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간에 미국의 하버드대학과 스탠퍼드대학에 동시 입학했다고 주장한 재미(在美) 유학 여고생 김모(18) 양의 사기극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김양의 사기극은 작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미국 수학 경시대회 예선에서 탈락했는데 합격했다고 자랑했고, 또 작년 겨울 하버드대 조기 전형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는데 합격했다고 소문냈습니다. 그 밖에도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만점인 4.6점을 맞았다는 주장도 거짓이었고, 또 미국 수능 시험인 SAT에서 2,400점 만점을 받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김양에 대해서 과대망상증 환자 혹은 학벌 지상주의의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김양의 사기극에 대해 제가 심리학적으로 이해한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김양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부모로부터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을 겁니다. 그런데 성적이 기대만큼 안 나오는 겁니다. 그럴 때 갖게 되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여러 감정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감정은 두려움입니다. 그 두려움이 아주 끔찍했을 겁니다. 사람은 아주 끔찍한 감정을 가지면 그걸 감당하기 어려워 밖으로 내던져 버리게 됩니다. 그걸 투사라고 말합니다. 김양은 내면의 두려움을 밖으로 투사하여 가상현실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기극의 내용입니다. 그리하여 김양은 두려움 대신 사람들의 찬사 속에서 기쁨을 누렸을 겁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자신이 만들어낸 가상현실 속 기쁨입니다. 그래서 가상현실이 사라진 지금, 김양은 더 깊은 두려움 속에서 신음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김양 사기극의 근본 원인은 두려움이었다는 겁니다. 그 두려움을 투사하면 사기극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지난 시간에 야곱은 사기극을 벌인 점에서, 또한 현재 지옥 같은 마음 상태라는 점에서 김양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야곱도 자신의 두려움을 투사한 모습을 보인다는 겁니다. 물론 형태는 김양과 다릅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야곱은 집을 떠나 하란으로 향하였습니다. 명목상으로는 아내 될 여자를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내용으로 보면 형 에서의 복수를 피하기 위함입니다. 다시 말해서 야곱이 하란으로 가는 것은 귀양살이를 하기 위함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야곱에게 하란은 아내를 구할 장소이기보다는 유배지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하란으로 가는 야곱의 마음이 얼마나 참담했겠습니까?
그리고 그때 야곱이 지닌 감정 중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두려움입니다. 야곱은 지난 77년 동안 어머니 리브가의 편애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고생을 전혀 모르고 호의호식하며 산 것입니다. 또한 야곱은 원래 성격이 샌님 같아서 주로 집에서만 살았습니다. 그랬던 야곱이 이제 낯선 땅으로 가서 살아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서 언제까지 지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야곱은 미래에 대해 몹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야곱이 어떤 곳에 이르렀을 때 해가 저물었으므로 거기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는 돌 하나를 주워서 베개로 삼아 잤습니다. 딱딱한 돌을 베고 자니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야곱은 77년 동안 어머니 리브가의 극진한 돌봄 속에서 편하게만 살았는데, 졸지에 황량한 들판에서 딱딱한 돌베개를 베고 자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야곱은 돌변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릅니다. 서러움과 두려움 속에서 잠들었을 겁니다.
그 날 밤에 야곱은 꿈을 꿉니다. 땅과 하늘을 잇는 사닥다리가 있는데, 천사들이 그 사닥다리를 통해 오르락내리락하는 하는 겁니다. 야곱은 자신이 지은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맺고 있던 관계가 끊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닥다리를 통해 관계가 다시 이어진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관계가 다시 회복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사닥다리는 끊어진 관계를 다시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꿈을 통해 그러한 계시를 보여주시는 겁니다.
이어 하나님께서 그 사닥다리의 맨 꼭대기에 나타나셔서 말씀하십니다. 그 내용은 바로 축복 선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주며 내가 너를 떠나지 않겠다.” 야곱의 행위는 정말 나쁜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와 형을 속이고 복을 가로챈 그의 행위는 정말 벌을 받아 마땅할 일입니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가리키듯이, 세상은 죄에 대해 예외 없이 벌로 응답합니다. 실제로 야곱은 세상이 주는 벌을 받고 있습니다. 집에서 쫓겨난 것과 다름없는 신세가 되어 유배지로 가고 있는 겁니다. 또 그곳에서 20년이나 모진 고생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세상이 주는 벌의 틀 속으로 끼어드시어 복을 주십니다. 딱딱한 돌베개를 베고 자는데, 절망과 두려움으로 눈물 흘리며 자는데, 희망의 꿈을 안겨주시는 겁니다. 하나님은 야곱이 지은 죄를 기억하지 않으십니다. 야곱의 허물을 기억하지 않으십니다. 그런 사기꾼, 그런 죄인에게도 하나님은 터무니없는 사랑으로 다가오신 겁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신 겁니다. 세상에는 자업자득이라는 질서가 있는데 하나님은 그 질서를 무시하시는 겁니다.
야곱이 잠에서 깨어 생각했습니다. ‘주님께서 분명히 이곳에 계시는데도 내가 미처 그것을 몰랐구나.’ 그리고는 두려워하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이곳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다. 여기가 바로 하늘로 들어가는 문이다.”
야곱의 이런 반응은 참 어처구니없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자업자득이라는 세상의 원리에 따라 야곱은 지금 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세상의 질서를 무시하고 그 틈새로 들어오셔서 벌 대신 복을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터무니없는 사랑을 베푸신 겁니다. 그렇다면 기쁨으로 춤을 춰야 할 일이 아닙니까? 그런데 야곱은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까?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도대체 이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말해 야곱은 자신의 깊은 두려움을 하나님께 투사하여 하나님을 두려운 하나님으로 지각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김양이 자신의 두려움을 투사하여 가상현실을 만든 것과, 야곱이 자신의 두려움을 투사하여 두려운 하나님을 지각하는 것이 형태는 다릅니다. 하지만 자신의 두려움을 투사했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야곱은 두려움을 안고 잠들어 꿈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벌 대신 복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너와 함께 있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주며 너를 떠나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은 한마디로 말해서 당신을 믿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야곱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의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두려움을 내려놓지 못하고 계속 움켜쥐었습니다. 그리고는 움켜쥔 두려움을 하나님께 투사하여 두려운 하나님을 지각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은총의 하나님을 두려움의 하나님으로 바꿔버린 것입니다.
야곱은 나중에 하나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함께 20절에서 22절까지 읽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 계시고, 제가 가는 이 길에서 저를 지켜주시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시고, 제가 안전하게 저의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시면, 주님이 저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며, 제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며,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모든 것에서 열의 하나를 하나님께 드리겠습니다.” 이 말은 무슨 뜻입니까? 하나님은 야곱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셨습니다. 야곱이 죄를 지었지만 아무 조건 없이 은총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런데 야곱은 하나님께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이러저러하게 해 주신다면, 자기도 하나님께 이러저러하게 대하겠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은 은총을 약속하셨는데, 야곱은 그 약속을 믿지 못하고 만약 은총을 주신다면 하나님을 섬기겠다고 하는 겁니다.
야곱의 이런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은총을 약속하시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데, 우리는 그 말씀을 믿지 못하고 계속 두려워합니다. 또한 하나님께 조건을 내걸면서 서원을 합니다. 무조건적 사랑을 베푸시는 하나님께 우리는 조건적 사랑을 서원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하나님의 무조건적 사랑을 믿지 못하는 걸까요?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자신을 하나님의 사랑을 온전히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자격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이 죄를 지었든 안 지었든 자신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깊은 죄책감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은 나의 허물을 기억하지 않으시고 무조건적 사랑을 약속하시지만, 나는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런 사랑을 베푸시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하나님이 야곱에게 말씀하셨듯이 우리에게도 똑같이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주며 너를 떠나지 않겠다.” 그 말씀을 전적으로 믿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두려움을 내려놓는 겁니다. 또한 그 말씀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은 자격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지워버리는 겁니다.
음악의 신동이라 불리는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누나가 피아노를 아주 잘 쳤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딸 교육에 전념하였습니다. 어느 날 누나가 피아노를 치는데, 모차르트가 옆에서 누나가 연주하는 화음을 똑같이 따라서 피아노를 쳤습니다. 그때 모차르트의 나이가 세 살이었습니다. 네 살 때는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습니다. 여덟 살에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그리고 열두 살에 오페라를 작곡했습니다. 그래서 모차르트를 천재라고 합니다.
한편 모차르트는 스물여섯 살에 여관집 딸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그러자 그이의 동생과 결혼했습니다. 모차르트는 도박과 당구에 미쳐 지냈습니다. 친구들과 매일 내기 당구를 쳤는데 늘 잃었습니다. 그래서 빚이 엄청나게 쌓여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모차르트는 어려서 늘 연주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몸이 아주 약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앓았던 류머티즘 열병으로 심장이 약해졌고, 같은 병으로 서른다섯 살이라는 매우 이른 나이에 죽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가난해서 관 살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 관을 빌려 시신을 담아 공동묘지까지 운구한 후, 시신을 떨어뜨리고 관은 도로 가져갔습니다.
모차르트의 전체 이름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입니다. 가운데 이름인 ‘아마데우스’는 라틴어인데, 그 뜻이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사람’ 혹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입니다. 모차르트가 타고난 음악적 천재성을 생각할 때 아마데우스라는 이름이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짧은 35년 동안의 삶이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데우스라는 말을 그의 전체 생에 적용하면 잘 어울린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모차르트만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가 모두 똑같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내가 너와 함께 있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주며 너를 떠나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을 전적으로 믿고, 두려움과 자격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사람은 진정한 아마데우스입니다.
여러분이 진정한 아마데우스로서 살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내가 너와 함께 있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주며 너를 떠나지 않겠다.”는 그분의 말씀을 의심하지 말고 전적으로 믿으십시오. 그 믿음으로 두려움과 자격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버리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이름에 아마데우스라는 말을 추가해 보십시오. 제 경우는 ‘노 아마데우스 희담’이 됩니다. 여러분의 이름에 아마데우스는 말을 추가한 것이, 모차르트보다 더 잘 어울리는 복된 인생을 펼쳐가시기 바랍니다.
|
772, 
7/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