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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은 아름답고 고귀한 일입니다. 사랑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물질로 돕는 것입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줍니다. 상대방이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것을 주는 겁니다. 둘째 말로 돕는 것입니다. 따뜻한 말로 상대방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겁니다. 용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말을 해 주는 겁니다. 셋째 행동으로 돕는 것입니다. 예컨대 상대방이 짐을 지고 가는데 무거워서 힘들어합니다. 그 때 대신 짐을 져주는 겁니다. 넷째 함께 함으로 돕는 것입니다. 이는 상대방의 수준에 맞춰 행동을 같이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상 네 가지는 모두 귀한 사랑의 행위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이 네 가지를 다 포함합니다. 예컨대 말로는 잘 돕는데 물질로 돕는 일에 인색하다면 그건 부족합니다. 반대로 물질로는 잘 돕는데 말은 아주 거친 경우도 마찬가지로 부족합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네 번째입니다. 오늘은 이 네 번째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상대방의 수준에 맞춰 행동한다 함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상대방의 눈높이 혹은 마음높이에 맞추는 걸 의미합니다. 예컨대 상대방이 지금 나에게 몹시 화가 나 있습니다. 그런 경우 나는 어떻게 반응하나요? 그 때 내 마음도 편할 리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하여 부드럽게 반응해 봅니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하여 화를 냅니다. 이쯤 되면 나도 인내의 한계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하여 마음에서 상대방을 밀어내게 됩니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나도 할 만큼 했어. 그런데도 계속 화를 내니 날더러 어쩌란 말이야. 네 마음대로 해.’ 그 순간 나와 상대방 사이에 분리가 일어납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아니, 화를 내는 상대방을 밀쳐내지 않고 함께 가야 합니다. 계속 호오포노포노를 한다든지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겁니다.
이제 화난 정도를 넘어, 나를 미워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비난하고 돌아다닙니다. 그렇게 되면 나도 화가 나게 됩니다. 그리하여 나도 상대방을 미워하고 그를 비난하게 됩니다. 똑같아지는 겁니다. 나와 상대방 사이에 건너기 어려운 강이 생기는 겁니다. 아니, 나를 미워하고 비난하는 그 상태를 인정하면서 그의 마음과 함께 가야 합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바른 길을 꾸준히 안내해 주었습니다. 때로는 좋은 책도 선물하고, 또한 여러 가지 좋은 자료를 제공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 도움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식으로 문제를 풀어갑니다. 그렇게 되면 마침내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네가 혼자 알아서 해. 너를 도우려던 내 마음을 이제 완전히 접겠어.’ 곧 상대방을 마음에서 지워내는 겁니다. 아니, 상대방의 그런 모습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더 이상 그를 돕는 행위를 할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그와 함께 하는 겁니다. 역시 호오포노포노를 한다든지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겁니다.
끝으로 한 가지 경우만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상대방이 이른바 악인이라고 부를 만한 경우입니다. 그런 경우 나는 상대방을 미워하고 더 나아가 저주를 하기도 합니다. 곧 상대방에 대해 하나님의 심판을 기도하는 겁니다. 악인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우리가 기도하지요? 정의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그 정의가 바른 길일까요 사랑이 바른 길일까요? 역시 악인인 상대방을 모습을 허용하며 그와 마음으로 동행하여야 합니다. 심판이 아닌 축복을 기도해야 합니다.
어떤 모임의 졸업식장입니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마지막 말씀을 전합니다. “항상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걸음걸이는 똑바로 해야 한다. 말은 고운 말만 가려서 하고, 남을 해치거나 거스르는 말은 삼가야 한다. 나무도 비뚤어지지 않고 곧아야 쓸모가 있고, 그릇도 찌그러지지 않아야 쓸모가 있다. 그래야 큰 집을 짓는 재목으로도 쓰이고, 많은 것을 담는 사발로도 쓰이게 된다. 여러분들이 큰 나무가 되어 하늘의 진리를 담는 큰 그릇이 되기 바란다.”
선생이 말을 마치고 청중석을 보니, 어떤 현인이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선생은 그 현인에게 한 말씀 해 주시라고 부탁하였습니다. 현인이 말하였습니다. “아닙니다. 나는 그저 세상을 떠도는 방랑자일 뿐입니다.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선생은 떼를 쓰듯 졸랐습니다. 마침내 현인은 선생의 청에 못 이겨 연단 위로 올라가 입을 열었습니다.
“큰 나무 혹은 큰 그릇이 되려는 것은 바른 길이 아닙니다. 큰 그릇은 다만 소용이 큰 데 쓰여집니다. 작은 그릇은 작은 소용이 됩니다. 크건 작건 각자 그들의 역할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목수가 되어야 합니다. 좋은 목수는 큰 나무든 작은 나무든 결코 버리지 않습니다. 어떤 나무든지 잘 사용합니다. 좋고 나쁜 것은 없습니다. 좋은 것들은 그들의 목적에 맞게 잘 사용하면 됩니다. 나쁜 것들 역시 잘 사용하면 됩니다. 좋다고 집착하고 나쁘다고 버리지 마십시오. 둘 다 잘 사용해서 바르게 쓰면 됩니다. 좋은 친구나 나쁜 친구나 모두 사귀어야 합니다. 어느 것도 물리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에게 큰 그릇이 되라고 권합니다. 선생은 학생들에게 큰 나무가 되라고 권합니다. 그런 권면이 가리키는 의미가 있겠지만, 하지만 진정한 가치를 지니지는 못합니다. 그런 권면은 나쁘지 않지만 좋지도 않습니다.
우리네 삶에서 실제로 보면 큰 그릇이 필요한가 하면 작은 그릇도 필요합니다. 큰 항아리에 가느다란 목걸이를 보관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가느다란 목걸이는 작은 목걸이 함에 보관해야 합니다. 각자 그들의 용도가 있습니다.
현인의 말대로 큰 나무가 되라고 권면하기 보다는 좋은 목수가 되라고 권면하는 것이 바릅니다. 좋은 목수는 작은 나무라고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작은 나무의 용도가 반드시 있는 것입니다. 어떤 나무라도 잘 사용할 것입니다.
좋고 나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상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습니다. 단지 당장 자신의 이익을 충족시켜주는가 못 시켜주는가에 따라 “좋음”과 “나쁨”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는 겁니다. 그래 어떤 물건이 A에게는 좋은데 B에게는 나쁩니다. 근본적으로는 좋음과 나쁨의 구분이 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쁘다고 하는 것도 잘 사용하면 됩니다. 그것이 좋은 친구나 나쁜 친구의 경우에도 해당됩니다. 나쁜 친구라고 내치면 안 됩니다. 그것이 바로 그의 수준에 맞춰 동행하는 모습입니다. 현인은 바로 그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상대방의 수준에 맞춰 그와 동행하는 것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내게 화를 내는 사람, 나를 미워하고 비난하는 사람, 나의 사랑어린 도움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악인, 그런 사람과 동행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 우리는 그를 마음에서 밀어내게 됩니다. 사랑의 네 번째 형태는 그런 경우 그를 밀어내지 않는 것입니다. 물리적으로는 거리가 두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늘 그와 하나 됨을 유지하여야 합니다.
그는 나와 인연이 아주 깊기 때문에 만난 것입니다. 세상에는 나와 인연이 전혀 없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비록 그가 내게 부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더라도, 그는 내 인생의 중요한 무대배경입니다. 그 무대배경, 그 인연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세입니다.
본문을 보십시오.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이 작은 사람들 가운데서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그들의 천사”라는 표현을 쓰십니다. 그런 이들도 자신의 천사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천사들이 하나님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는 말씀은 무슨 뜻일까요? 한 마디로 말해 그들도 자신의 천사들을 통해 하나님과 연결된 존재라는 뜻으로 이해해 봅니다. 곧 작은 사람, 하찮아 보이는 사람, 문제가 많은 사람도 모두 하나님의 귀한 자녀라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잃은 양 한 마리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양 100마리 중에서 한 마리가 길을 잃었습니다. 문맥상 그가 길을 잃은 것은 그의 책임입니다. 단순하게 말해서 그 한 마리는 나쁜 양입니다. 그런데 목자는 그 나쁜 양을 찾아 나선다는 겁니다. 그 나쁜 양이 망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하십니다.
누가복음에는 이 말씀의 배경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예수께서 세리들과 죄인들과 어울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드셨습니다. 그걸 보고 바리새인들이 뒤에서 수군거렸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본문의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곧 세리와 죄인, 그들이 작은 사람들이고, 길을 잃은 양 한 마리입니다. 그들을 내치지 말고, 그들 수준으로 내려가서 동행하라는 말씀입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작은 사람들”에는 오늘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이들도 포함되지 않을까요? 내게 화를 내는 사람, 나를 미워하고 비난하는 사람, 나의 사랑어린 도움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악인 등 말입니다. 그이들을 마음에서 버리지 말라 하십니다. 그이들과 사랑으로 동행하라 하십니다. 네 번째 형태의 사랑은 바로 그것을 의미합니다.
그 사랑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그 사랑의 마음이 바로 지난번에 말씀드린 청정심입니다. 그 사랑이 있으면 맑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게 됩니다.
끝으로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좋은 목수와 같은 사람이 있고, 작고 비뚤어진 나무와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와 같은 사람이 있고, 길 잃은 양과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곧 네 번째 형태의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랑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느 쪽에 가깝습니까?
아무리 볼품없는 나무라도 버리지 않고 잘 사용하는 좋은 목수, 네 번째 형태의 사랑으로 삼라만상과 만나는 자비로운 존재, 그것이 여러분의 자화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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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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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김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