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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사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왕과 왕비 그리고 재상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세 사람은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은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얘기를 한 가지씩 털어놓기로 했습니다. 먼저 왕이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이 나라의 전권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고, 이 나라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내 아래 있는 것이지만, 그런데도 관민들이 나한테 좋은 선물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이어서 재상이 말했습니다.저는 이 나라의 통치자로서 폐하를 제외하고는 모두 제 아래 있지만, 왕좌를 바라볼 때마다 나도 한 번 저 자리에 앉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마지막으로 왕비가 말했습니다. “저는 지아비를 섬기는 사람이지만, 어전회의에서 가끔 문무백관들 틈에 젊고 건장한 신하가 있으면 저 사람과 깊은 교제를 나눠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욕망은 마음에 품고 있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걸 실현하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예컨대 재상이나 왕비의 욕망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 욕망을 실현하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해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하는’ 겁니다.
바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입니다.” 바울의 이 말은 우리 모두의 모습을 정확히 대변하고 있습니다. 오늘 그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다말과 결혼한 유다의 두 아들이 죽었습니다. 유다는 막내아들도 다말과 결혼시켰다가는 막내아들마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막내아들은 다말과 결혼시키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다말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말에게 막내아들이 다 클 때까지 친정에 가서 과부로 살고 있으라고 말했습니다. 다말은 그 말을 믿고 과부의 옷을 입고 막내아들이 다 클 때까지 긴 세월을 기다렸습니다.
세월이 흘러 막내아들인 셀라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댁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겁니다. 결국 다말은 시아버지가 자기를 속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다말은 시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아버지가 아내의 곡을 하는 기간이 끝났을 때, 친구와 함께 양들의 털을 깎으러 딤나로 올라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다말은 시아버지와 관계를 가져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생각해낸 것이 창녀 노릇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말은 과부의 옷을 벗고 너울을 써서 얼굴을 가렸습니다. 그리고는 딤나로 가는 길에 있는 에나임이라는 곳의 어귀에 앉아서 시아버지를 기다렸습니다. 너울을 쓰고 얼굴을 가린 것은 시아버지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시아버지를 속이려는 뜻입니다. 결국 유다는 며느리에게 속아 며느리를 창녀로 알고 며느리와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다말은 시아버지한테서 쌍둥이 아들을 얻어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니까 다말의 선택을 간단히 줄여서 말하자면, 시아버지를 속여서 자기 목적을 달성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다는 창피하고 민망한 일을 당한 것입니다.
지난 시간에 다말의 이러한 극단적 선택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처지가 참으로 딱해서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을 속여서 자기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물론 처음에 유다가 다말을 속였습니다. 만약 유다가 다말에게 막내아들과 결혼시키기 두려우니 재혼해서 행복하게 살라고 솔직하게 말해주었다면, 다말은 불가능한 꿈을 꾸지 않고 아직 젊은 나이였으니 재혼하는 일도 쉬웠을 겁니다. 그런데 유다가 속였기 때문에, 다말은 허송세월하고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어려운 처지의 원인 제공자인 유다를 속이는 일이 뭐 그렇게 문제가 되겠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받은 대로 갚아 준 일인데 말입니다.
여성신학적 관점에서 다말을 보는 분들은 매우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고 다말을 칭찬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속였다고 나도 상대방을 속이는 일이 과연 칭찬받을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말의 행동을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상대방의 공격에 보복 공격을 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복 공격은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일까요? 조금 다르게 표현해서, 불의에 대해 불의한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세상은 그래도 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예수님은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바울도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라.”(롬12:17)고 말했습니다.
다말의 행동이 보복 공격이 아니라, 단순히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생존을 위해 상대방을 속이는 일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상대방 때문에 생긴 불행인데, 그를 속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일이 뭐가 문제냐고 세상은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예수님은 그것이 바른길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다말의 선택을 칭찬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비난할 생각도 없습니다. 보복 공격에 대한 생각이 있었든 없었든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고 생각하며, 그이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몹시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로 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부족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물론 부족한 선택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비난의 뜻은 조금도 없습니다.
우리도 부족한 선택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때 어떤 선택이 하나님의 뜻에 맞는 선택인지 알 거 같습니다. 그런데 내 뜻이 하나님의 뜻과 다른 겁니다. 그래서 두 선택을 갖고 갈등합니다. 결국 하나님의 뜻이 아닌 내 뜻대로 선택하고 맙니다. 그런 선택을 부족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몹시 힘든 상황을 만났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하나님께 내맡기는 문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비단 힘든 상황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모든 선택을 하나님의 뜻을 물어서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을 모를 때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을 몰라서 하나님의 뜻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하나님의 뜻을 알아도 하나님의 뜻이 아닌 내 뜻대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후자가 바로 오늘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울은 그것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부족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을 아는데 내 뜻대로 할 때, 우리는 죄책감을 갖게 되어 있습니다. 의식 차원에서 죄책감을 지각하지 못하더라도, 무의식 차원에서는 반드시 죄책감을 느끼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죄책감은 모든 불행의 원인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두 가지 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로 나의 죄책감을 혹은 나의 부족한 모습을 하나님께 내맡기는 겁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마11:28) 이는 우리가 진 무거운 짐을 예수님께 내맡기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아는데 내 뜻대로 할 때 갖게 되는 죄책감, 그것은 그 어떤 짐보다도 더 무거운 짐이 됩니다. 그 짐을, 그 죄책감을 주님께 내맡기는 겁니다. 만약 죄책감을 잘 지각하지 못한다면, 부족한 모습 그 자체를 주님께 내맡기는 겁니다.
둘째로 나의 부족한 모습을 보시는 하나님의 생각을 마음에 새기는 겁니다. 하나님의 뜻을 아는데 내 뜻대로 할 때 죄책감을 갖게 되는 것은, 말 그대로 그것을 죄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죄로 여기지 않으시고 그저 실수하는 거로 생각하십니다. 또한 실수하는 모습을 보시면서도 여전히 나를 사랑하시고 소중하게 여기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을 아는데 내 뜻대로 할 때, 하나님의 그 생각을 받아들여 마음에 새기는 겁니다.
이상으로 하나님의 뜻을 아는데 내 뜻대로 할 때, 우리가 밟아야 할 두 가지 길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을 잘 몰라도 내 행동이 부족하게 여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우리에게는 부족한 모습이 참 많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의 부족함을 잘 못 느끼거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퍽 많은데, 그런 모습 자체가 바로 부족한 모습입니다. 그 부족함을 연약함이라고 바꿔서 표현해 보겠습니다.
인간은 이렇듯 연약한 존재입니다. 자신의 연약함을 통찰하고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입니다.”라고 탄식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표준새번역은 ‘곤고한 사람’을 ‘비참한 사람’으로 번역하였습니다. 자신의 모습이 비참한 모습임을 통찰하지 못하고, 자신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사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자신의 연약함을 보지 않으려고 자신을 과장하여 지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와는 다르게 바울처럼 연약함을 통찰하고 탄식합니다. 하지만 탄식에 계속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연약함을 주님께 내맡기고, 이렇게 연약한데도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귀하게 생각하심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것이 연약함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걸어야 할 바른길입니다.
어떤 남자가 화단을 가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집 강아지가 울타리를 넘어 들어와 화단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꽃을 무척 좋아하는 남자는 화를 참지 못하고 강아지를 향해 고함을 지르며 나무토막을 던졌습니다. 잠시 후 그 강아지가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나무토막을 물고 와 남자의 발 앞에 내려놓는 것이었습니다. 남자는 자신에게 친밀감을 표시하며 다가온 강아지를 향해 더는 고함을 지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면서 말했습니다. “강아지야, 화단에 들어오고 싶으면 언제라도 들어오렴. 내가 네게 졌다.”
남자가 강아지에게 한 말은, 자기가 정성스럽게 가꾸는 화단을 언제든 엉망으로 만들어 놓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강아지의 모든 행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강아지가 남자에게 나무토막을 물고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그래서 남자에게 다가와 친밀감을 표시한 강아지의 그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저는 남자와 강아지의 관계를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하나님은 남자처럼 화를 내지 않으십니다. 다만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 언제나 허용하시고 한결같이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강아지처럼 언제나 사고를 치며 돌아다닙니다. 그런데 우리가 강아지한테서 배워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고를 쳤어도 강아지처럼 하나님에게 반갑게 꼬리를 치며 달라붙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부족한 행동을 했어도 ‘나는 비참한 사람이다’라고 탄식하며 죄책감을 움켜쥐고 있지 않는 겁니다. 대신 하나님께 다가가 연약함을 내맡기고, 하나님의 사랑을 믿으며 하나님의 품에 안기는 겁니다.
우리는 자신에게서 부족함 혹은 연약함을 자주 느낍니다. 그런데 그 연약함을 자기 혼자서 감당하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연약함을 하나님께로 가져가서 내맡기는 겁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품에 안겨 하나님과 하나로 결합하는 겁니다. 그럴 때 우리의 연약함의 문제는 조금씩 사라져갑니다. 그 길을 여러분이 잘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
주님,
인간은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에 대해 반응하는 모습은 세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자신의 연약함을 외면하며 과장된 자아로 사는 사람입니다.
둘째는 연약함을 인지하여 ‘나는 비참한 사람’이라는 탄식으로 죄책감을 움켜쥐고 사는 사람입니다.
셋째는 연약함을 인지하여 그것을 주님께 내맡기고 그분의 사랑의 품에 안겨서 사는 사람입니다.
셋째 유형은 연약함을 주님께서 맡아주시기에 그의 연약함이 조금씩 줄어들어 갑니다.
곧 자기 뜻대로 행하는 일이 조금씩 줄어들고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일이 늘어납니다.
우리는 셋째 유형으로서 살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연약함을 혼자서 감당하는 길과
연약함을 하나님과 함께 감당하는 길 중에서
우리는 후자의 길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그 길을 걸어가는 우리를 주님께서 축복하여 주실 줄로 믿습니다.
이 모든 말씀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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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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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전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