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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홀트아동병원 원장이신 조병국 박사님의 책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은 말했다.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인생을 너무 집요하게 들여다보면 비관적인 사람, 관조하면 냉소적인 사람이 된다. 인생을 보는 적당한 거리를 아는 것, 그게 바로 현명함이 아닐까.”
찰리 채플린은 인생을 보는 시각을 두 종류로 구분하였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 되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 된다 하였습니다. 한편 조 박사님은 세 종류로 구분하였습니다. 가까이서 너무 집요하게 들여다보면 비관적이 됩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관조하듯 보면 냉소적이 됩니다. 곧 모든 것이 유치해 보이는 겁니다. 그것은 필경 무관심으로 이어질 터입니다. 그리고 적당한 거리에서 보면 긍정적이 됩니다. 그러니까 찰리 채플린은 인생을 보는 시각을 부정과 긍정의 두 종류로 구분한 것이고, 조 박사님은 부정과 긍정과 무관심의 세 종류로 구분한 것입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인생을 보는 거리에 따라 인생의 모습이 달라진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옳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거리라는 개념을 좀 다른 식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곧 세상을 부분으로 보지 말고 전체로 보라고 말입니다. 예컨대 산에 가서 나무들을 자세히 보면 멋지게 생긴 나무는 드뭅니다. 제대로 쭉 뻗은 나무는 별로 없고, 대부분 삐뚤빼뚤하게 자라난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나무에 벌레들도 많이 꼬여 있고, 거미줄이 쳐진 나무도 있습니다. 여기저기 죽은 나무도 있습니다. 이렇게 산을 부분 부분으로 보면 부정적인 모습투성이입니다. 하지만 산을 전체로 보면 산은 완전합니다. 산은 그 자체로서 완전한 긍정의 모습입니다.
이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분으로 보면 세상은 부정의 모습으로 가득합니다. 미움과 욕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온갖 고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일그러진 정치 경제 사회적 현실, 바로 매스컴에 연일 드러내는 부정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세상을 하나의 전체로 보면 어떨까요? 세상을 그 모든 부분들의 총합으로서 연주되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로 보면 어떨까요? 고요한 마음으로, 깊은 영혼의 감각으로 그 오케스트라를 들으면 그건 아름다운 하모니의 극치라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님이 완전하시다 함은, 하나님이 지으시고 운행하시는 이 세상이 하나의 전체로서 아름다운 오케스트라로 연주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가 세상을 부분이 아닌 전체로 보는 시각을 구비하면 세상을 긍정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부분으로 보는 것은 가까이서 보는 것이고, 전체로서 보는 것은 멀리서 보는 것입니다. 좀 다르게 표현해 보았지만 역시 인생을 보는 거리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물리적 거리일 수도 있고 마음의 거리일 수도 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인생을 너무 가까이서 집요하게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서 보지도 않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결코 인생을 비극이나 부정으로 보지 않습니다. 물론 인생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하지도 않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인생을 긍정으로 봅니다. 그에게 인생은 희극과 같이 재미있고 멋지고 아름답고 살아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인생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기 때문에, 즉 부분에 매달리지 않고 전체로 보기 때문에 서늘한 기운을 지닙니다. 그러면서도 만물에 대한 사랑으로 따스한 가슴을 지닙니다. 곧 현명한 사람은 서늘하면서 또한 따스한 존재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아라.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 그리하며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 이 말씀에는 세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로 살아가는 문제에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라 하십니다. 이는 세상을 긍정으로 살라는 말씀입니다. 다시 말해서 세상을 적당한 거리에서 보아야 합니다. 곧 세상을 부분으로 보지 말고 전체로서 보아야 합니다.
둘째로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라 하십니다. 이는 고통당하는 이웃을 돕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도울 때 적당한 거리에서 도와야 합니다. 그를 부분으로가 아니라 전체로서 보며 도와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일을 그동안 고통당하는 이웃을 돕는 일이라 했지만, 이를 좀더 포괄적으로 보자면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추구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나라는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누가복음 17장을 보면 바리새파 사람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예수께 물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의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고 하십니다. 바리새파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가 도래하는 때와 장소를 물었습니다. 곧 하나님 나라를 외형적 사건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현재적 상태라고 답하신 것입니다.
성경 말씀을 종합해 보면, 하나님 나라는 두 가지 성격을 지닙니다. 곧 내면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입니다. 따라서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면서 세상의 평화에 무관심하다면 부족합니다. 반대로 세상의 평화를 추구하면서 내면의 평화에 무관심하다면 역시 부족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은 마음이 늘 편안하다 하면서 고통 받는 이웃의 문제에 무관심한 사람이나, 자신의 시궁창 같은 마음은 방치한 채 고통 받는 이웃을 돕는 일에만 열심인 사람, 둘 다 절반만 맞다고 하겠습니다.
이상 첫째와 둘째의 말씀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을 너무 가까이서 보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아야 합니다. 또한 세상을 부분으로 보지 말고 전체로서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세상을 긍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 다음으로 자기 내면의 평화를 구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자기 내면 깊은 곳에 임재해 계시는 하나님을 호흡하며, 그 하나님 안에서 안식을 누려야 합니다. 또한 고통당하는 이웃을 사랑으로 도와야 합니다. 그 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도와야 합니다. 그의 형편을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 보며 도와야 합니다.
이제 셋째로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더하여 주실 것이라 합니다.이 모든 것’이란 생계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늘 걱정하는 것들입니다. 이 세 번째 말씀은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말씀을 실천한 사람들에게 하시는 주님의 약속입니다. 다시 말해서 세상을 긍정하며 내면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를 추구하는 그리스도인, 서늘하면서도 따스한 존재로서 인생을 걸어가는 현명한 그리스도인에게 이러한 선물을 주시겠다는 약속입니다.
여러분, 이 약속이 믿어지십니까? 이 약속을 믿지 못하면 우리는 생계의 문제로 걱정하며 세상을 부정으로 보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그런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일이나 세상의 평화를 추구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여력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약속을 믿게 되면 생계의 문제에 걱정하지 않으며 세상을 긍정으로 보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 영혼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일, 그리고 세상의 평화를 추구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여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이 약속은 반드시 이행됩니다. 따라서 이 약속을 믿음이 모든 것의 관건입니다.
물론 이 약속을 믿는다 하여 생계를 위한 일에 무관심해도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다만 걱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걱정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과 걱정하지 않으며 열심히 일하는 것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한다고 꼭 생계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운이 함께 따라야 합니다. 약속을 믿는 사람은 열심히 일하되 거기 운이 따라, 곧 하늘의 도움이 보태져서 생계와 생존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모두 다 가질 수 있는 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고민하던 왕은 꼭 행복을 이뤄야 하겠다고 생각하고는 지혜로운 스승을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고민을 말했습니다. 스승은 “전하께서는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입으시면 반드시 행복하게 될 것입니다.”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왕은 즉시 신하들을 풀어서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찾아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신하들이 고민하는데, 누군가가 “밤만 되면 강가에 나와 피리를 부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신하들은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강가로 가서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는 행복한 지를 물었습니다. 행복하다는 말에 신하들은 너무나 기뻐서 사정을 얘기하고 속옷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난처해하면서 말했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속옷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두워서 볼 수 없겠지만 나는 지금 발가벗고 있습니다.” 신하들은 놀라며 “발가벗고 있는 사람이 무엇이 행복하냐?”고 물었습니다. 그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불쌍한 사람들에게 속옷까지도 모두 내 주었지요. 그러고 나자 행복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나 자신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사람은 생계의 문제로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늘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갖고 다만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베풉니다. 이 사람이 굶어죽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하늘이 그런 일을 허락할까요? 사실 우리가 현재 이 사람처럼 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삶을 지향해야 합니다. 자신조차도 갖지 않게 된 상태를 지향해야 합니다. 하늘은 그런 존재에게 생계의 문제도 해결해 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위대한 덕목 중의 하나는 주님의 약속을 믿는 것입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하늘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하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서늘하면서도 따스한 존재로서 살아가는 현명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약속을 굳건히 믿었기에 믿은 대로 주님의 약속이 이뤄지는 복된 인생, 행복한 인생, 아름다운 인생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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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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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