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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폰4S가 국내에 출시된 지 열흘쯤 되었습니다. 그런데 단말기의 하자를 이유로 교환을 요청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애플측은 불량이 아니라며 참고 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아이폰4S를 구입한 박모씨는 제품을 개봉하자마자 LCD 화면의 누런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그래 애플 서비스센터에 가서 새 제품으로 바꿔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불량이 아니라 LCD의 특성이라고 하면서, 당신이 예민해서 그렇지 일상생활에선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냥 쓰라고 했다는 겁니다. 또한 통화하는 중에 잡음이 심해 서비스센터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비스센터에서는 불량이 아니라며 교환해 줄 수 없다는 겁니다. 애플은 지난달 31일부터 “제품 불량인 경우 개통 30일 이내에는 새 제품으로 교환해 준다.”고 서비스 약관을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약관만 바꿨을 뿐 불량 판정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결과적으론 새 제품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국내 애플 아이폰 이용자는 3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인데, 소비자를 무시한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태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도도한 애플이 중국에서는 아주 겸손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 하니, 좀 씁쓸한 마음이 됩니다.
한편 스티브 잡스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애플 이사회 이사장에 아서 레빈슨이라는 사람이 지명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는 과거에 “애플이 덜 오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뱉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에게 “애플에 오만한 면이 있다.”며, 애플이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기업이 된 만큼 이 문제에 대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아서 레빈슨 신임 애플 이사회 의장이 말하는 애플의 오만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또한 애플의 오만과 애플이 소비자를 무시한다고 하는 아이폰 이용자들의 불만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만약 상관관계가 있다면, 곧 애플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는 오만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무시한다면, 이는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적 기업으로 커지면 오만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일까요? 기업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커지면 오만해지는 모습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그런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 본문의 1절은 “사람들이 땅 위에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라는 말로 시작됩니다. 한편 5절은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 차고” 라고 기록하였습니다. 1절의 ‘늘어나다’ 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라바브’입니다. 그리고 5절의 ‘가득 차다’ 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라브’입니다. 그런데 ‘라브’는 ‘라바브’의 압축형입니다. 그러니까 두 단어가 같은 뜻입니다. 곧 숫자가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1절을 달리 표현하면 “사람들이 땅 위에 많아졌다.”가 되고, 5절을 달리 표현하면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많아졌다.”가 됩니다. 그런데 이 둘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곧 “사람들이 땅 위에 많아지자, 죄악도 세상에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한편 히브리어 ‘라바브’는 숫자가 많아졌다는 뜻과 함께 커졌다는 의미도 지닙니다. 개역성경은 1절을 “사람이 땅 위에 번성하기 시작할 때에”라고 번역하였습니다. ‘라바브’의 번역으로는 우리가 보는 표준새번역의 ‘늘어나다’는 표현보다 개역성경의 ‘번성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립니다. ‘사업이 번성하다’, ‘국운이 번성하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번성이라는 말은 단순히 양이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커지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번성한 결과, 곧 커진 결과 죄악이 땅에 가득 차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번성하기를 바라지만 그 번성이 자칫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커지기를 바라지만 그 커짐이 자칫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에는 처음에 왕이 없었습니다. 왕 없이 나라를 꾸려간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백성들은 왕을 원했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사울을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세우셨습니다. 사무엘상 9장 2절 말씀을 읽어드리겠습니다. “그에게는 사울이라고 하는 아들이 있었는데, 잘 생긴 청년이었다. 이스라엘 사람들 가운데 그보다 더 잘 생긴 사람이 없었고, 키도 보통 사람들보다 어깨 위만큼은 더 컸다.” 이런 사울이었으니 자신도 그런 자의식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곧 자신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잘 생기고 큰 사람이고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무엘이 하나님께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시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 자신을 찾아온 사울에게 당신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사울이 말합니다. “저는 이스라엘 지파들 가운데서도 가장 작은 베냐민 지파 사람이 아닙니까? 그리고 저의 가족은 베냐민 지파의 모든 가족 가운데서도 가장 보잘것없는데, 어찌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삼상9:21) 사울은 자신이 가장 작은 사람,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자기가 왕이 된다니 터무니없는 말씀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 때 보면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섭니다. 그리고 서로 자신이 가장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곧 자신이 가장 큰 인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울은 사람들로부터 큰 인물로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도 가장 적합한 인물로 선택된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사울은 아주 겸손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바로 사울의 그런 됨됨이를 높이 사서 왕으로 세우셨을 겁니다.
그런데 사울이 왕이 되자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사울은 주변국과 싸웠는데 어느 쪽으로 가서 싸우든 늘 이겼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왕국이 점점 번성한 것입니다. 권력이 점점 커진 것입니다. 그러자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점점 약해져 갔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 등을 돌리고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사무엘이 사울왕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임금님이 스스로를 하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던 그 무렵에 주님께서 임금님께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셨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이 이스라엘 모든 지파의 어른이 되신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주님께서 임금님을 전쟁터로 내보내면, 어찌하여 주님께 순종하지 아니하고 약탈하는 데만 마음을 쏟아서, 주님께서 보시는 앞에서 악한 일을 하셨습니까?”(삼상15:17-19) 자신이 큰 사람인데도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그 겸손한 마음 때문에 하나님께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신 것인데, 왕이 되자 사람이 변한 것입니다. 자신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오만한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리 되면 자신 안에서 하나님이 머무실 자리가 없어지게 됩니다. 결국 사울왕은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로마서에는 ‘하나님의 의’와 ‘자기 의’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그 내용을 읽어드리겠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의를 알지 못하고, 자기 자신들의 의를 세우려고 힘을 씀으로써, 하나님의 의에는 복종하지 않게 되었습니다.”(롬10:3) ‘자기 의’란 스스로 자신이 의롭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하나님의 의’란 하나님만이 크시고 자신은 작은 자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사람의 선행과 지혜가 자기 우월감으로 이어지면 그것은 ‘자기 의’입니다. 선행과 지혜를 발휘하면서 자신은 그저 하나님의 통로라고 여기면 그것은 ‘하나님의 의’가 되는 것입니다.
또 고린도전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어리석은 것들을 택하셨고,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에서 비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을 택하셨으니 곧 잘났다고 하는 것들을 없애시려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택하셨습니다.”(고전1:27-28) 한편에 지혜 있는 자, 강한 자, 잘났다고 하는 자가 있고, 다른 한 편에 어리석은 자, 약한 자, 비천한 자, 멸시받는 자, 아무것도 아닌 자가 있습니다. 전자는 스스로를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후자는 스스로를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전자는 ‘자기 의’로 살아가는 것이고, 후자는 ‘하나님의 의’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후자를 선택하신다는 겁니다.
사울이 ‘하나님의 의’로 살았기에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 되었건만, 나라가 번성하자 ‘자기 의’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게 되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사람들이 번성하자, 세상에 죄악이 가득 차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 의’가 범람하자 죄악이 세상에 물결치게 된 것입니다. 그에 대해 하나님은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탄식하시며 사람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고 다짐하십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대속물로 내주러 왔다.”(마20:28) 그리하여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고,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예수님은 흙처럼 겸손한 삶을 사셨습니다.
한 번은 어떤 사람이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물었습니다. “선하신 선생님, 내가 영생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러자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어찌하여 너는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나님 한 분 밖에는 선한 분이 없다.”(막10:18) 예수님이 선하지 않으면 누가 선한 사람일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예수님은 자신이 선하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그게 자신은 악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나님만이 선한 분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에게는 한 톨도 ‘자기 의’가 없었던 겁니다. 예수님은 철저히 ‘하나님의 의’로 사신 것입니다. 곧 섬김과 ‘하나님의 의’로 사신 예수님은 가장 큰 자인데 가장 작은 자로서 살아가신 것입니다.
우리 교회 화장실에 들어가려면 밖에서 신던 슬리퍼를 벗고, 안에서 화장실용 슬리퍼를 바꿔 신어야 합니다. 그런데 화장실에 들어가면 슬리퍼가 놓여 있는 방향이 대개 두 방향으로 나뉩니다. 앞쪽과 뒤쪽입니다. 앞쪽으로 놓여 있을 때는 그냥 슬리퍼를 신으면 되지만, 뒤쪽으로 놓여 있을 때는 몸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신어야 합니다. 임의로 A와 B, 두 사람을 상정하겠습니다. A는 화장실을 나올 때 자기가 나오는 방향으로 슬리퍼를 벗고 나옵니다. 그게 편합니다. 한편 B는 화장실을 나올 때 몸을 돌려 슬리퍼를 벗고 나옵니다. 그건 살짝 불편한 일입니다. B는 왜 그렇게 할까요? 다음 사람이 편하게 슬리퍼를 신으라는 배려일 것입니다. A가 다음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만, B는 다음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깊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여러분은 현재 A형입니까 B형입니까?
교회 화장실뿐만 아니라 집의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B형인데, 집의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A형이 되는 분이 계십니까? 더 나아가 외부 식당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B형인데, 외부 식당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A형이 되십니까? 그렇다면 조금 부족하다고 하겠습니다.
B형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은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순간에 깨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소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더라도 현재에 깨어 있지 못하다면, 화장실을 나올 때 슬리퍼를 그냥 벗고 나오기 십상일 것입니다. B형은 다른 말로 하면 타인을 섬기려는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그것은 작은 자로서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우리를 섬기기 위해 오셔서 작은 자로서 삶을 사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존재입니다. 그분을 닮아 타인을 섬기는 삶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분을 닮아 철저히 ‘하나님의 의’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분을 닮아 작은 자로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크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은 아주 작은 자라는 깊은 신앙심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우리 신명공동체가 참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로서, 작은 자로서 이웃을 하인처럼 섬기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선행과 지혜를 발휘하면서 그것이 하나님께서 자신을 통로로 삼아 주신 덕분이라며 기뻐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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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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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김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