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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돌이와 갑순이는 부부입니다. 그런데 불화가 깊어져서 별거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혼은 하지 않은 채, 각자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갑돌이는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여자와 깊은 관계가 되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였습니다. 갑순이와 법적으로 부부인데,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갖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꺼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갑순이 몰래 다른 여자와 연애를 하는 셈입니다.
그러다가 갑돌이는 갑순이도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벼운 관계가 아니라 아주 깊은 관계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갑돌이는 갑순이를 찾아가서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 질렀습니다. “우리가 명색이 부부인인데, 당신 어떻게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질 수 있어? 이건 불륜이야. 당신은 남편이 있는 여자로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거라고!”
갑돌이는 모습은 어처구니없습니다. 자기는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 갑순이는 다른 남자를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갑돌이 같은 사람을 우리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니, 이보다 정도가 훨씬 심합니다.
시아버지 유다에게 속은 다말은 몹시 어려운 처지에 놓였습니다. 다말은 해결책으로 창녀로 자기 신분을 속여 시아버지와 관계를 가져 아이를 낳는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유다는 며느리에게 속아 며느리를 창녀로 알고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계획에 성공한 다말은 집으로 돌아와서, 너울을 벗고 도로 과부의 옷을 입었습니다.
그때로부터 석 달쯤 지났습니다. 유다는 다말이 창녀 짓을 하여 임신까지 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유다가 명하였습니다. “그를 끌어내어 화형에 처하라.” 유다는 다말의 행동이 가문에 먹칠을 한 일로 여기며 분노하며 화형에 처하려 한 것입니다. 이스라엘 율법에는 백성 중에 간음을 행한 자는 돌로 쳐 죽이거나 화형에 처하게 되어 있습니다. 신약성경에 사람들이 간음한 여인을 예수님께 끌고 와서 “율법에 이런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했는데 당신은 뭐라고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 관습이 예수님 시대에도 계속 이어진 모습입니다. 아무튼 가장인 유다에게 다말을 화형에 처하는 권한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유다에게 그럴 권한이 있었다 하더라도 유다의 모습은 터무니없습니다. 유다는 이미 다말을 며느리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에서는 완전히 남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친정에 가서 과부로 살고 있으라고 말한 후, 오래 세월 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인제 와서 다말의 행동이 가문에 먹칠을 했다고 화형에 처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또한 유다 자신은 석 달 전에 창녀와 관계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 과부로 살고 있는 다말이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진 일이 그렇게 분노할 일입니까? 이는 내로남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노하는 것까지는 그래도 참아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죽이려고 하였습니다. 어떻게 청상과부로 사는 가여운 며느리를 죽일 생각까지 할 수 있습니까.
유다의 이런 모습을 심층적으로 이해해 보겠습니다. 유다가 이런 행동을 한 근본 원인은 죄책감입니다. 유다는 다말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겁니다. 막내아들과 결혼시킬 생각이 없으면서 결혼시킬 것처럼 속인 일에 대해서 말입니다. 또한 대책도 없이 과부로 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낄 겁니다. 죄책감은 말 그대로 죄를 지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감정입니다. 그리고 죄를 지었다는 생각은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게 자기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품고 있으면 몹시 괴롭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그 죄책감을 반드시 외부로 투사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타인에게 투사하여, 타인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유다는 자기가 며느리를 속인 것의 책임을 며느리에게 돌리고 있었을 겁니다. 곧 며느리가 남편을 둘이나 잡아먹었으니, 자기가 며느리에게 한 행동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며느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왔을 겁니다. 자기 아들을 둘이나 잡아먹었으니 그보다 나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죄책감을 달래 왔을 겁니다.
그러다가 며느리가 창녀 짓을 하여 임신까지 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일로 유다는 매우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전후 사정은 다 빼버리고 창녀 짓을 하여 임신했다는 사실만 뽑아서 보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되면 과부로 살면서 기다리라고 한 말이 진실로 둔갑하게 됩니다. 결국 기다리라고 했는데 창녀 짓을 하여 임신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니 이보다 나쁜 일은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유다의 오래된 죄책감을 다말에게 완벽하게 투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유다 자기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다말이 천하에 나쁜 사람인 것입니다. 이렇게 나쁜 사람은 화형에 처해 마땅합니다. 이상이 유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대한 심층적 이해입니다.
유다의 모습은 곧 우리의 모습입니다. 우리도 자신의 죄책감을 타인에게 투사하여 그를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정죄하는 겁니다. 인간의 모든 비난과 정죄의 근본 뿌리는 자신의 죄책감이라는 사실을 여러분이 잘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므로 타인을 비난하고 정죄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자기 안에 죄책감이 있음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자기가 자기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아는 겁니다. 자기가 자기를 비난하고 정죄하고 있음을 아는 겁니다. 그런데 자기 비난과 자기 정죄가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타인에게 죄책감을 투사하여 그를 비난하고 정죄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죄책감을 자기 안에서 느끼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쉽게 느낄 수 있는 죄책감도 있습니다. 예컨대 가족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자기 혼자 여행을 가려고 하면 죄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죄책감 때문에 결국 가고 싶은 여행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자기 때문에 누군가가 손해를 입게 되면 역시 죄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안함이라는 감정과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튼 이런 죄책감은 느낄 수 있는 죄책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마음 안에는 느끼기 어려운 죄책감과 쉽게 느낄 수 있는 죄책감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죄책감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하나는 타인 공격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공격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투사를 통해 상대방을 비난하고 정죄하는 것은 타인 공격입니다. 그렇게 타인 공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기 처벌과 같이 자기 공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나친 음주나 흡연, 잦은 과식, 다양한 형태의 중독 등이 모두 자기 공격입니다. 그밖에도 질병이나 사고 등이 모두 자기 공격의 결과인데, 우리가 그렇다는 사실을 모를 뿐입니다. 이렇듯 죄책감은 타인 공격과 자기 공격으로 이어지니, 죄책감이 불행의 근본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죄책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우선 자기 마음 안에 있는 죄책감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럴 수 있기 위해 타인을 공격할 때나 자기를 공격할 때, 그것이 죄책감에서 비롯됨을 알아 지금 죄책감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한편 타인 공격이나 자기 공격의 순간이 아닌데도 죄책감이 느껴지면 쉽게 죄책감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죄책감을 알아차렸다면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도 알아차리는 겁니다.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과 죄책감은 늘 한 짝이 되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과 죄책감을 알아차렸다면, 이제 그것을 예수님께 가져가서 맡아달라고 청하는 겁니다. 대신 자기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과 평화로운 마음을 달라고 청하는 겁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고 사랑스럽고 귀한 당신의 자녀로 여기십니다. 그 사실을 알고 홀가분하게 죄책감을 예수님께 맡기는 겁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생각대로 자신을 생각하게끔 도와달라고 청하는 겁니다.
어린 시절에 모래밭에서 손등에 모래를 잔뜩 쌓아 놓고 단단하게 다지면서 모래집을 만들던 놀이를 기억하십니까? 그리고 그때 부르던 두꺼비 노래를 기억하십니까?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참 정겨운 동요입니다. 그런데 곽노순 목사님이라는 분은 이 노래가 좋지 않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상대방에게 헌 집을 줄 테니 새집을 달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은연중에 이기주의를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정반대의 길을 아이들에게 부추기는 노래라는 겁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는 그래도 됩니다. 아니, 예수님께는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곧 헌 집을 예수님께 드리고 새집을 달라고 청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과 죄책감을 예수님께 드리고, 대신 자기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과 평화로운 마음을 달라고 청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청하면 반드시 헌 집은 가져가시고 새집을 주신다고 하십니다.
죄책감이 생기는 원인은 대개 타인 공격에 있습니다. 따라서 타인을 공격하지 않고,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대로 축복과 감사를 전하려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수준이 타인을 공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마음 안에는 이전에 타인 공격으로 쌓아 놓은 죄책감과 새로 타인을 공격하여 생기는 죄책감이 함께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그것들을 예수님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줄여나가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의 행복이 조금씩 확장되어 나가기 바랍니다. ❉
주님,
입력을 영어로 인풋(input)이라고 하고, 출력을 아웃풋(output)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죄책감의 인풋의 문은 조금씩 닫아가고,
대신 아웃풋의 문은 활짝 열어 죄책감을 내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일을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예수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불행의 근본 원인인 죄책감에서 벗어나기를 원합니다.
그를 위해 형제에 대한 공격은 차츰 줄여나가고
대신 형제에 대한 축복과 감사를 늘려가기 원합니다.
또한 지금 마음 안에 쌓여 있는 죄책감을 주님께 내맡기고
대신 평화로운 마음을 달라고 기도드립니다.
그리하여 마음 안에 있는 죄책감의 양이 점점 줄어들게 하여 주옵소서.
그 결과 우리의 행복이 점점 깊어가게 인도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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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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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