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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테베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나라 왕이 결혼하여 사내아이를 낳았습니다. 왕은 아이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점을 쳤습니다. 그런데 점괘는 아이가 장차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왕은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해 부하를 시켜 아이를 나무에 매달아 죽여 버리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왕은 아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국정을 돌보지 않고 부하들과 방랑의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던 부하는 차마 자기 손으로 그 아이를 죽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 아이를 나무에 매달아 죽이라 했지 목을 매달아 죽이라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던 점에 착안하여, 다리를 매달아 놓고 돌아와 시키는 대로 하였다고 보고하였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이웃 나라 양치기가 나무에 매달려 죽어가는 아이를 발견하여 구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이름을 외디푸스라고 지었습니다. 그 양치기는 코린토스라는 나라 사람으로서 그 아이를 데리고 자기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코린토스의 왕은 아이가 없던 지라 그 아이를 양자로 삼았습니다. 외디푸스는 코린토스의 왕자로 잘 자랐습니다. 청년이 되어 자신의 운명에 대한 호기심으로 점을 쳤는데, 점괘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린토스의 왕과 왕비를 친부모로 알고 있던 외디푸스는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해 영원히 왕국을 떠날 결심으로 방랑길에 올랐습니다. 좁다란 산길을 가고 있던 외디푸스는 마침 사냥을 하고 있던 남자들과 시비가 붙었습니다. 그 중 우두머리를 포함한 3명을 죽였고, 한 사람은 도망갔습니다. 외디푸스는 테베왕국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스핑크스라는 괴물을 지혜로 물리쳤습니다. 그 공으로 우여곡절 끝에 왕이 사냥길에서 죽어 홀로 된 왕비와 결혼을 하여 테베왕국의 왕이 되었습니다. 자식들도 낳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자기가 원래 테베왕국의 왕자였고, 코린토스의 왕과 왕비는 양부모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죽인 사람이 바로 자기 친아버지고 현재의 부인이 자기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디푸스의 아내 겸 어머니는 자살하고, 외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파내어 장님이 되어 딸들의 길 안내로 방랑생활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옵니다.
아버지인 줄 알지 못하고 아버지를 죽인 외디푸스, 그의 비극적 이야기는 무엇이든 바로 알지 못하면 이런 비극을 낳게 된다는 교훈을 줍니다.
우리는 오늘 본문에서 이와 같이 바로 알지 못하여 생겨난 한 사건을 만나게 됩니다. 스데반이 돌에 맞아 죽는 현장에 있었던 사울은 그의 죽음을 마땅하게 여겼습니다. 더 나아가 집집마다 찾아 들어가 남자나 여자나 가리지 않고 끌어내어 감옥에 넘겼습니다. 이제 한 수 더 떠서 다마스쿠스까지 가서 기독교인들을 체포해 오려 하였습니다. 다마스쿠스는 시리아의 수도로서 예루살렘에서 대단히 멀리 떨어진 도시입니다. 왜 다마스쿠스로 가려 했냐 하면, 예루살렘에 대대적인 탄압이 내리자 많은 기독교인들이 다마스쿠스로 피신해 갔던 것입니다. 예루살렘에서 더 잡아넣을 사람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사울은, 이제 다마스쿠스까지 쫓아가려 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울 일행이 다마스쿠스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갑자기 하늘에서 환한 빛이 그를 둘러 비추었고 그는 땅에 엎어졌습니다. 그리고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핍박하느냐?”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그 때 사울은 “주님, 누구십니까?” 라고 묻습니다. 이 “주님, 누구십니까?” 라는 물음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이 말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예컨대 내가 집 안에 있는데 누군가가 밖에서 문을 두드립니다. 그 때 나는 “누구십니까?” 라고 묻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밖에 있는 사람을 향해 “어머니, 누구십니까?” 라고 묻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어법에 안 맞지요. 사울의 물음은 그와 같습니다. 그래서 공동번역 성서는 이 부분을 “주님”이라는 말을 빼고 그냥 “당신은 누구십니까?” 라고 번역하였습니다. 하지만 헬라어 원문을 보면 분명히 ‘퀴리에’라는 말이 나옵니다. ‘퀴리에’라는 말은 영어로 하면 Lord고, 우리말로 하면 ‘주님’입니다. 그렇다면 사울은 왜 이런 어법에 안 맞는 질문을 하게 되었을까요?
사울은 원래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기독교인을 핍박한 것도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뜻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한 사울이었기에 갑자기 하늘에서 환한 빛이 그를 둘러 비출 때, 이는 주님의 임재라고 느꼈던 겁니다. 그가 땅에 엎어졌다고 하는데, 이는 스스로 엎드린 것이 아니라 어떤 힘에 의해 엎어진 것입니다. 자기를 엎어지게 만든 힘 앞에서 주님의 임재를 느낀 겁니다.
그런데 이어 들리는 소리가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핍박하느냐?”였습니다. 그 순간 사울은 상충하는 두 마음을 갖게 되었을 겁니다. 하나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직감적으로 저 음성이 주님의 음성임을 알아차리는 마음입니다. 다른 하나는 누가 저런 말을 하는지 모르는 마음입니다. 그래 알아차리는 마음이 “주님”으로 표현되었고, 모르는 마음이 “누구십니까?”로 표현된 것입니다. 결국 상충하는 두 마음의 조합으로 “주님, 누구십니까?(Lord, Who are you?)” 라는 어법에 안 맞는 말이 튀어나온 것입니다. 곧 사울은 매우 혼란스런 의식 상태에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사울은 이런 혼란스런 의식 상태에 빠지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예수님이 곧 주님이시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 예수님과 성령, 이 세 존재가 한 분 주님이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사울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바로 알지 못하여 기독교인을 핍박하였습니다. 살기를 갖고 다마스쿠스로 가던 사울은 장님이 되어 사람들 부축으로 간신히 다마스쿠스로 가는 초라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사실을 바로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사실을 바로 알고 살아가십니까? 여러분은 세상의 모든 사실을 바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오만이요 착각입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여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갖는 사람에 대해 틀렸다고 판단하고 정죄한다면, 그것은 큰 죄를 짓는 일이 되고 맙니다.
그 옛날 최고로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존경을 받았던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모른다. 나는 다만 모른다는 사실만을 알 뿐이다.” 모른다는 마음을 자기 존재의 뿌리로 삼고 있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또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 진정한 앎을 위해 끝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소크라테스는 모른다는 마음으로 바른 앎을 위해 노력한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그 결과 최고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바른 앎과 틀린 앎이 있는데, 바른 앎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그런데 그를 위해서는 반드시 모른다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바른 앎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상대방은 틀리다고 판단하는 것이 됩니다. 여러분, 인간사의 수많은 갈등과 분쟁과 비극이 바로 자신이 알고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외디푸스는 좁다란 산길을 가다가 사냥을 하던 남자들과 시비가 붙었다고 합니다. 어떤 문제로 시비가 붙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문제에 대해 외디푸스는 자신의 입장이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곧 그 문제에 대해 자신이 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아버지인 줄도 모르는 주제에, 그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이 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 결과 아버지를 죽이는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사울은 하나님에 대해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예수님이 주님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 때 사울이 모른다는 마음을 가졌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모른다는 마음은 겸허한 마음이고 열린 마음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예수라는 사람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있을까? 돌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예수를 부르고, 자신을 죽이는 사람들을 용서한다니, 예수라는 사람이 정말 하나님과 연관이 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볼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라는 인물에 대해 깊이 탐구해 볼 것입니다. 하지만 사울은 완고한 마음으로 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예수에 대한 탐구를 거치지 않고 기독교인들을 핍박하였습니다.
우리네 삶에서 부부싸움에서부터 수많은 사회정치적 갈등과 분쟁에 이르기까지, 그것들의 주요 원인은 나는 안다고 하는 완고한 마음입니다. 또한 나는 안다고 하는 생각은 진정한 앎에 대한 필요를 차단시킵니다. 결국 바른 앎에 대한 기회를 갖지 못하고 틀린 앎으로 살다가 인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물론 자신이 옳은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앎이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틀린 상대방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자신의 앎이 맞는다 하더라도, 그 앎에는 부족한 면이 있게 마련입니다. 완전한 앎을 인간이 가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바른 앎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 소크라테스처럼 모른다는 마음을 여러분 존재의 뿌리로 삼으십시오. 그리하여 겸허하고 열린 마음으로 바른 앎을 갖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그러한 겸허하고 열린 존재가 될 때, 갈등과 비극 대신 평화로움으로 살게 됩니다. 그러한 겸허하고 열린 존재가 될 때, 하늘이 지혜를 주십니다. 그러한 겸허하고 열린 존재가 될 때, 자신 안에 자비로운 마음이 자리 잡게 됩니다. 그러한 겸허하고 열린 존재로서, 지혜와 자비로 세상에 빛을 전하는 인생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가장 복된 인생으로 이끌 것입니다.
모른다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한편 빛이신 주님을 늘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언제나 내 안에 계신 그분이 모른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를 진정한 앎으로 이끌어 가실 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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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9/39 
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