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공간 속에서 살아갑니다. 우리의 몸이 공간을 이동하며 살아갑니다. 집에 있는 침실에서 화장실로 공간 이동을 하고, 또 거실로 공간 이동을 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회사로 공간 이동을 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공간 이동을 합니다. 그렇게 보면 삶이란 공간 이동의 여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공간은 정확히 표현하면 물리적 공간입니다. ‘물리적’이라는 말은 구체적인 형태를 가진 대상과 관련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물리적 공간만 있는 게 아닙니다. 눈을 감고 마음으로 남태평양에 있는 어느 작은 섬에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몸은 지금 집의 의자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집을 떠나 남태평양의 섬으로 순간적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마음이 가 있는 남태평양의 섬은 물리적 공간입니까? 몸이 물리적 공간인 남태평의 섬으로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지만, 지금 마음이 가 있는 남태평양의 섬은 분명히 물리적 공간이 아닙니다. 같은 남태평의 섬이라 하더라도 몸이 간 남태평양의 섬과 마음이 간 남태평의 섬은 전혀 다릅니다. 이상을 전제로 하여 본문을 보겠습니다.
야곱은 요셉이 살아있고 이집트에서 총리가 되었다는 어마어마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셉을 만나기 위해 이집트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단지 요셉을 만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기근 때문에 가나안에서 더는 살 수 없어 이집트에 이민을 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온 가족과 모든 재산을 챙겨서 이집트로 갔습니다. 여러 달 만에 무사히 이집트에 도착했습니다. 그 내용이 46장 1절에서 27절까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에 대해 지난 네 주에 걸쳐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 대한 기록 중에서 제 마음에 깊이 남는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야곱이 브엘세바에 도착했을 때 두려움에 떨며 하나님께 예배를 드린 사실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날 밤 하나님이 환상 가운데서 “야곱아, 야곱아!” 하고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그때 야곱은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바로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말씀이 제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야곱이 말하는 ‘여기’는 어디일까요? 야곱은 지금 브엘세바의 어떤 장소에서 하룻밤 숙박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야곱이 숙박하는 그곳을 가리킬까요? 흔히 ‘여기’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 장소를 가리킵니다. ‘여기’와 다른 장소는 ‘거기’ 혹은 ‘저기’ 등으로 표현합니다. 그런데 본문에서 야곱이 말하는 ‘여기’는 자신이 숙박하는 그곳이 아닙니다. 그럼 어디일까요? ‘여기’는 자기를 부르시는 하나님 앞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자신이 숙박하는 곳’과 ‘하나님의 앞’의 차이를 아시겠습니까? 전자는 물리적 공간을 뜻합니다. 그러나 후자는 물리적 공간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하나님 앞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이 있는 곳은 물리적 공간이 아닙니다. 그냥 마음 안에 있는 어떤 곳입니다.
편의상 자신의 몸이 지금 있는 곳을 ‘이곳’이라고 표현하고, 자신의 마음이 있는 곳을 ‘여기’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이 둘은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합니다. ‘이곳’은 시공간 안에 있지만, ‘여기’는 시공간을 초월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몸으로는 ‘이곳’을 살지만 마음으로는 ‘여기’를 사는 겁니다.
하나님은 시공간 안인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여기’에만 계십니다. 하나님은 ‘여기’에서 나와 함께하십니다. ‘여기’에서 나를 부르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부르실 때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대답해야 합니다. 만약 “제가 이곳에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면 틀린 겁니다.
우리가 늘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몸이 ‘이곳’에 있으면서 마음은 늘 ‘여기’에 있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물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지 않는 상태는 어떤 것인가 하는 겁니다. 그 말은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는 것을 뜻할 텐데, 그럼 마음이 어디에 있는 겁니까? 마음이 ‘이곳’에 있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마음은 물리적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도 아니고 ‘이곳’도 아니라면 마음이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 물음에 답을 갖기 위해서는, 마음이 그른 마음과 바른 마음으로 나뉘어 있음을 말해야 합니다. 마음이 ‘여기’에 있다고 할 때 그 마음은 정확히 말해서 바른 마음을 가리킵니다. 그른 마음은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그럼 그른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른 마음도 마음이니까 ‘이곳’에 있지는 않을 텐데, ‘여기’에 있지 않으면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그른 마음은 그저 ‘여기에 있지 않는 상태’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말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른 마음이 특정한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여기에 없는 것’이 그른 마음의 상태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빛과 어둠의 관계를 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빛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어둠도 존재할까요? 빛은 실재이지만 어둠은 실재가 아닙니다. 어둠은 다만 빛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빛과 어둠이 함께 있을 수 없습니다. 빛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어둠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어둠이 독자적으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빛이 사라지면 자동으로 어둠이 나타납니다. 빛과 어둠의 이런 관계를 이해하시지요?
바른 마음과 그른 마음의 관계도 그와 비슷합니다. 바른 마음은 ‘여기’에 있지만, 그른 마음은 따로 머무는 곳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여기에 없는 상태’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바른 마음은 빛의 상태이고 그른 마음은 어둠의 상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굳이 그른 마음이 있는 곳을 한 단어로 표현하고 싶으면 편의상 ‘저기’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몸은 ‘이곳’에 있고, 그른 마음은 ‘저기’에 있고, 바른 마음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하나님과 동행하지 않는 상태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답을 가져보겠습니다. 그것은 마음이 ‘여기’에서 벗어나 ‘저기’에 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생각이 바로 하나님을 ‘이곳’에서 만나려는 것입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나님은 ‘여기’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이런 물음을 갖게 됩니다. 우리의 세상 삶이 진행되는 곳은 ‘이곳’인데, 하나님을 ‘이곳’에서 만날 수 없다면 하나님의 가치는 무엇이냐는 겁니다.
몸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로봇과 같은 거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은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 말은 우주의 현상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은 몸도 만듭니다. 곧 마음이 시키는 대로 몸이 따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진정으로 평화로우면 일반적으로 몸도 그에 걸맞은 상태가 됩니다. 다시 말해서 마음은 원인이고 몸은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몸보다 마음이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여기’에 계시면서 우리에게 평화를 안겨주십니다. 따라서 우리가 계속 ‘여기’에 머물면 우리는 평화로운 존재가 됩니다. 그리하면 몸도 덩달아 평화로운 상태가 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여기’에 계속 머물면 ‘이곳’의 일들이 잘 풀리게 됩니다. 앞에서 마음은 원인이고 몸은 결과라고 했는데, 달리 말하면 ‘여기’가 원인이고 ‘이곳’은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만유의 근본 원인이신 하나님이 원인의 자리인 ‘여기’에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으로 하나님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것에 그치지 않고, 성령을 ‘이곳’에 보내시어 성령으로 하여금 ‘이곳’에 있는 우리 몸을 돌보시게도 하십니다. 그러니까 원인의 자리에서 사랑하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결과의 자리에서도 성령을 통해 돌보시는 겁니다. 그래도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여기’입니다.
이렇듯 하나님을 ‘이곳’에서 만날 수 없으므로, ‘이곳’에서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하면 응답받지 못합니다. ‘여기’에서 요청해야 응답받게 됩니다. 그 말은 그른 마음으로 요청하면 응답받지 못하고, 바른 마음으로 요청해야 응답받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소설가 최인호 씨는 침샘암으로 5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하다가 지난 2013년에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가 항암 치료를 받을 무렵 기자와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그 내용의 일부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하루에 수백 번씩 죽음의 공포에 떤다. 그와 똑같이 하루에 수백 번씩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죽음의 공포에 벌벌 떠는 나, 그리고 나를 버리고 온전히 하나님께 의탁하는 나, 이 두 가지가 하루에 수백 번씩 교차된다. 그런데 작년 초부터 점점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쪽으로 가고 있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불안의 비중이 컸다. 그런데 지금은 7대 3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마음대로 하소서, 그런 쪽이 7이 됐다. 처음에는 나 좀 낫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낫게 해 주시면 주님 위해 글 쓰겠습니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개똥도 아니다. 에고이스트의 기도다. 요즘 내 기도는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기도다. 구하지 않기를 구하는 기도다.”
이 내용을 오늘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천주교 신자인 최인호 씨는 두 자리를 왔다 갔다 했던 겁니다. 하나는 죽음의 공포로 벌벌 떠는 자리,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자리, 에고이스트의 기도를 드리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의 이름이 바로 ‘이곳’입니다. 다른 하나는 나를 버리고 온전히 하나님께 의탁하는 자리, 평화를 누리는 자리,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기도를 드리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의 이름이 바로 ‘여기’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이곳’에 주로 머물렀지만 차츰 ‘여기’로 옮겨갔고, 인터뷰를 할 즈음에는 ‘이곳’에 머무는 시간과 ‘여기’에 머무는 시간이 비율이 3:7이었던 겁니다. 그러다 결국 임종을 맞았는데, 임종 직전 “주님이 오셨다. 이제 됐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그즈음에는 비율이 얼마쯤 되었을까요? 만약 0:10이었다면 온전히 ‘여기’에만 머물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하나님의 품에 안긴 것입니다. 그랬다면 그는 매우 성공적 인생을 산 것입니다. 여러분, 두려움과 고통을 겪으며 임종하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이곳’에 사는 몸은 마음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여기’를 떠나서 ‘저기’로 가면 ‘이곳’에 사는 몸이 불행해집니다. 그런데 우리의 수준은 ‘여기’에 있는 시간보다 ‘저기’에 있는 시간이 훨씬 깁니다. 따라서 ‘이곳’에 사는 몸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마음이 ‘여기’를 떠나 배회하지 말고 ‘여기’에 머물러 있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는 하늘 아버지의 집입니다. 그 집을 떠나면 개고생하게 됩니다. 성경에 나오는 탕자처럼 말입니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바른 마음 상태가 됩니다. 그 말을 하는 것은 그른 마음을 바른 마음으로 바꾸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야곱은 두려움을 안고 브엘세바에 도착했는데, 그 말을 하고 나서 두려움을 말끔히 털어버리고 브엘세바를 떠났습니다. 그 말은 그런 귀한 힘을 지닙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에 틈틈이 그 말을 합니다. 무슨 일을 하다가도 하고, 길을 걷다가도 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 묵상기도를 할 때도 합니다. 식사 기도를 할 때도 먼저 그 말을 하고 기도합니다. ‘여기’는 복음의 자리이고, 행복의 자리이고, 평화의 자리이고, 치유의 자리입니다. 그 ‘여기’에 들어가기 위해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말을 수시로 합니다. 물론 그 말만 주문 외우듯이 하는 게 아니라, 그 말을 매개로 하여 하나님의 사랑 안에 마음을 깊게 담급니다. 다른 방법도 있지만 그 방법이 제게는 잘 맞습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자리는 ‘저기’와 ‘여기’ 중 하나입니다. 어느 자리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고 최인호 씨는 두 자리를 왔다 갔다 하다가 임종 직전에는 거의 ‘여기’에 머문 거 같습니다. 여러분, ‘여기’에 머무는 시간을 점점 늘려가십시오. 그러면 마음의 평화가 점점 깊어집니다. 또한 그것이 원인이 되어 결과인 ‘이곳’의 상태도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그를 위해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말을 수시로 하기를 권합니다. 그 말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행복한 습관으로 여러분의 삶에 행복이 점점 깊어지기를 축원합니다. ❉
주님,
서 있는 자리에 따라서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집니다.
예컨대 같은 문제에 대해 자신이 야당일 때 보는 시각과 여당이 되었을 때 보는 시각은 참 다릅니다.
또 같은 문제에 대해 자신이 노동자일 때 보는 시각과 관리자가 되었을 때 보는 시각은 퍽 다릅니다.
그래서 서 있는 자리가 삶의 내용을 규정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서 있는 자리의 문제는 ‘이곳’에서 나타나는 일입니다.
마음의 차원에서는 서있는 자리의 문제가 더욱 중요합니다.
곧 ‘여기’의 자리와 ‘저기’의 자리가 있는데
어느 자리에 있는가가 그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계시는 자리 곧 ‘여기’에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여기’를 떠나 ‘저기’를 떠돌아다니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 문제로 개고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입니다.
객지에서 고생하는 일을 멈추고 하늘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곧 ‘여기’에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마음을 다해 말하는 습관을 기르기 원합니다.
그리하여 ‘여기’에서 아버지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그 결과 ‘이곳’에 있는 몸도 행복해지기를 원합니다.
그 길을 잘 걸어가도록 도와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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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