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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벅은 1892년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중국으로 갔습니다. 중국에서 15살까지 살다가 대학 진학을 위해 혼자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중국에 계신 어머니가 병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중국으로 가서 생활했습니다. <대지>라는 소설을 써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펄 벅은 문학뿐 아니라 사회사업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래 7명의 아이를 입양하여 키우고, 혼혈아동을 위한 ‘웰컴하우스’를 미국에 설립하였습니다. 그 후에 ‘펄벅 인터네셔날’을 설립하여 사회사업을 더욱 광범위하게 펼쳐나갔습니다.
펄 벅은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습니다. 1963년에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라는 소설을 썼고, 또한 한국의 혼혈아를 소재로 하여 <새벽>이라는 소설도 썼습니다. 그리고 1965년에는 경기도 부천에 ‘한국펄벅재단’을 설립하여 한국 전쟁의 고아들을 손수 돌보았습니다. 또한 박진주라는 이름을 지어 사용하였습니다. 펄이 진주라는 뜻이고, 벅과 가장 비슷한 소리를 내는 성으로 박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생을 마감한 1973년까지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았습니다.
펄 벅은 1960년 가을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였던 이규태씨가 동행 취재하였습니다. 경주를 여행하는 차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던 펄 벅은, 시골집 마당의 감나무 끝에 감이 몇 개 달린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따기 힘들어 그냥 두는 겁니까?” 기자는 “까치밥이라 해서 겨울새들을 위해 남겨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펄 벅은 “바로 그거예요. 내가 한국에서 보고자 한 것은 고적이나 왕릉이 아니에요. 이것만으로도 나는 한국에 잘 왔다고 생각해요.”라고 하며 탄성을 질렀습니다.
이어서 펄 벅은 온종일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늙은 농부와 소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를 펄 벅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서양의 농부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소달구지 위에 짐을 모두 싣고 자신도 올라타 편하게 집으로 향했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의 농부는 소의 짐을 덜어주고자, 자신의 지게에 볏단을 지고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온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펄 벅은 그것이 자신이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하여 “한국은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극찬하였습니다.
우리는 펄 벅이 본, 농부가 소와 함께 가는 모습을 흔히 봅니다. 몇 해 전에 상영된 <워낭소리>라는 영화에서도 바로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우리는 별생각 없이 그 모습을 봅니다. 그런데 펄 벅은 그것을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본 것입니다. 그리하여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고 합니다. 펄 벅의 그런 섬세한 감수성에 오히려 감동을 하게 됩니다.
지난 주일에 우리가 가진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자기 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미래를 놓아버리고 하나님의 자애로운 손에 내맡기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서 펄 벅의 어머니인 캐롤라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중국인들은 어느 해 닥친 심한 가뭄의 원인을 서양인들이 그 지방에 왔기 때문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선교사 가족을 죽여 신에게 바치면 가뭄이 끝날 거로 믿었습니다. 우연이 그 사실을 알게 된 캐롤라인은 몹시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 간절히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내맡겼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지혜를 주셨습니다. 곧 자기 식구를 죽이려고 오는 사람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을 자기네 집에 찾아오는 귀한 손님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그리하여 캐롤라인은 그들을 손님으로 따뜻하게 맞아들이고 접대하였습니다. 오르간 연주를 하며 찬송도 불러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의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날 새벽 비가 온 것입니다.
캐롤라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해결하는 아주 좋은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두려움의 원인은 외부의 무언가가 자신을 공격하여 해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예컨대 캄캄한 밤에 산길을 혼자 걸어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두려움을 안 느낄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왜 두렵겠습니까? 무언가가 나타나서 자신을 해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때 뒤에서 자신을 따라오는 사람 발걸음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두려움은 몇 배로 커질 것입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을 괴한이나 강도쯤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어린 시절 부모에 대해 강한 두려움을 가졌던 사람을 더러 만납니다. 엄마보다는 아버지가 많습니다. 엄한 아버지의 질책이나 심한 구타를 자주 경험한 사람입니다. 아이에게 아버지의 질책이나 구타는 공격받는 일로 지각됩니다. 그래 다시 공격을 받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겁니다.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볼 때도 아이는 두려워합니다. 부모의 싸움이 아이의 안전을 파괴하는 무서운 공격 행위가 되는 겁니다.
암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 대부분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암보험을 들지 않습니까? 그것 역시 암세포의 공격을 받아 죽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겁니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매는 뇌 기능이 손상을 입어 나타나는 것인데, 어떤 외부 요인이 뇌를 공격하여 손상을 입히는 것입니다.
두려움에 종류가 많지만, 모두 외부의 무언가가 자신을 공격하여 해칠 것이라는 생각이 원인임을 알게 됩니다. 자신을 공격하여 해치는 것, 그것을 간단하게 말해서 ‘적’이라고 표현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인생을 두려움으로 사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적에 에워싸여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길 기대하는 부모가 적의 모습으로 자신을 공격하니, 아이는 절망하게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적의 공격을 느낄 때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길은 없습니다.
다시 펄 벅의 어머니인 캐롤라인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캐롤라인은 중국인들이 자기 가족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곧 중국인들을 자기 가족을 공격하는 적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생각을 바꾸게 인도하셨던 겁니다. 곧 그들을 적이 아닌 하나님의 자녀로 생각하게 인도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생각한다는 것은 그들이 적이 아닌 내 편이라는 뜻이 됩니다. 또한 그들을 자기네 집에 찾아오는 귀한 손님으로 생각하게 인도하셨습니다. 귀한 손님 역시 적이 아니라 내 편입니다. 그러자 캐롤라인에게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두려움은 적의 공격을 느낄 때 생기는 감정이지, 적의 공격을 느끼지 않을 때는 결코 생기지 않는 감정입니다. 귀하고 반가운 손님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불가능한 일입니다.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을 느끼겠지요.
그런데 상대방을 귀한 손님으로 생각하고 접대하는 것, 그것을 우리는 한마디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캐롤라인은 중국인에게 사랑을 베푼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캐롤라인은 중국인들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귀한 손님으로 생각하며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이렇게 두려움 없이 사랑으로 대하자, 중국인들은 실제로 적에서 내 편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 아름다운 모습을 축복하시어 비를 내려 주셨습니다.
요한1서 4장 18절 말씀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내쫓습니다.> 이 말씀이 진실임을 캐롤라인의 이야기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펄 벅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어머니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내맡김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지침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하나님이 어머니에게 주신 지혜를 마음에 깊이 새기지 않았겠습니까? 곧 적으로 보이는 어떤 사람이라도 적으로 대하지 않고 귀한 손님으로 대하지 않았을까요? 그 결과 세계적인 작가이면서 또한 사회사업에 헌신하며 아름다운 인생을 산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농부가 소달구지에 짐을 모두 싣지 않고 자기 지게에 나눠서 지고 가는 모습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각하는 고운 감수성을 지니게 된 것이 아닐까요?
이제 지난 주일의 이야기와 오늘의 이야기를 합하여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 어깨를 가장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자기 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미래를 놓아버리고 하나님의 자애로운 손에 내맡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형제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설령 그가 적의 모습으로 나를 공격하려 해도, 그를 적으로 보지 않고 귀한 손님으로 보며 환한 미소로 사랑을 베푸는 겁니다.
깊은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부가 있었습니다．그들은 세 살 된 딸 그리고 돌이 갓 지난 아들을 두었습니다. 남편은 한 달에 한 번 장을 보러 읍내로 갔습니다．그러면 닷새가 지나야 돌아왔습니다. 그 날도 남편이 세 식구를 두고 혼자 읍내로 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아내가 장작더미를 드는 순간 그 속에 숨어있던 독사에게 발을 물렸습니다．아내는 독사의 독이 온몸에 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죽음의 두려움이 확 밀려왔습니다. 그 때 퍼뜩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아이들을 돌봐줄 이웃도 없잖아．이대로 내가 죽으면 아이들은 굶어 죽을 수도 있지.’ 아내는 급히 아궁이에 불을 피워 아이들이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계속 불을 피웠습니다. 정신은 점점 혼미해져 갔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마지막 사랑은 계속됐습니다. 몇 시간 후 아내는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깨닫고 깜짝 놀랐습니다．비 오듯 쏟은 땀과 함께 뱀의 독이 빠져나간 것입니다. 만약 그냥 두려움에 빠져 있었더라면, 닷새 후에 남편은 독이 퍼져 죽은 아내와 굶은 죽은 두 아이의 시체를 발견했을 것입니다. 엄마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두려움을 몰아내고 모두를 살린 것입니다.
앞에서 우리가 인생을 두려움으로 사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적에 에워싸여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두려움에서 벗어날 길은 그 생각을 바꾸는 겁니다. 곧 적은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자녀요 귀한 손님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그리고 사랑을 베푸는 겁니다. 찬송가 220장 가사의 일부를 읽어드리겠습니다. “모든 사람 내 몸같이 진심으로 사랑하세. 한 피 받아 한 몸 이룬 형제여 친구들이여, 한 몸 같이 친밀하고 마음으로 하나 되어, 우리 주님 크신 뜻을 지성으로 준행하세.”
물론 이렇게 해도 여전히 두려움이 있을 겁니다. 그 이유는 의식으로는 적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무의식이 적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적은 없고 모두가 한 피 받아 한 몸 이룬 형제라고 생각하며 사랑을 베풀다 보면, 차츰 두려움이 줄어들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게 되면,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한결 가벼워지고 여유로워질 것입니다. 또한 두려운 일이 찾아오는 것도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미래를 하나님의 자애로운 손길에 내맡기고, 적으로 보이는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나와 똑같은 하나님의 자녀로 여기며 사랑을 베푸는 사람, 그 사람은 하나님의 무한한 축복을 받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여러분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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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9/39 
노희담
김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