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강이 나타나서 배를 탔습니다. 뱃사공이 그들에게 어딜 가느냐고 묻고는 이어서 말했습니다. “이 계곡을 넘어 성으로 가시려거든 천천히 가셔야 합니다.” 그러자 A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천천히 간다면 성에 들어가지 못할 거요. 성문은 해가 지면 닫히지 않습니까. 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 어찌 천천히 가라 합니까? 천천히 간다면 성에 도착해도 성 밖에서 다음날 아침 성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할 거요. 그러니 서둘러 가야만 합니다.” 뱃사공이 말했습니다. “천천히 가도 성문 닫히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천천히 가는 사람만이 성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A가 다시 말했습니다. “당신 말을 믿고 천천히 갔다가 성문이 닫히면 당신이 어떻게 책임질 거요?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 마시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B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 지방의 지리를 전혀 모른다. 아마 뱃사공의 말에는 무슨 뜻이 숨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뱃사공의 충고를 듣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B는 배에서 내려 천천히 걸었습니다. 하지만 A는 바삐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얼마를 가다 A는 넘어지면서 다리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그는 다리의 상처로 인해 조금 더 가다가 결국 길에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B는 유유히 성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한편 뱃사공은 배를 정리하고 성으로 가다가 길가에 쓰러져 있는 A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다리는 깨져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뱃사공이 A에게 말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내 말을 듣고 천천히 걸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이 길은 땅이 매우 거칠고 자갈이 많아 서둘러 걸으면 꼭 넘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왜 내 말을 안 들었소?”
우리나라에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양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습니다. “천천히 서둘러라”(Make haste slowly). 둘 다 앞의 이야기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말입니다.
또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말이 있습니다. 호시-호랑이처럼 보면서, 우보-소처럼 걸으라는 뜻입니다. 곧 호랑이처럼 모든 상황을 예리하게 주시하되, 소처럼 천천히 여유롭게 걸으라는 뜻입니다. 이 또한 같은 의미입니다.
어떤 일을 이루려면 반드시 거기에 합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씨를 뿌리고 난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싹이 트고 성장하고 열매를 맺습니다. 밥을 짓더라도 충분히 뜸을 들여야 맛있게 익습니다. 어떤 위급한 경우라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야 합니다.
201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호랑이의 해입니다. 올해도 우리에게는 꿈이 있을 겁니다. 소망이 있을 겁니다. 그 꿈이, 소망이 잘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꿈을 이뤄가는 여정에서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우선 호시(虎視)의 자세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호랑이가 먹잇감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자세와 같습니다. 곧 자신의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우보(牛步)의 자세입니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헐렁한 모습입니다. 호시는 양의 기운이고, 우보는 음의 기운입니다. 호시우보는 음양의 기운이 조화로운 상태입니다.
한편 호시탐탐(虎視耽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먹잇감을 노려보는 모습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는 공격이나 침략의 기회를 노리는 모양, 또는 어떤 일에 대비하여 예리하게 상황을 관망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그래 “그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긴장감이 감도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좀 다른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탐탐’이라고 할 때 탐은 즐길 탐입니다. 그래 탐닉(耽溺)이라는 말은 어떤 일을 몹시 즐겨서 거기에 빠져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호시탐탐은 한자의 원래 의미로 보면, 호랑이가 먹잇감을 주시하면서 저 먹잇감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를 놓고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먹잇감의 입장에서는 살벌하지만, 호랑이는 지금 매우 행복한 상태인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나 꿈을 우리의 먹잇감이라 불러도 큰 문제는 없겠습니다. 실제로 “사람은 누구나 꿈을 먹고 자란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니까 호시탐탐을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면, 자신의 목표나 꿈의 성취에 대해 설레는 마음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호시우보와 호시탐탐을 합하면 어떻게 될까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추진해 나갑니다. 또한 그 꿈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즐거워합니다. 곧 여유와 즐김의 자세가 됩니다.
그러므로 올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호시우보와 호시탐탐의 자세로 임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두르거나 긴장하는 것은 외적중요성이 부여된 상태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목표가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 하더라도 결코 외적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천천히 여유롭게,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꿈을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작년에 이어 2010년도 다사다사하고 다사다희한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호랑이와 같이 위풍당당한 기상으로 살아가되, 자신의 목표를 이룸에 있어 헐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가능하기 위해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깊은 신뢰가 밑받침되어야 합니다. 언제나 자신의 마음 한가운데에 우리 주님이 찬란한 황금빛으로 임재해 계심을 느껴야 합니다. 그리하여 나는 연약하나 주님으로 말미암아 위풍당당하고, 나는 조급하나 주님으로 말미암아 여유롭고, 나는 부족하나 주님으로 말미암아 즐겁습니다. 마침내 주님의 권능에 힘입어 우리의 꿈이, 목표가 성취될 터입니다.
끝으로 함께 오늘 본문을 읽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는 그대의 영혼이 평안함과 같이, 그대에게 모든 일이 잘 되고, 그대가 건강하기를 빕니다.” ◈
|
772, 
8/39 
노희담
김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