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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베대의 아들들의 어머니가 아들들과 함께 예수님께 다가와서 절하며 청하였습니다. “나의 이 두 아들을 선생님의 나라에서, 하나는 선생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선생님의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 세베대의 아들들은 야고보와 요한입니다. 두 제자의 어머니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 것입니까? 자기 아들들이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다른 제자들에 대한 배려심은 없고 다만 배타적인 마음만이 있습니다. 이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쉽게 말해서 좌의정과 우의정의 자리입니다. 곧 예수님의 제자 12명 중에서 자기 아들 두 사람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부모의 자식에 대한 마음은 이와 같습니다. 세상이 이토록 어둡고 거친 모습을 보이는 데는 바로 부모의 자기 자식에 대한 이런 배타적 사랑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입니다. 얼마 전에 외교부 장관이 딸 특혜 사건으로 물러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바로 이런 부모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하겠습니다. 외교부 장관의 행태를 비난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자기 자식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마음으로 출세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흔히 부모의 자식 사랑은 숭고한 것이라 하지만, 그 뒷면에는 이런 어두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제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청하는 말을 들은 열 명의 제자가 분개하였다고 합니다. 그들은 왜 분개하였을까요? 부당한 청탁에 대한 정의심에서 비롯된 분노일까요? 아니, 자신들도 똑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데, 혹여 그 자리를 빼앗길까 봐 분개한 것은 아닐까요? 그러니까 열두 명의 제자들이 모두 좌의정 우의정이 되고픈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모두가 경쟁적이고 배타적인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제자들의 모습이 실망스럽습니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모습이 없을까요?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의 모습으로부터 자유로운 부모가 많지 않듯이, 제자들의 모습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도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제자들이 분개하는 모습을 보고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종이 되어야 한다.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몸값으로 치러 주려고 왔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명하신 것은,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섬기는 사람은 헬라어로는 ‘디아코노스’인데, ‘디아코노스’에는 섬기는 사람이라는 뜻과 함께 종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그 둘이 같은 뜻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말씀을 줄여서 말하면 종처럼, 하인처럼 섬기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하셨습니다. 그 구체적 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신 것이 제자들의 받을 씻어준 일입니다. 당시 발을 씻어주는 일은 종이나 하인들의 몫이었습니다. 주인이 외출하고 돌아오면 하인이 주인의 발을 씻어주었던 겁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하인 역할을 하신 겁니다.
여기 갑과 을, 두 사람이 있습니다. 갑은 을의 주인이고, 을은 갑의 하인입니다. 갑은 을로부터 섬김을 받고, 을은 갑을 섬깁니다. 더 나아가 을은 갑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합니다. 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을 충신이라 하였습니다. 왕은 갑이고 충신은 을인 것입니다.
바울은 자신을 그리스도 예수의 종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예수님이 자신의 주님이고 주인이라는 겁니다. 곧 예수님이 갑이고 자신은 을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자신을 갑이 아니라 을이라 하셨습니다.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라 섬기러 왔다는 말씀은, 갑이 되고자 온 것이 아니라 을이 되고자 온 것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과 바울이 서로 을이 되겠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이란 바울처럼 예수님을 자신의 주님이요 주인으로 모시는 존재입니다. 곧 예수님을 갑으로 모시는 을로서 살겠다는 것이 그리스도인인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당신께서 을이 되어 주셨습니다. 을로서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심으로 우리를 갑으로 세우셨습니다. 그러니 그리스도인이란 예수님으로부터 갑으로 대접을 받으며, 또한 주님을 갑으로 모시는 존재라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을 갑으로 섬기는 존재입니다. 하인처럼 섬기는 사람이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언제나 자신은 을이 되어 모든 사람을 갑으로 섬기라는 뜻입니다.
가정에서 남편은 아내를 갑으로 섬겨야 합니다. 아내 역시 남편을 갑으로 섬겨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를 갑으로 섬겨야 합니다. 자녀 역시 부모를 갑으로 섬겨야 합니다. 서로 을이 되는 가정은 얼마나 화목한 가정이겠습니까?
교회에서 봉사를 할 때도 하인의 마음으로 하여야 합니다. 집사라는 말은 헬라어로 섬기는 사람과 같은 단어입니다. 곧 섬기는 사람, 종, 집사가 모두 ‘디아코노스’입니다. 또한 섬김과 봉사는 똑같이 ‘디아코니아’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집사는 평신도를 하인처럼 섬겨야 합니다. 집사가 교회에서 봉사를 할 때 하인의 마음으로 하여야 합니다. 물론 평신도도 하인의 마음으로 봉사하여야 합니다. 단순히 봉사하는 것과 하인의 마음으로 봉사하는 것은 큰 차이를 지닙니다. 그럴 때 그 교회는 주님이 역사하시는 은혜의 공동체가 됩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사뿐만 아니라 부하직원을 하인처럼 섬겨야 합니다. 고객을 하인처럼 섬겨야 합니다. 그는 참다운 그리스도인으로서 직장생활을 하는 겁니다. 그런 그리스도인이 늘어갈수록 세상은 밝아지지 않겠습니까?
제가 주일 아침에 교회에 와서 꼭 빼놓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신발장의 슬리퍼를 정리하는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슬리퍼가 한 종류가 아니라 대여섯 종류가 됩니다. 그러니 좌우 짝만 맞으면 되는 게 아닙니다. 종류가 함께 맞아야 합니다. 같은 종류끼리 모아 놓고 좌우 짝을 맞춰 신발장에 올려놓습니다. 종류가 비슷한 것들도 있고 아주 다른 종류도 있는데, 비슷한 종류끼리는 짝이 맞지 않아도 신는 사람이 그 차이를 감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인이 신을 슬리퍼를 대하는 하인의 마음으로 꼼꼼하게 정리를 합니다. 설령 여러분이 짝이 맞지 않음을 감지하지 못할지라도, 주인에게 짝이 맞지 않는 슬리퍼를 신게 하는 것은 충성된 하인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인인 여러분이 모두 짝이 제대로 맞는 슬리퍼를 신을 때 하인인 저는 행복합니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어느 단체에서 월남에서 부상당하여 돌아온 군인들을 위한 위문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인 감독은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인 밥 호프(Bob Hope)를 이 공연에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밥 호프는 몹시 바빠서 갈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밥 호프가 빠진 위문 공연은 가치가 반감된다고 생각한 감독은,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들을 위로해 주는 아주 중요한 자리에 당신이 꼭 필요합니다.” 라고 하며 여러 번 간곡히 부탁을 했습니다. 밥 호프는 끈질긴 감독의 부탁에, “그러면 제가 5분 정도만 얼굴을 보이고 내려와도 괜찮겠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감독이 그렇게만 해 줘도 고맙겠다고 하여 밥 호프는 그 위로 공연에 출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드디어 공연 당일, 5분을 약속하고 올라간 밥 호프가 얘기를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밥 호프는 5분이 지나도 끝낼 생각을 안 하였습니다. 10분, 15분, 25분이 넘었는데도 공연을 계속했습니다. 밥 호프는 거의 40분 동안 공연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그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감독은 40분을 하게 된 경위와 눈물을 흘리는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밥 호프는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앞줄에 있는 두 친구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감독이 보니까, 앞줄에 상이군인 두 사람이 열심히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오른팔을 잃어버렸고, 다른 한 사람은 왼팔을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오른팔을 잃어버린 사람은 왼팔을, 왼팔을 잃어버린 사람은 오른팔을 사용하여 두 사람이 한 몸이 되어 박수를 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가진 것이 있는가 하면 갖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체로 자신이 갖지 못한 것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것이 지식이든, 재물이든, 건강이든,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그 노력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노력만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의 인생은 부족합니다. 가진 것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가 함께 필요한 것입니다. 곧 자신이 가진 것으로 이웃과 세상을 섬기는 것입니다.
상이군인 두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으로 세상을 볼 줄 알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갖지 못한 하나의 팔로만 세상을 본 것이 아니라, 가진 또 하나의 팔로 세상을 볼 줄 알았습니다. 그것이 밥 호프로 하여금 자신의 약속을 어기고 40분 동안 무대에서 눈물로 공연하게 만든 힘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듣는 우리로 하여금 뜨거운 감동을 느끼게 만드는 힘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을 섬기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당신이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 곧 당신의 목숨을 바쳐 세상을 섬기셨습니다. 그러하듯 우리도 자신이 가진 것으로 섬기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회 안에서 우리는 각자 자신이 가진 것으로 공동체를 섬기고 있습니다. 말씀으로 섬기고, 찬양으로 섬기고, 기도로 섬기고, 재물로 섬기고, 노동으로 섬기고, 그 밖의 자신의 재능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이제 그 섬김이 교회 안에 국한되지 않고, 가정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직장에서도, 세상에서도 그 섬김의 자세로 살아야 합니다. 그는 예수님의 삶을 정확히 본받는 삶을 살고 있는 겁니다. 그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세베대의 아들들의 어머니와 열 명의 제자들의 모습, 그 모습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많지 않다 하였습니다. 참다운 그리스도인은 그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여러분의 자녀에게 이웃과 세상을 하인처럼 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자신이 이웃과 세상을 하인처럼 섬기는 사람이 되어, 여러분의 자녀에게 모범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부모로, 그런 개인으로 여러분이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따스한 말 한 마디로 타인을 섬길 수 있음을 아십니까? 환한 미소를 지어주는 것으로 타인을 섬길 수 있음을 아십니까? 큰 실수를 범한 사람에게 비난하는 대신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으로 타인을 섬길 수 있음을 아십니까? 슬피 우는 사람에게 말없이 손수건을 건네주며 손을 한 번 지긋이 잡아주는 것으로 타인을 섬길 수 있음을 아십니까? 그런 작은 행동 하나가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가장 귀한 일임을 아십니까? 그런 작은 행동 하나가 우리의 하인이 되어 주신 주님과 영혼으로 하나 되는 일임을 아십니까?
내가 가진 작은 것들로 모든 사람을 하인처럼 섬길 때, 내게 필요하여 내가 꼭 갖고 싶은 것인데 지금 내가 갖지 못한 것, 바로 그것을 우리 주님이 선물로 주시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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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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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강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