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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지닙니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말은 이런 겁니다. “고맙지만 나 혼자서 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할 수 있으니까.” 다시 말해서 그는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아주 어려운 겁니다. 그런 내면의 밑에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도움을 청했다가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그가 어렸을 때 참 조용하고 다루기 쉬운 아이였습니다. 요구하는 것도 없고, 불만을 터뜨리는 법도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방에서 혼자서 책을 읽고, 아주 조용하고, 자제력이 매우 강하고, 항상 속으로 참았습니다. 수줍고, 내성적이고, 비난을 두려워하였습니다. 형제들과 어울려 놀 때도 종종 혼자라고 느꼈습니다.
A는 사랑받고 보살핌을 받는 것이 정서적으로 불편합니다. 반대로 누군가를 돌볼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는 타인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기 어렵습니다.
한편 B는 정반대입니다. 모두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합니다. 그리하여 타인에게 수용되기 위한 거의 광적인 춤을 춥니다. 어려서부터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모임의 대표를 맡으려고 지나치게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런 내면의 밑에도 역시 두려움이 있습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A는 문을 닫고 지나치게 내면으로 향한다면, B는 문을 열고 지나치게 타인에게 향합니다. A는 사람들로부터 떨어지려 하고, B는 사람들에게 달라붙으려 합니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A는 detach 하고, B는 attach 합니다. 그런데 A유형의 사람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자녀에게 A나 B의 모습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혹 여러분에게 A나 B에 가까운 모습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의 과제는 혼자 하지 않기, 통제하기 않기, 밖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다른 사람들과 섞이기, 타인을 껴안기입니다.
B의 과제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려는 집착에서 벗어나기입니다.
A와 B가 형태는 정반대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문제를 지닙니다. 곧 둘 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입니다. 둘 다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겁니다. 다만 그 해결책으로 A와 B가 반대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A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당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 안으로 움츠러드는 것이고, B는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로부터 내쳐질 것이라는, 곧 거절당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그 앞에서 춤을 추는 겁니다.
A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거절당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하고, B는 가만히 있어도 내쳐지지 않는다, 곧 거절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A는 밖으로 나가야 하고, B는 안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A는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당당히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 B는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편안히 자신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A는 행동해야 하고, B는 멈춰야 합니다. A는 남성성을 발휘해야 하고, B는 여성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여기서 A와 B의 문제를 한 차원 높여서 이해해 보겠습니다. 곧 <행동과 존재>(Doing and Being)의 문제입니다. 행동의 의미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존재의 의미는 놓아버리는 것, 하나님께 맡기는 것, 믿는 것, 용서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행동과 존재는 저항하는 것과 수용하는 것, 원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 자기 내면의 일부분을 바꾸려고 결심하는 것과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과 존재가 균형과 조화와 통합을 이뤄야 합니다. 그것은 양과 음의 조화입니다.
유명한 기도문이 생각납니다.
“하나님,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그리고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곧 어떤 경우에는 행동하게 도와주시고, 또 어떤 경우에는 존재하게 도와달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를 위한 지혜까지 구하고 있습니다. 이 기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신뢰가 필요합니다.
첫째 삶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용기를 발휘하여 바꾸려 하면 바꿔진다는 사실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바꾸지 않고 편안히 받아들여도 그 자체로 완전하다는 사실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곧 바꿔진다는 사실과 그 자체로 완전하다는 사실, 이 둘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바꿔지기도 하고 그 자체로 완전하기도 한 것이 삶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삶을 신뢰해야 합니다.
둘째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삶을 신뢰하고 하나님께 간구하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바꾸는 용기(courage)와 받아들이는 평온(serenity)과 그리고 두 경우를 구별하는 지혜(wisdom)를 주신다는 사실을 신뢰해야 합니다.
앞의 이야기에서 A와 B는 삶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고,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할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람들로부터 떨어지려 하고(detach), 또한 사람들에게 달라붙으려 하는 것(attach)입니다. 그에 대한 처방이 A에게는 행동이요, B에게는 존재입니다.
A와 B가 그 처방에 따라 자신을 변형시켜 나가다가, 그들은 궁극적으로 행동과 존재의 통합을 이뤄야 합니다. 행동과 존재의 초월을 이뤄야 합니다. 그것을 <함이 없는 함>(爲無爲)이라 합니다. 앞의 함이 없음은 존재이고, 뒤의 함은 행동입니다. 이 둘의 통합, 이 둘의 초월이 바로 <함이 없는 함>입니다. 그것은 텅 빈 존재로서 결과에 집착이 없는 행동이요, 애착이 없는 깨끗하고 순수한 열정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고운 사랑입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어서 우리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시고, 내가 하나님 안에 있는 존재를 그리스도라고 합니다. 이 말씀에서 올해 표어를 정했습니다. “당신이 내 안에, 내가 당신 안에.” 당신은 하나님이기도 하고, 또한 모든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함이 없는 함>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 내 안에, 내가 당신 안에.”라는 의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는 작은 그리스도입니다.
어떤 사람이 갑돌이에게 물었습니다. “자네 취미가 무언가?” 갑돌이가 말합니다. “비오는 날 다리 밑에서 낚시하는 일일세.” “왜?” “물고기들이 비를 피하려고, 젖지 않으려고 다리 밑으로 몰리니까 낚시하기에 최적의 시간이지.”
우스갯소리입니다. 물고기는 맑은 날, 비오는 날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물고기는 젖은 상태도 아니고 마른 상태도 아닙니다. 물고기의 사전에 ‘젖는다’는 단어는 없습니다. 젖는다는 것은 육지 생물에게만 해당되는 일입니다.
<함이 없는 함>으로 살아가는 사람, 곧 작은 그리스도로 살아가는 사람의 사전에도 ‘젖는다’는 단어는 없습니다. 그는 욕망과 두려움에 젖지 않습니다. 그는 세상 불행에 젖지 않습니다. 그는 다만 텅 빈 열정으로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호시우보와 호시탐탐의 자세로 그런 존재로서 살려는 꿈을 실현해 나가시기를 축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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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8/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