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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돌이에게 부동산업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어느 날 둘이 만났는데 친구가 갑돌이에게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권이나 역세권 신축 아파트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어.” 그러자 갑돌이가 말했습니다. “나도 안다. 서울 강남권, 아니면 역세권 신축 아파트가 투자에 유리하다는 것을. 그런데 그걸 살 돈이 없는데 어떡하냐고.”
갑돌이는 알고 있습니다. 강남권이나 역세권 신축 아파트가 투자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데 “나도 안다.”라고 갑돌이가 말할 때 부정적인 기운이 느껴집니다. “나도 안다.”라는 말에서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더 나아가 그 말에 화가 섞여 있는 거 같기도 합니다. 갑돌이는 알지만 그 일을 못 하는 겁니다.
갑순이는 시골 보건소에서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갑순이의 친구는 같은 보건소의 정규직 직원입니다. 하루는 그 친구가 갑순이에게 보건소의 어떤 국장에게 돈을 주면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갑순이가 말했습니다. “나도 안다. 하지만 뇌물을 주고 정규직이 되고 싶지는 않아. 그건 불법을 저지르는 일이잖아. 열심히 일하여 떳떳하게 정규직이 될 거야.”
갑순이는 알고 있습니다. 뇌물을 주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데 앞의 갑돌이 경우와 달리, “나도 안다.”라고 말할 때 갑순이에게서 부정적인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나도 안다.”라는 말에 갑돌이처럼 화가 섞여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갑순이는 알지만 그 일을 안 하는 겁니다. 갑돌이는 돈이 없어서 못 하는데 갑순이는 돈이 있어도 안 하는 겁니다. 그 점에서 갑돌이와 갑순이는 아주 다릅니다.
우리도 살아가다 보면 “나도 안다.”는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갑돌이처럼 하는 게 아니라 갑순이처럼 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그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야곱이 두 손자를 축복합니다. 맏아들은 므낫세이고 둘째 아들은 에브라임입니다. 요셉은 므낫세를 야곱의 오른쪽에 서게 하고 에브라임을 왼쪽에 서게 하였습니다. 야곱이 오른손을 므낫세의 머리에 얹고 왼손을 에브라임의 머리에 얹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것이 관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야곱은 팔을 X자 형태로 내밀어서 오른손을 자기 왼쪽에 있는 에브라임의 머리에 얹고, 왼손을 자기 오른쪽에 있는 므낫세의 머리에 얹었습니다. 그런데 요셉은 아버지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아마도 아버지가 실수하는 거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둘째 아들의 머리에 얹어진 아버지의 오른손을 맏아들의 머리로 옮기려고 아버지의 오른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아버지. 이 아이가 맏아들입니다. 아버지의 오른손을 큰 아이의 머리에 얹으셔야 합니다.” 하지만 야곱은 거절하면서 말했습니다. “나도 안다. 내 아들아, 나도 안다. 맏아들인 므낫세가 한 겨레를 이루고 크게 되겠지만, 그 아우가 형보다 더 크게 되고, 아우의 자손에서 여러 겨레가 갈라져 나올 것이다.”
이 장면에서 요셉은 아버지가 어떤 실수를 한 거로 생각했을까요? 왼쪽에 있는 에브라임을 맏아들로 생각하는 실수를 한다고 여겼을 겁니다. 그래서 오른쪽에 있는 므낫세가 맏아들이라고 가르쳐주는 겁니다. 요셉의 이런 행동은 맏아들에게 맏아들의 권리를 부여하는 관습을 따른 것입니다.
그러자 야곱은 “나도 안다. 내 아들아, 나도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안다고 두 번이나 말했는데 뭘 안다는 걸까요? 오른쪽에 있는 아이가 맏아들이라는 사실을 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뜻이 더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곧 오른쪽에 있는 므낫세에게 맏아들의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관습을 자기도 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오른쪽에 있는 아이가 맏아들인 므낫세이고, 그 아이에게 맏아들의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 관습을 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관습을 어기고 둘째 아들인 에브라임에게 맏아들의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장차 에브라임의 후손이 므낫세의 후손보다 훨씬 크게 될 거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맏아들에게 맏아들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관습이지, 장차 가장 큰 세력을 이룰 사람에게 맏아들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관습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에브라임에게 맏아들의 권리를 부여한 것이, 하나님의 뜻인지 야곱의 판단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만약 야곱의 판단이었다 하더라도 야곱은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며 중요한 결정을 할 야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한테서 에브라임에게 맏아들의 권리를 부여하라는 말씀을 들었든지, 혹은 자기가 그게 하나님의 뜻일 거로 판단했든지, 그 결정이 하나님의 뜻을 따른 거라는 점에서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야곱의 “나도 안다.”는 말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습니다. ‘나도 관습을 알지만, 그러나 관습을 어기고 하나님의 뜻대로 하겠다.’ 곧 관습이 하나님의 뜻과 다를 때엔 관습을 어기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겁니다.
맨 처음에 갑돌이가 “나도 안다.”고 말한 것과 갑순이가 “나도 안다.”고 말한 것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갑돌이는 돈이 없어서 투자를 하고 싶은데 못 하는 겁니다. 한편 갑순이는 돈이 있어도 뇌물 주는 방법을 안 하는 겁니다. 두 사람이 똑같이 친구가 말한 내용을 알지만, 갑돌이는 못 하고 갑순이는 안 하는 겁니다.
야곱이 “나도 안다.”고 말할 때 그것은 갑순이의 경우와 비슷합니다. 곧 관습대로 못 하는 게 아니라 관습대로 안 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뜻이 관습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세상의 뜻과 다릅니다. 세상의 뜻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이기성입니다. 곧 자신의 안전과 안녕입니다. 타인의 안전과 안녕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내 가족의 안전과 안녕에는 신경을 씁니다만, 다른 가족의 안전과 안녕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기에 그것도 이기성입니다. 또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의 안전과 안녕에는 제법 신경을 씁니다만, 나와 다른 뜻을 가진 사람의 안전과 안녕에는 관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패망을 열망합니다. 따라서 그것도 이기성입니다.
그 이기성은 종종 공격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누군가 자신의 안전과 안녕을 침해하는 것 같을 때 그를 공격하는 겁니다. 내 가족이나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안전과 안녕을 확보하기 위해 누군가를 공격하는 겁니다. 누군가를 희생시켜 자신의 안전과 안녕을 확보하려는 것입니다. 이렇듯 이기성과 공격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이러한 이기성과 공격은 각자가 개별적인 존재라는 관념에서 비롯됩니다. 개별적인 존재로서 서로 다르고 차이가 난다는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다시 말해서 모두가 분리된 존재라는 관념에서 비롯됩니다.
한편 하나님의 뜻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사랑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안전과 안녕만이 아니라 모두의 안전과 안녕을 추구합니다. 내 가족의 안전과 안녕만이 아니라 다른 가족의 안전과 안녕도 추구합니다.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의 안전과 안녕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뜻을 가진 사람의 안전과 안녕도 추구합니다. 물론 공격은 없습니다. 이기성이 공격을 선택할 때 사랑은 축복을 선택합니다.
이러한 사랑은 모두가 하나님 안에서 하나라는 관념에서 비롯됩니다. 모두가 하나님이 소중하게 여기시는 그분의 똑같은 자녀라는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물론 분리감을 전제로 한 사랑이 있습니다. 그것은 세상적 사랑인데, 그 사랑은 차별적 사랑으로 나타납니다. 누구는 더 사랑하고 누구는 덜 사랑하든지, 누구는 사랑하고 누구는 미워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모두를 똑같이 사랑합니다.
우리가 그른 마음 상태이면 세상의 뜻을 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바른 마음 상태이면 하나님의 뜻을 따르게 됩니다. 달리 말하자면 겉사람으로 살면 세상의 뜻을 따르고, 속사람으로 살면 하나님의 뜻을 따르게 됩니다. 속사람은 바른 마음으로 세상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합니다.
그러므로 속사람으로서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안다. 세상의 뜻을. 곧 내 코가 석 자니 다른 사람의 안전과 안녕은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안전과 안녕을 확보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른 사람을 위해 손해 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을. 부득이해 보이는 경우 가끔은 남들처럼 편법을 써도 괜찮다는 생각을. 더 나아가 내게 해를 입히는 사람은 공격하여 물리쳐야 한다는 생각을. 그리고 나와 뜻이 다른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든지, 혹은 그를 공격하여 내 뜻이 맞음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들이 하나님의 뜻과 다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따르지 않겠다. 나는 하나님의 뜻대로 나만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이익을 위해 살겠다. 때로 손해 보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이 안전하게 지켜주실 것을 믿으며 사랑으로 임하겠다. 편법을 쓰는 것은 죄책감을 불러일으켜 나에게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에, 죄책감을 불러일으킬 행동은 하지 않겠다. 어떤 경우에도 형제를 공격하지 않고 다만 사랑으로 대하겠다. 몹시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친절하게 대하겠다. 어떤 일로든 형제를 이기려는 것은 그를 공격하는 것이니, 형제를 이기려고 하지 않겠다. 나는 하나님이 우리를 똑같이 사랑하심을 믿는다. 나는 나에게 전해지는 하나님의 사랑을 온전히 받고 그 사랑을 모든 형제에게 전하겠다. 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며 모든 것을 하나님께 내맡기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을 만나든 하나님과 형제에게 감사하겠다. 감사는 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것이 좋아는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드십니까?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내 힘으로는 이렇게 사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 안에 계신 성령의 힘으로 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내 힘으로 살지 않고 성령의 힘으로 살려는 뜻을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성령께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겁니다.
이상을 정리하면 겉사람은 이기성과 공격의 삶을 살게 되지만, 속사람은 사랑과 축복의 삶을 살게 됩니다. 또한 겉사람은 내 힘으로 살게 되지만, 속사람은 성령의 힘에 의존하여 살게 됩니다. 그러므로 속사람으로 살기를 강하게 뜻하고 성령께 자주 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그러면 차츰 삶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갈 때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더욱 깊어집니다. 곧 점점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여러 해 전 독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남자가 자신의 부인과 두 명의 아이와 함께 택시를 잡았습니다. 이 가족의 목적지는 공항이었고, 택시를 잡은 곳에서 공항까지는 30km 정도의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제시간에 도착하기에는 매우 촉박했습니다. 그래서 택시 기사는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남자가 택시 기사에게 자신이 운전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했겠지만, 이 남자의 얼굴을 알아본 택시 기사는 운전석을 내주고 조수석으로 옮겨 앉았습니다. 이때부터 택시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택시 기사가 지켜본 남자의 운전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시속 163km에 부드러운 코너링을 선보였으며, 공항으로 가는 동안 한 차례도 속도가 줄지 않았습니다. 택시 기사는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남자의 환상적인 운전 덕분에 택시는 제시간에 도착했습니다. 남자는 가족과 함께 내리며 택시 요금 60유로(약 8만 7천 원)와 팁으로 100유로(약 14만 5천 원)를 지불하고 유유히 공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남자가 바로 F1이라고 하는 자동차 경주대회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였습니다. 그는 F1 월드 챔피언을 7번이나 차지한 세계 최고의 선수입니다.
택시 기사와 미하엘 슈마허의 관계는 우리와 성령의 관계를 닮았습니다. 미하엘 슈마허가 택시 기사에게 자기가 운전하겠다고 제안하듯이, 성령은 우리 삶의 운전석을 당신에게 맡기라고 말씀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말씀을 무시하고 자기가 운전하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그 결과 제시간에 공항에 도착하지 못하고, 두둑한 팁도 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고된 삶을 살게 됩니다. 우리가 자기 힘이 아닌 성령의 힘으로 살려는 것은, 성령의 말씀을 받아들여 성령께 삶의 운전석을 내주는 것과 같습니다.
자기가 운전석에 앉아 운전하는 것이 겉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그것은 이기성과 공격의 삶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운전석을 성령께 맡기고 자기는 조수석에서 편안하게 가는 것이 속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그것은 사랑과 축복의 삶으로 나타납니다. 그것이 인생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최고의 길입니다. 여러분이 그 삶을 선택하여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
주님,
내가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은 티끌만 하지만 하나님은 모든 걸 아십니다.
나는 깊은 한계를 지니지만 하나님은 무한한 능력을 지니십니다.
나는 나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지만 하나님은 나를 온전히 사랑하십니다.
나는 나를 별로 신뢰하지 않지만 하나님은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십니다.
그런데도 운전해 주겠다는 성령의 말씀을 무시하고 내가 운전합니다.
그리하여 이기성과 공격의 삶을 살아갑니다.
불행을 자초하며 고통스럽게 살아갑니다.
우리는 이제 운전석을 성령께 내맡기고 조수석에 앉아 가는 선택을 합니다.
세상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세상 뜻대로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겉사람이 아닌 속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그리하여 사랑과 축복의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설령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더라도 성령께서 나와 함께 계시고,
은총의 지팡이와 막대기로 나를 위로해 주시니 내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진실로 성령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내가 사는 날 동안 나를 따르리니,
나는 하늘 아버지의 집에서 영원토록 살아가겠습니다.
이 모든 말씀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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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담
