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자 동 로 그 인 :

772,

8/39

노희담

불행은 행운의 어머니 (마16:19)

    어떤 청년이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리하여 한 쪽 다리를 못 쓰게 되었습니다. 청년은 절망했습니다. 그 때 그의 친구가 찾아와 청년을 위로하고 격려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친구의 위로와 격려가 청년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꾸준히 찾아왔습니다. 찾아와서 말동무가 되어 주기도 하고, 좋은 책을 소개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친구의 꾸준한 도움 덕분에 마침내 청년은 절망을 극복했습니다. 두 사람의 우정은 아주 깊어갔습니다. 이제 두 사람은 인생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서로 상의하고 의지하는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친구가 청년을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였습니다. 도중에 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랜만에 자네 얘기를 들으니 참 기분이 좋군. 자네는 정말 새사람이 되었네. 이제 정말 고통스러웠던 과거는 깡그리 잊고, 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기 바라네.” 그러자 청년이 말했습니다. “내가 고통에 몸부림칠 때 자네가 늘 곁에 있어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절친한 친구가 되었네. 자네와 이런 깊은 우정을 나누는 게 내 인생의 큰 행운일세. 그래 고통스런 현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자네와 이런 깊은 우정을 나누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자네를 만난 행운은 얻지 못했을 테니까 말야. 사실 사고 전에는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잖았는가? 그래 그 사고에 대해 감사한 마음도 있다네.”

    청년은 친구의 꾸준한 도움 덕분에 절망을 극복하였습니다. 그에 대해 깊은 감사를 느낄 겁니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의 관계는 사고에 대해 도움을 주고받는 수준이 아닙니다. 인생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서로 상의하고 의지하는 관계로까지 발전한 겁니다. 청년은 그런 맥락에서 그 친구와 이어가는 우정이 인생의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행운은 교통사고를 계기로 하여 얻은 것입니다.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그 행운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리하여 도움을 준 친구에게 감사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교통사고 자체에 대해서도 감사를 느낀다는 겁니다. 이 문제는 인생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우주는 음과 양의 순환으로 운행됩니다. 어둠과 빛이 교대로 나타나는 겁니다. 빛만 원한다면 그건 불가능합니다. 빛이 나타나려면 반드시 어둠을 거쳐야 합니다.

    <뫼비우스의 띠>라는 게 있습니다. 띠의 위를 걸어가고 있는데 어느새 아래를 걷고 있고, 아래를 걸어가고 있는데 어느새 위를 걷게 되는 겁니다. 위와 아래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우주의 진실을 아주 잘 나타냅니다.

    우리는 예외 없이 지난 과거에 고통스러운 일들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런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 일들이 안 일어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지금 더 행복할 텐데, 하는 생각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 일들은 현재 나에게 세 가지 모습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첫째는 그 여파로 말미암아 지금도 가끔씩 아픔을 겪는 겁니다. 둘째는 그것들이 씨앗이 되어 내 영혼이 이전보다 훨씬 자라나 있는 겁니다. 셋째는 그것들이 씨앗이 되어 지금 예상치 못한 행운을 만난 겁니다. 첫째의 경우라 하더라도, 세월이 더 흐르고 나면 둘째나 셋째의 경우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과거에 겪었던 고통스런 일이 안 일어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지금 훨씬 행복할 텐데, 하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런 일들을 음의 일이라 한다면, 그로 말미암아 언젠가는 반드시 양으로 피어납니다. 반드시 좋은 일을 겪을 텐데, 그것은 과거의 그 힘든 일이 없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그런 좋은 일입니다. 곧 (특정) 불행은 (특정) 행운의 어머니입니다. 물론 그 말은 행운을 얻으려면 꼭 불행을 겪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행운의 원인은 여러 종류입니다. 다만 불행도 행운의 한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제 청년의 이야기를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친구는 청년이 절망을 극복하도록 도왔습니다. 마침내 청년이 교통사고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는데 한 몫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웃의 아픔에 대해 이런 역할을 하면 참 좋겠습니다.

    마크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고등학생입니다. 어느 날 마크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앞에서 다른 소년이 여러 가지 물건들을 잔뜩 움켜쥐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뭔가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그리하여 들고 가던 책들, 스웨터, 야구 방망이와 글러브, 그리고 소형 녹음기 등을 떨어뜨렸습니다. 마크는 허리를 굽혀 마구 흐트러진 그 물건들을 소년과 같이 주웠습니다. 마침 집이 같은 방향이라서 마크는 소년의 물건들을 함께 들어 주었습니다. 걸으면서 마크는 그 소년의 이름이 빌이라는 것과 자기와 같은 학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빌은 비디오 게임과 야구와 역사과목을 좋아하고, 그리고 최근에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겁니다. 빌의 집에 도착했을 때 빌이 말했습니다. “바쁘지 않으면 잠깐 우리 집에 들어가지 않을래?” 마크는 흔쾌히 빌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빌은 자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마치 말동무에 굶주린 사람처럼 말입니다. 마크는 빌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었습니다. 저녁 때 빌의 엄마가 와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식사 후에도 빌의 방에서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마크는 제법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두 사람은 그 후 아주 친하게 지냈습니다. 단짝이 된 것입니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빌이 마크에게 그들이 처음 만났던 날에 대해서 말을 꺼냈습니다. “그 날 내가 왜 그렇게 많은 짐을 걷고 있었는지 모르지?” 빌은 새삼 궁금해 하는 마크를 보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사실 그 무렵 나는 엄마가 복용하는 수면제를 훔쳐서 모아 두고 있었어. 너를 처음 만난 그 날 자살할 예정이었지. 그래 그 날 학교 사물함 정리를 한 거야. 집으로 돌아가는 대로 자살하려 했어. 그런데 너와 긴 시간 동안 이야기 하다 보니까 생각이 바뀐 거야. 그래 네가 돌아간 후, 모아 두었던 수면제를 모두 버렸지. 마크, 넌 단순히 내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 준 게 아니었어. 넌 그 이상의 엄청난 일을 한 거야. 넌 내 생명을 구해 준 거야.”

    마크는 마음이 퍽 따뜻한 소년 같아 보입니다. 처음에 빌이 떨어뜨린 물건들을 함께 주웠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1절을 한 것입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빌의 물건들을 함께 들고 빌의 집까지 갔습니다. 이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닙니다. 2절을 한 것입니다. 여기서 빌은 마크에게 편안한 기운을 느꼈을까요? 마크에게 자기 속을 다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까요? 그래 자기 집으로 들어가지 않겠냐고 말한 것입니다. 마크는 흔쾌히 빌의 청을 들어 주었습니다. 3절을 한 것입니다. 집에 들어가서도 마크는 빌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었습니다. 이렇듯 마크는 아름다운 노래를 3절, 4절까지 부르는 소년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생각한 바를 정리해 봅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힘들고 고통스런 상황을 맞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가 그 상황을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태도를 갖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 일은 음의 일입니다. 그리고 음은 양과 한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둘은 분리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음을 부정하면 양도 함께 부정됩니다. 그러니까 힘든 상황을 부정하면 삶 전체를 부정하는 셈이 됩니다.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셈이 됩니다. 그러므로 힘든 상황이 주어지면 선선이 받아들이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힘이 들더라도 이 상황이 씨앗이 되어 언젠가 행운의 열매가 피어날 것에 대한 소망을 안고서 말입니다.

    한편 그런 상황이 나에게만 찾아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찾아옵니다.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를 도와 주는 겁니다. 그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주는 겁니다. 1절만 불러도 좋고, 2절까지면 더 좋고, 3절까지 불러 주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찾아오는 고통과 타인에게 찾아오는 고통도 분리되지 않습니다. 타인을 위해 불러 준 노래가 언젠가 나에게 되돌아옵니다. 그래서 내가 힘들 때 누군가 나를 도와 줄 겁니다.

    음과 양이 분리되지 않듯이, 이 문제도 분리되지 않습니다. 이렇듯 우주에는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우주는 하나다.” 라고 표현합니다. 음과 양이 하나고, 나와 너가 하나입니다. 위와 아래가 하나고, 안과 밖이 하나고, 남자와 여자가 하나고, 창조주와 피조물이 하나입니다. 이 문제에 깊은 인식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하늘과 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나는 아버지 안에 있다.” 하나님과 내가 하나라는 의미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연히 깨닫는 사람은 바로 이런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하나님과 하나인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 그는 힘든 일이 찾아오면 선선이 받아들이며 그 일 속에서 소망을 볼 것입니다. 또한 타인의 아픔에 대해 따스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줄 터입니다. 우리 모두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