 간 작은 성의 이름이 소알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가서 잘 살면 되었을 텐데, 어떤 이유에선가 두려워서 거기서 나와 어떤 산으로 들어가서 동굴에 숨어서 살았다는 겁니다. 소알에서 사는 것이 왜 두려웠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롯은 소알에 가면 안전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안전하지 않았던 겁니다.
롯에게 중요한 것은 안전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안전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안전을 위해 우리는 신경을 많이 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이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치는 사람의 숫자는 하루 평균 3,0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원인이 난폭운전에도 있겠지만, 안전운전을 한다고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안전운전을 해도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이 내 차를 박으면 사고가 나는 겁니다. 물론 운전을 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사고를 당합니다. 그러니까 안전을 위해 조심하고 다양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한계가 있는 겁니다.
세상은 기본적으로 공격성을 지닙니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공격을 가해 옵니다. 우리는 그 공격을 방어해야 합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예기치 않은 세상의 공격을 모두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인간의 현실입니다.
요즘 오리들이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되어 오리 농가에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전북 고창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가 충청도와 경상도를 거쳐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미 수백만 마리나 도살 처분하였습니다. 해당 농가의 주인들은 정말 죽을 맛일 겁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가창오리 등의 철새라고 합니다. 곧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철새가 우리나라에 와서 오리들에게 감염을 시키는 겁니다. 그 원인이 정확하다면 우리나라 오리 농가에서 아무리 오리의 안전을 위해 노력을 해도 소용없는 겁니다. 외부에서 감염된 철새가 날아와서 병원균을 옮기니 말입니다. 이렇듯 아무리 방어를 잘 한다 해도 세상의 공격을 다 막을 수는 없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건강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몸을 막 굴리는 것은 좋지 않지만, 지나치게 건강에 신경을 쓰는 건강염려증도 좋지 않습니다. 그 중간이 좋겠지요. 안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전불감증은 좋지 않습니다만, 안전염려증도 좋지 않습니다. 역시 그 중간이 좋겠습니다만, 그 중간의 마음 상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지난주에 운동을 하는 동기를 두 종류로 나눠서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병에 걸릴까 봐 두려워서 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는 경우입니다. 안전도 비슷합니다. 대개 안전을 바라는 마음은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두려워하면 두려워하는 그 일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두려움을 안고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한계를 지닙니다. 그래서 두려워하는 마음을 다른 마음으로 바꿔야 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바꾸면 좋을까요?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을 받아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을 받은 일을 크나큰 은혜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까? 생명을 받았기에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생명을 받았기에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환희를 느끼게 되고, 생명을 받았기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생명을 받았기에 선행을 하며 보람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을 받은 일 그 자체가 크나큰 은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생명을 잘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이 생명을 주신 분에 대해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맥락에서 자살은 그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잘 관리하고 보존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안전의 문제로 돌아와서,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할 때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잘 관리하고 보존하려는 마음으로 하는 겁니다. 안전불감증은 생명을 주신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이 없는 겁니다. 그 반대인 안전염려증은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사는 겁니다. 생명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안전을 추구하는 것, 이것이 안전불감증도 아니고 안전염려증도 아닌 바른 안전의 길입니다. 그런 바른 마음으로 바른 안전의 길을 걸을 때 하나님은 우리를 책임져 주십니다.
그런데 안전의 문제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두려움 없는 바른 마음으로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만, 그 결과는 하나님께 내맡기는 겁니다. 하나님께 내맡긴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가 바른 마음으로 바른 안전의 길을 걸으면 하나님은 우리를 책임져 주신다 했습니다. 하나님의 책임져 주심은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심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더러는 사고가 나는 상황을 허용하시기도 합니다. 하나님이 왜 100%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으시고 사고가 나는 상황을 허용하시느냐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답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가급적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시지만, 더러 사고가 나는 상황을 허용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우리로서는 헤아릴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책임져 주심은 한계를 지니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사고가 나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 상황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책임져 주십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책임져 주심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지켜주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가 났을 때 그 상황의 수준에서 책임져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내맡긴다는 것은,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책임져 주신다는 사실을 굳게 믿는 것입니다. 사고가 날 법한 상황에서 안 나도록 책임져 주시고,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그 이후를 책임져 주심을 믿기에, 모든 것을 하나님께 내맡기는 것입니다. 그저 내가 할 일은 바른 마음으로 바른 안전의 길을 걷는 것뿐입니다. 거기 불안, 염려, 두려움이 없습니다.
따라서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그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상황에서 무조건 감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사람은 자신의 믿음과 감사의 열매를 반드시 거두게 됩니다.
코리 텐 붐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부모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는데, 독일 나치로부터 박해받는 유대인을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가족 모두가 체포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온 가족이 독일의 참혹한 수용소에서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살았습니다. 아버지와 언니가 그 수용소에서 죽었지만, 코리는 기적적으로 살았습니다. 코리는 수용소에서 4개월간 독방에 갇혀 있었습니다. 어두컴컴한 바닥에는 더러운 물이 고여 있었고, 옆방에서는 밤낮 없이 비명이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코리는 자신이 고문을 받는 것처럼 두렵고 떨려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벽에 등을 기대고서 마치 자신을 짓누르는 벽을 밀어내기라도 하듯이 팔을 뻗쳤습니다. 그리고는 공포에 질려서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주님, 견딜 수 없어요. 이제는 믿음도 없습니다.” 그때 갑자기 바닥을 기어가는 개미가 눈에 띄었습니다. 개미는 걸음을 옮기다 고여 있는 물이 있는 것을 보자 급히 벽의 조그만 구멍으로 달려 들어가 몸을 숨겼습니다. 그때 코리는 주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 개미를 보아라. 바닥에 물이 있는 것을 보고는 숨을 곳으로 달려가지 않느냐. 코리야, 내가 바로 너의 피난처이다. 저 개미와 같이 나에게로 달려오너라.” 그 순간 코리는 믿음을 회복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주님께 내맡겼습니다. 마침내 수용소 생활을 무사히 끝내고 석방되었습니다. 코리는 많은 책을 저술하였고, 연사로서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불확실성은 세상이 지닌 주요한 속성입니다. 또한 세상은 끊임없이 예기치 않은 공격을 가해 옵니다. 그래서 안전은 우리의 매우 중요한 욕구입니다. 안전을 위해 신경을 많이 쓰지만 그 마음에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두려움을 뿌리로 하는 안전 추구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리를 책임져 주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내맡기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생명의 근원이시고, 험한 세상의 안전한 피난처이시고, 그리고 끊임없이 좋은 선물을 주시는 분입니다. 그분께 모든 것을 내맡기고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복된 인생 일구어가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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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7/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