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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 일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눠서 진행됩니다. 첫째 단계는 건물의 원자재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곧 시멘트, 모래, 물, 철근, 목재 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이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다음 단계는 이 첫째 단계의 전제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둘째 단계는 준비된 원자재를 사용하여 차근차근 집을 지어가는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과정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엘로힘’ 하나님은 우주의 근원자이시고, 우주의 창조자이시고, 유일한 절대자이십니다. ‘엘로힘’ 하나님은 두 단계로 나눠서 천지를 창조하셨습니다. 첫째 단계에서는 우선 둘째 단계 창조를 위한 재료를 창조하셨습니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형태도 없고, 텅 비어 있고, 깜깜한 상태였습니다. 모든 것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뒤엉겨 있는 상태였습니다. 카오스(혼돈) 상태였습니다.
첫째 단계에서 창조하신 그 재료는 우주 만물의 뿌리입니다. 하나님이 당신께서 창조하신 그 재료를 갖고 둘째 단계 창조를 진행시키셨듯이, 인간도 그 재료를 갖고 자신의 창조를 이뤄냅니다. 그 재료가 없이는 인간은 어떤 것도 창조할 수 없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을 히브리어는 ‘바라’라고 합니다. ‘바라’라는 단어는 ‘엘로힘’ 하나님을 주어로 하여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인간은 물론이려니와 그 어떤 신도 ‘바라’라는 동사의 주어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그 어떤 민족의 신도 ‘바라’라는 동사의 주어가 될 수 없습니다. 우주의 근원자이신 ‘엘로힘’만이 ‘바라’할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신기하고 놀라운 무수한 것들을 창조할 때마다 ‘바라’의 하나님께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엘로힘’ 하나님이 ‘바라’하지 않으셨더라면 인간의 그 창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나 스마트폰을 만들어냈을 때, 예술가가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들어냈을 때, 결혼한 남자와 여자가 아이를 낳고 기뻐할 때 등 인간이 무언가를 창조하는 모든 순간에 ‘엘로힘’ 하나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엘로힘’ 하나님은 둘째 단계에서 첫째 단계에서 창조하신 재료를 갖고 물질들을 하나씩 만들어가셨습니다. 카오스(혼돈) 상태에서 코스모스(조화와 질서) 상태로 이행한 것입니다. 그 둘째 단계의 창조는 6일 동안 진행되었는데, 그 첫째 날에 말씀으로 빛을 창조하셨습니다. 3절을 읽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 생겼다.>
첫째 날에 창조하신 빛은 태양빛이 아닙니다. 태양은 넷째 날에 창조하셨습니다. 16절을 읽습니다. <하나님이 두 큰 빛을 만드시고, 둘 가운데 큰 빛으로 낮을 다스리게 하시고, 작은 빛으로 밤을 다스리게 하셨다. 또 별들도 만드셨다.> 큰 빛은 태양이고 작은 빛은 달을 가리킵니다. 우리에게 낮을 주고, 사물을 볼 수 있게끔 해 주는 태양빛은 넷째 날에 창조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첫째 날에 창조하신 빛은 태양빛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빛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말해서 그것은 진리의 빛입니다. 요한복음 8장 12절을 읽어드리겠습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사람은 어둠 속을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또 요한복음 12장 46절을 읽어드리겠습니다. <나는 빛으로서 세상에 왔다. 그것은 나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예수께서 빛으로서 세상에 오셨다 하는데, 그것은 태양빛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진리의 빛이요 생명의 빛입니다.
따라서 이 빛은 눈으로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빛의 개념에 대해 익숙합니다. 예컨대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롬13:12하) <여러분이 전에는 어둠이었으나 지금은 주 안에서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사십시오.>(엡5:8) 빛의 갑옷이니 빛의 자녀니 하는 말이 뜻하는 바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빛은 그냥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가치입니다.
그런데 고귀한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이 좀 어색하지 않습니까? 예컨대 사랑, 평화, 헌신 등과 같은 것들은 고귀한 가치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런 것들을 창조하셨다고 하면 좀 어색하지 않습니까? 사랑이니 평화니 헌신이니 하는 것들은 재료를 갖고 창조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고귀한 가치인 빛을 재료를 갖고 창조했다는 것이 좀 어색하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 빛은 무엇일까요? 물질의 한 종류인 태양빛도 아니고, 그냥 고귀한 가치라고만 하면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드는 이 빛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 빛의 정체를 좀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있습니다. 사도행전 9장 3절을 보면 사울이 그리스도인을 체포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로 가는 도중에 갑자기 하늘에서 환한 빛이 그를 둘러 비추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핍박하느냐?” 하는 음성이 들렸다고 합니다. 그 빛을 보고 사울은 시력을 잃고 사흘 동안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사울의 눈을 멀게 한 이 빛은 태양빛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바울이 나중에 아그립바 왕 앞에서 자신의 회심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이 사도행전 26장 13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전하, 저는 길을 가다가 한낮에 하늘로부터 해보다 더 눈부신 빛이 저와 제 일행을 둘러 비추는 것을 보았습니다.> 때는 한낮 곧 정오였습니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입니다. 그 때 해보다 더 눈부신 빛이 자신과 일행을 둘러 비추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 두 개의 발광체가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는 늘 보던 해이고, 다른 하나는 처음 보는 것인데 해보다 더 눈부신 빛입니다. 그 빛 속에서 예수님의 음성이 들렸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빛은 분명 부활하신 예수님이요 진리의 빛인데, 그것이 단지 고귀한 가치로서의 추상적인 빛이 아닌 겁니다. 태양빛은 아니면서도 어떤 물리적 빛이었다고 바울은 증언합니다.
이 빛의 정체를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진리의 빛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바울의 경우를 보면 그것이 때로 물리적 현상으로도 나타나는 빛입니다. 그 빛은 예수님 자신이요 성령의 빛으로서 마음으로 느끼는 빛이지만, 때로는 물리적으로도 지각할 수 있는 성격의 빛입니다. 그렇다면 재료를 갖고 그 빛을 창조하셨다는 것이 비로소 수긍이 갑니다. ‘엘로힘’ 하나님은 첫째 날에 우주 만물 중에서 가장 먼저 그 빛을 창조하셨습니다. 그 빛은 예수님을 의미하기도 하고, 성령을 의미하기도 하고, 하나님 자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가 그 빛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도 합니다. 그 빛은 진리이고 생명입니다.
우리에게는 두 개의 큰 빛이 있습니다. 하나는 태양빛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빛입니다. 하나는 넷째 날에 창조하신 빛이고, 다른 하나는 첫째 날에 창조하신 빛입니다. 태양빛이 중요하지만 하나님 빛의 중요성은 태양빛의 중요성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큽니다. 많은 사람들이 태양빛으로만 살아갑니다. 그분들은 낮에는 빛 속에서 살고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살게 됩니다. 아니, 낮에도 어둠 속에서 살 수 있습니다. 곧 절망에 빠지면 낮에도 깜깜한 어둠 속에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빛으로 사는 사람은 언제나 빛 속에서 삽니다. 그는 밤에도 빛 속에서 살게 됩니다. 곧 절망에 빠져도 빛 속에서 살게 되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대낮을 살아도 깜깜한 어둠 속에서 사는 사람이 있고, 어둠 속에서도 환한 대낮을 사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이사야서 60장 19절을 읽어드리겠습니다. <해는 더 이상 낮을 밝히는 빛이 아니며, 달도 더 이상 밤을 밝히는 빛이 아닐 것이다. 오직 주님께서 너의 영원한 빛이 되시고, 하나님께서 너의 영광이 되실 것이다.> 해와 달의 빛과 하나님의 빛이 대비되고 있습니다. 해의 빛이 우리의 육신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하나님으로 말미암은 영원한 영적인 빛은 해의 빛과는 차원을 달리하여 우리에게 꼭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빛으로 말미암아 인생의 밤에도 우리는 환한 대낮을 살게 됩니다.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대낮에 해보다 더 밝은 빛을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그 빛은 바로 예수님의 빛이었습니다. 그 빛은 바로 하나님께서 첫째 날에 창조하신 빛이었습니다. 그 빛을 만나기 전까지 바울은 수없이 많은 낮을 살았지만, 그는 인생의 밤 속에서 산 것이었습니다. 그 빛을 만나고 예수 그리스도에게 귀의한 후부터 그는 인생의 낮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온갖 쓰라린 고초를 겪었지만, 언제나 하나님의 빛 안에서 인생의 대낮을 살았습니다. 진리와 사랑과 기쁨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예수께서 여리고라는 도시를 지나가실 때였습니다. 바디매오라는 눈먼 거지가 길가에 앉아 있다가, 예수님이 지나가신다는 말을 듣고 외쳤습니다.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그러자 예수님은 그를 가엽게 여기시고 말씀하셨습니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그러자 그 눈먼 사람은 곧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예수께서 가시는 길을 따라나섰습니다. 예수님은 그의 눈을 고쳐주시면서 “가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눈을 뜨게 되었으니 이제 너의 인생길을 가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길을 가지 않고 예수님이 가시는 길을 따라나선 것입니다. 그는 눈이 멀어 있는 동안 육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인생의 밤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사랑에 의해 눈이 뜨여진 이후부터는 육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인생의 낮을 살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진리를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빛은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을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빛은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은 평화를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빛은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은 헌신을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빛은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감사를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빛은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기쁨을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빛은 창조하셨습니다. 진리와 사랑과 평화와 헌신과 감사와 기쁨은 모든 고귀한 가치인데, 빛은 하나님께서 손수 창조하셨다는 점에서 그것들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어떤 실체입니다.
그렇다면 그것들과 빛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빛 안에는 그 모든 것들이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요? 빛은 그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최고의 가치일까요? 빛은 그 모든 것들을 인간이 성취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도구일까요?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는 빛으로서 세상에 오신 걸까요?
지난 시간에 우리는 ‘루아하 엘로힘’ 곧 하나님의 호흡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단순히 호흡을 통해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호흡을 하는 존재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숨을 들이마시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그 호흡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입니까? 바로 빛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호흡을 통해 공기를 들이마시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빛을 들이마시는 존재입니다. 그 빛이 자신 안에 충만한 상태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리하여 진리로 충만하고, 생명으로 충만하고, 사랑으로 충만하고, 평화로 충만하고, 감사로 충만하고, 기쁨으로 충만하고, 은혜로 충만하고, 성령으로 충만하여 언제나 인생의 대낮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여러분이 그런 눈부시게 빛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복된 삶을 살아가시기를 축원합니다. ◈
<눈을 감습니다.
코를 통해 심호흡을 합니다.
이제 심장을 통해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그 숨의 내용은 빛입니다.
심장을 통해 빛을 호흡합니다.
그 빛으로 온몸이 충만한 상태가 됩니다.
그리하여 진리로 온몸이 충만한 상태가 됩니다.
생명으로 온몸이 충만한 상태가 됩니다.
사랑으로 온몸이 충만한 상태가 됩니다.
평화로 온몸이 충만한 상태가 됩니다.
감사로 온몸이 충만한 상태가 됩니다.
기쁨으로 온몸이 충만한 상태가 됩니다.
은혜로 온몸이 충만한 상태가 됩니다.
성령으로 온몸이 충만한 상태가 됩니다.
눈부신 빛으로 온몸이 충만한 상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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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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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김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